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거리 약 887 Km 가서라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

대통령 선거의 추억- 역사는 정녕 반복되는가!

등록 2012.12.14 18:23수정 2012.12.14 18:24
0
원고료로 응원
엊그제 제가 현재 살고있는 미시간주의 앤아버 에서 출발하여,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까지, 한국의 대통령선거 부재자 투표를 위해 다녀왔습니다. 왕복거리는 약 887 Km 로 자동차로 8 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되었습니다.  당일, 투표장에 도착해서, 제가 아주 먼 길을 왔노라고 조금 우쭐해서 얘길 했더니, 선거 참관인 한 분이 하신 말씀이 "이번 투표를 위해서 편도, 열 시간 이상을 운전해서 오신 분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자동차로는 너무 멀어서, 아예 비행기를 타고 오신 분들도 있었다."  는 말을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비록 이국땅이지만 이번 선거의 중요성과 참여열기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80년대 초에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세대로써, 아직도 87년도의 대선을 잊지 못합니다. 아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수 많은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그 희생에 답하지 못한 양김의 분열은 참으로 뼈아픈 것이었습니다. 해방후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우리에게, 어쩌면 다시 민족사의 정기를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회한이 지금도 깊게 남아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가정처럼 부질없는 것도 없다지만, 만약 그때 양김이 단합하여 진정한 민주정부를 수립했더라면, 아마도 우리 역사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골 깊숙이 패인 지역감정이 모든 선거판을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여튼 민주화 운동의 양대 산맥인 양김은 그 후 결국 수구세력과의 결탁으로 차례로 집권했지만,  이질집단의 동거처럼 많은 한계를 노출했고, 결국 자녀들의 비리로 아쉬운 결말을 맞이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의 단초도 결국 이 분열주의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2012년 대통령 선거가 87년도의 대선의 재판이라고 봅니다. 그때는 우리 지도자의 역량의 한계로 분열했지만, 이번에는 안철수 라는 "신사" 의 페어플레이로 정말 기적처럼 단일화를 이뤘습니다.  우리는 12월 19일 저녁, 온 국민이 TV 앞에 앉아 가슴졸이며 개표결과를 주시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대통령 선거의 최후의 승자는 안철수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진흙탕속에 핀 연꽃처럼, 이전투구의 우리 정치판에 새로운 전통을 확립한 선구자 임에 틀림없습니다.    

서울 시장 선거의 양보에 이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써, 또 한번의 양보는, 그동안 우리 정치에 대한 불신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쾌거였습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으리라 믿습니다.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이란 간디의 말처럼,  감동의 정치가  바로 그로 말미암아 시작되었고, 그래서 더욱 안철수 라는 지도자의 역량과 무게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합니다.

87년 대선 실패후, 작금,  25년의 세월은 안철수의 등장으로 인해 허송세월이 아니었음을, 우리 역사는 증명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지도자들은 정말로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들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이 대답할 차례입니다. 

현 집권여당이, 왜 그토록 "투표시간 연장" 에 사활을 걸고 반대했는지를, 꿰뚫어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한표 한표가 우리의 역사를 바꿉니다. 과거로의 회귀냐, 미래를 향한 진일보냐를 결정할 그날이 다가 옵니다.  부디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덧붙이는 글 한겨레와 경향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87년 대선 #안철수 후보 #2012 대통령 선거 #친일파 #부재자 투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 평생 없는자들 편에 같이 서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2. 2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3. 3 광주 찾는 합천 사람들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 행사해달라"
  4. 4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5. 5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