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 날인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중학교에 마련된 삼성2동 제3투표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투표하기 위해 이동하며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어떻게 될 것 같나, 나는 좀 떨린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가 18대 대선 투표일인 19일 오후 기자에게 한 말이다.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에 새누리당이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투표율 70%'를 예상하고 있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투표율에 대해 "70%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투표율은 이 같은 예측을 뒤집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전국 투표율은 59.3%를 잠정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 당시 같은 시각 투표율(54.3%)보다는 5%p 높은 수치다.
이에 새누리당은 '비상'이 걸렸다. '투표율 70%'를 예측했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자신의 명의로 당 조직국 번호를 통해 주요 당직자들에게 '투표 독려'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문자 메시지에서 "비상입니다, 투표율이 심상치 않게 높습니다"라며 "TV방송에서도 예전과 달리 투표 독려 방송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지지층을 투표케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지지층을 향해 투표를 독려하도록 주문한 셈이다.
일부 투표 독려 메시지나 투표 독려 전화는 당 출입 기자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기자에게 "매우 치열한 접전 상황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투표해 주십시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은 이날 일찌감치 투표를 마치고 이날 오후 6시까지 지역구에 잔류하면서 투표 독려활동을 명받은 상황이다. 박근혜 후보 캠프 명의로 투표 독려하는 전화도 마찬가지다. 기호를 밝히거나 박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내용은 없지만,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이다.
노골적인 지지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도 발송됐다.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 명의로 발송된 문자 메시지에서는 "아직 투표하지 않으셨나요? 주변에 투표하지 않으신 분은 없나요? 문재인 측은 투표 당일인 오늘도 지지호소 문자를 보내며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온갖 네거티브와 불법 선거를 자행하는 세력에게 나라 맡길 수 없습니다, 안보와 경제, 민생을 걱정하는 당신의 목소리를 소중한 한 표에 담아 주십시오"라고 적혀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높은 투표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박선규 대변인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가 국민적 관심과 새 정치에 대한 열망 속에 치러지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밝혔다.
투표율이 수직상승한 것에 대해 '오후 3시 이후'를 봐야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오전 "오후 3시는 지나봐야 투표율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4시께 당사 기자실을 찾아, "대구경북 지역에서 투표를 많이 한 것 같다, 원래 호남보다 10% 포인트 정도 적게 투표율이 나타났는데 현재 비슷하다"며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 "대구경북 지역의 젊은이들이 투표를 많이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는 "그래도 대구경북의 젊은 사람들도 다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후보 측의 투표 독려 행위에 대해서도 날선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문 후보 본인이 직접 불법 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의 삼성동 코엑스 투표 참여 독려에 대해 "사실상의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집회는 투표를 독려하는 행사 형태였지만 실제로는 문 후보를 찍자고 결의하는 행사다, 대다수 참석자가 문 후보 지지하는 뜻에서 노란색 목도리를 둘렀고 문 후보도 노란색 목도리를 두르고 나와 자신을 찍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떤 대선후보도 선거일에 집회에 참석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한 적이 없다, 모두 점잖게 투표한 다음 최종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면서 "그것이 대통령 후보의 품격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한편,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이정현 공보단장, 안형환·이상일·박선규 대변인 등 최소 당직자들만 나와 있다. 김 본부장은 전날 각 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에게 현장을 지킬 것을 지시했다. 박 후보도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삼성동 자택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민주당] "투표율 높으면 유리하지만, 보수층도 총결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