"한국 안전하지만 높은 범죄율과 자살률은 걱정"

무하마드 야신씨, 경기 광주시에서 15년간 할랄 마트 운영

등록 2012.12.12 13:44수정 2012.12.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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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역동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가게가 많다. 광주가 경기 동부 지역의 중심지로서, 특히 역동은 이천과 용인, 성남, 하남 등을 연결하는 버스들이 관통하는 곳이다. 주변에 흩어진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말에 쇼핑이나 종교 활동을 하러 자연스럽게 역동으로 모여드는데 광주시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기자는 역동 공영주차장과 마주한 곳에 파키스탄 출신의 무하마드 야신(58·Muhammad Yasin)씨가 운영하는 '글로벌 할랄마트(Global Halal Mart, 재스퍼주식회사)'를 찾아가 봤다. 이 가게는 이슬람 국가 출신 노동자들을 상대로 식자재를 비롯해 잡화와 국제전화카드, 휴대폰 등을 판매하며 거의가 수입품이다.

a 야신 씨의 할랄마트 이슬람 국가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경기도 광주시 역동에서 할랄마트를 운영하는 야신 씨는 한국의 높은 범죄율과 자살률을 걱정하면서 오히려 가난한 조국 파키스탄 국민들이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야신 씨의 할랄마트 이슬람 국가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경기도 광주시 역동에서 할랄마트를 운영하는 야신 씨는 한국의 높은 범죄율과 자살률을 걱정하면서 오히려 가난한 조국 파키스탄 국민들이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 허성수


1997년 한국에 투자했다가 IMF 만나

'할랄'은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하며,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과일·야채·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어류·어패류 등의 모든 해산물과 같이 이슬람 율법 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 육류 중에서는 이슬람식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주로 염소고기·닭고기·쇠고기 등), 이를 원료로 한 화장품 등이 할랄 제품에 해당한다. 야신씨는 1997년 봄 사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 그러나 첫 해 오자마자 IMF를 맞아 코리안 드림은 빗나가고 말았다.

"저는 IMF가 닥칠지도 모르고 회사 설립을 위해 투자할 돈을 원화로 몽땅 바꿔 놓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몇 달 사이 원화가치가 추락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봐야만 했습니다. 원화 가치가 절반이나 떨어져 우리는 한국에서 투자를 철회할 생각도 했습니다."

진퇴양난에 빠져 되돌리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는 사업을 벌였다. 그래서 지난 15년을 버텨낸 그는 이제 광주 역동에서 터줏대감이 됐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파키스탄에서도 개인사업을 했다. 조국에서 제조업을 하며 무역을 했는데 큰 규모의 약국과 자동차정비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제가 외국인으로서 사업하는데 어려움도 많지만 한국은 평화로운 나라입니다. 지금 정부가 외국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많은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안전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며 신사적입니다. 한국은 진정한 문명국이며 위대한 나라입니다."


a 파키스탄 친구들 야산 씨의 가게는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모이는 집합소이기도 하다. 먼저 와서 자리잡은 선배로서 가게를 찾는 동포들과 애환을 나누며 길잡이 역할도 한다.

파키스탄 친구들 야산 씨의 가게는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모이는 집합소이기도 하다. 먼저 와서 자리잡은 선배로서 가게를 찾는 동포들과 애환을 나누며 길잡이 역할도 한다. ⓒ 허성수


한국은 좋은 일자리 제공하는 좋은 나라

야신씨는 이렇게 평가하면서 파키스탄에 두고 온 모든 가족을 데리고 와 한국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국에는 아내가 병환 중인 어머니를 수발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 데리고 온 혈육으로는 동생 살림(51·Saleem)씨와 조카가 있는데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내년에 하나밖에 없는 딸이 결혼하게 되면 한국에 집을 마련해 노모와 함께 아내를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그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파키스탄 동포들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그에게 한국에 대해 어떤 말을 할까?


"우리 가게를 찾는 모든 노동자들도 한국을 매우 좋아합니다. 한국은 그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미래를 열어주고 있으니까요. 인간이 희망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들에게 코리안 드림은 한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테러에 대해 우려했더니 남북한 사이의 긴장과 갈등에 비유하며 오히려 한국의 높은 범죄율과 자살문제를 걱정했다.

"모든 테러는 무슬림들 사이에서만 발생합니다. 남북한 문제와 똑같습니다. 어느 사회나 긴장과 범죄가 있기 마련입니다. 한국도 범죄가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자살률은 우리보다 더 높습니다. 파키스탄은 백만 병력의 군대가 실전을 치르고 있는데도 전체 전사자는 오히려 한국에서 자살하는 사람 수보다 적습니다. 가난한 이슬람 국가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가진 것도 없고 건강하지도 못한 수많은 백성들이 오히려 더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테러를 비롯해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악한 세력과 강하게 싸워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자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악이 계속될 것입니다. 악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천연자원 풍부한 파키스탄 경제 낙관

그는 한국에서 무슬림에 의한 테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이면서 외국인이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파키스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천 달러가 채 안 되지만 앞으로 정치·경제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물질적인 부요가 행복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파키스탄의 경제개발 진도는 한국보다 나아 언제가 따라잡을 것으로 봅니다. 파키스탄은 한국보다 더 많은 천연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정치적인 문제가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죠. 그래서 파키스탄은 평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파키스탄 경제는 OK입니다. 근본적으로 파키스탄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죠. 한국은 외국 경제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약점이라고 봅니다."

곧 60을 바라보는 그는 건강을 자신하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앞으로 20년은 더 가게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 할랄은 무슬림을 위한 제품 야신 씨의 할랄마트 가게 안에 진열된 상품들. 할랄은 무슬림에게 허용된 식품이나 잡화를 총칭하는 말로 거의가 이슬람 국가에서 수입해 온 제품이다.

할랄은 무슬림을 위한 제품 야신 씨의 할랄마트 가게 안에 진열된 상품들. 할랄은 무슬림에게 허용된 식품이나 잡화를 총칭하는 말로 거의가 이슬람 국가에서 수입해 온 제품이다. ⓒ 허성수


덧붙이는 글 성남광주신문에 게재
#무하마드 야신 #할랄마트 #경기 광주 #이슬람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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