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면접과 지방대 할당제는 KBS 인력 구조를 무지개처럼 다양하게 만들었다. 사진은 취업 준비생들이 한 취업박람회에서 상담 및 면접을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블라인드 면접은 말 그대로 학벌과 지역 차별의 근원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력서에 적혀 있는 출신 지역, 출신 학교를 모두 지워버리고 선발을 하는 것이다. 차별의 근원이 되는 출신 지역과 학교에 눈을 감아버리는 선발제도다.
우리나라처럼 출신 지역에 대한 지역감정이 뿌리깊은 나라에서, 그리고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 취업과 취업 후 승진과정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선입관과 고정관념이 뿌리 깊은 나라에서, 그것을 근원적으로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런 차별의 요소에 대해 눈을 감는 것(블라인드), 차별의 근원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 블라인드 제도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 왔다.
첫째, '명문대'로 일컬어지는 '스카이'(SKY.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독점 체제가 해체됐다. 내가 취임하기 전, KBS 신입사원의 80% 안팎이 '스카이'를 비롯한 극히 일부 대학의 독점 체제였다고 인사팀에서 내게 말해주었다. 그런데 블라인드 면접 이후 명문대 독점률은 30%도 되지 못했다. 재임 5년 동안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을 모두 606명(기자, 아나운서, 피디, 경영, 기술) 뽑았는데, '스카이' 합격자는 175명(고려대 68명, 서울대 57명, 연세대 50명)으로, 전체의 28.8%에 그쳤다. 놀라운 변화였다.
둘째, 이렇게 '명문대' 독점체제가 해체되자, 고용의 기회와 혜택이 나머지 대부분 대학으로 넘쳐흐르는 이른바 '스필 오버'(spill-over)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블라인드 면접 도입 이전, KBS 합격자를 낸 대학 숫자는 20개 대학을 조금 넘었다. 2001년과 2002년, 각각 21개 대학, 2003년 24개 대학에서 합격자를 냈다. 그런데 재임 5년 동안 합격자를 낸 대학의 숫자는 아래 표에서 보는 대로, 무려 81개(2개 고교 포함)로, 전국 각지에서 고르게 합격자가 나왔다. 무지개처럼 아름다웠다.
이렇게 수많은 대학에서 합격자를 낸 요인으로는 블라인드 면접에 더하여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바로 KBS 지역방송에 근무하는 제작인력(기자, 피디, 아나운서)을 뽑을 때, 그 지역 대학의 학생을 의무적으로 50% 뽑도록 하는 지방대 할당제였다. 본사 인력을 제외한, 지역 인력에 대해 부분적으로 실시한 지방대 할당제였는데도, 그 효과는 놀라웠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의 경우, 전체 합격자 253명 가운데 지방대 출신 합격자 수는 31명으로 10.3%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재임 5년간 지방대 출신 합격자는 전체 합격자 606명 가운데 189명을 차지해 그 비율이 31.1%로 껑충 뛰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