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박근혜의 재벌규제책이 강하다"고?
-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며, 박 후보의 '가짜 경제민주화' 두둔
지난 10일 2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다"고 주장했다. '줄푸세'란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 당시 박 후보가 내세운 공약으로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겠다'는 것의 줄임말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구분된다. 반면 경제민주화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양극화 심화 등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대기업 등 시장에 대해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박 후보의 '줄푸세' 정책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부자증세와 대기업 규제 완화 등으로 이어져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러나 박 후보는 "'줄'에 해당하는 감세는 현 정부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 중심으로 상당 부분 실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인세의 경우 감면액 증가분의 96%가 대기업에 돌아갔고, 소득세 감세액의 60%가 연간 55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등 부자와 대기업에게 혜택이 쏠려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초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하며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이끌겠다고 나섰던 박근혜 후보는 △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반대 △ 기존순환출자 해소 반대로 선회하며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를 저버렸다. 더 나아가 이날 토론회에서는 "과도한 재벌 죽이는 정책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잠재성장률 저하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재계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나서 '경제민주화' 실현 의지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12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박 후보가 TV토론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다"고 말한 점을 지적하며 '심각한 논리적 모순'(한겨레), '경제민주화 흐름에 맞지 않다'(경향)고 비판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박 후보가 재계의 대변자가 됐다"며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박 후보의 경제정책을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며 "재벌 규제책이 강하다"고 띄웠다.
<'줄푸세'는 친재벌 정책 경제민주화와 정반대>(한겨레, 1면)
<친재벌 본색 드러낸 박근혜의 '줄푸세 경제'>(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1면 <'줄푸세'는 친재벌 정책 경제민주화와 정반대>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TV토론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다고 말한 것을 두고 "야당과 전문가들이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하면서 여야가 공방을 펼쳤다"고 전했다. 보도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다고 하는 것은) '물과 불은 같은 것으로 본다'고 말하는 것", "줄푸세는 5년 전 감세와 기업규제 철폐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신자유주의 풍조가 만연할 때 나온 정책이고,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신자유주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민주당 이정우 경제민주화 위원장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의 비판을 실었다.
기사는 "박 후보의 줄푸세 기본방향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혜택이 주로 재벌들에게 돌아갔다"며 "우리 경제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민생은 위기를 맞는 등 경제민주화가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설 <친재벌 본색 드러낸 박근혜의 '줄푸세 경제'>에서는 "(토론회에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색한 것을 넘어 재계의 대변자, 재벌의 동반자가 됐음을 거리낌 없이 보여줬다"면서 "순환출자나 비정규직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는 재벌 이익단체인 전경련의 논리를 그대로 따와 재벌을 두둔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서 중소기업과 서민, 중산층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것은 재벌에 유리한 규제 완화와 1% 부유층의 주머니만 불리는 부자감세 때문"이었다면서 "박 후보는 이런 폐해를 시정할 생각은커녕 재벌 중심의 성장에 낙수효과라는 낡은 패러다임으로 회귀한 것", "박 후보의 미래는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지하경제 양성화' 주장은 세수 확보 구체적 실천 방안 없어>(경향, 4면)
<유권자들은 어떤 경제민주화를 바라는가>(경향, 사설)
경향신문은 4면 <박 '지하경제 양성화' 주장은 세수 확보 구체적 실천 방안 없어>에서 박 후보가 10일 TV토론에서 경제민주화 의지를 강조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구호와는 차이가 있어 실천의지에 의구심도 제기된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 마련이나 기존 순환출자 인정, '줄․푸․세' 기조 유지 등 방법론이 부족하거나 실제 경제민주화 흐름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표 경제민주화'가 저울대에 오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설 <유권자들은 어떤 경제민주화를 바라는가>에서는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해법을 두고, 박 후보는 출총제 부활과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반대하는 반면, 문 후보는 찬성한다면서 "두 후보의 차별성이 확연히 드러난 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사설은 "우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재벌 총수가 스스로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도록 하는 게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경제민주화 취지에 더 맞다고 본다"며 기존 순환출자 해소 입장을 가진 문 후보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박․문 경제정책 15개 따져보니…박 10개, 문 7개 MB정부와 유사>(조선, 3면)
조선일보는 3면에 <박․문 경제정책 15개 따져보니…박 10개, 문 7개 MB정부와 유사>라는 기사를 내놨다. 이명박 정부와 박․문 후보의 경제정책 공약을 비교한 결과 박 후보는 10개 정책이 유사하고, 문 후보는 7개 정책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두 후보 간 혹은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 기사이다.
이 기사의 맹점은 두 후보의 경제 정책을 구분없이 나열한 채로 유사 정책 개수를 판단했다는 데 있다. 선거에서 주요한 화두인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출총제나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재벌규제 대책'과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된 '부자감세'에 대한 입장이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며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기사는 이명박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2010년 이후부터 '동반성장 정책'이라고 내놓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부활' 등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라고 포함시켜놓고, 이들에서 '유사성'이 보인다는 해괴한 논리를 편 것이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놓으며, 출총제 부활과 기존순환출자 등에 반대해 경제민주화의 한 축인 재벌규제와 개혁을 버린 '가짜 경제민주화'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 비해 강한 재벌 규제책을 펴고 있다"는 한국정책학회 교수의 발언을 실으며, 마치 박 후보가 강력한 재벌 규제책을 내놓은 것인양 보도했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경제정책 차이를 비교하며 어느 후보가 재벌개혁에 적극적인지, 부자감세에 반대하는지를 명확히 따지는 것을 피해 이명박 정부를 끼워 넣으면서 박 후보의 '가짜 경제민주화'가 재벌 규제책이 되는 양 호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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