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도시 울산 표심, 누구에게 향했나

[분석] 노동자 표 결집 못한 민주당, 일부 흡수한 새누리당

등록 2012.12.20 12:04수정 2012.12.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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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1일 오후 2시]

 19일 오후 6시 방송3사 출구조사 발표가 나온 후 울산 남구 신정동 민주통합당 울산시당에서 결과를 지켜보던 송철호(오른쪽) 변호사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19일 오후 6시 방송3사 출구조사 발표가 나온 후 울산 남구 신정동 민주통합당 울산시당에서 결과를 지켜보던 송철호(오른쪽) 변호사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석철

65일째 현대차 비정규직 두 노동자가 철탑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는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희비의 교차가 더욱 컸다.

울산은 대선을 앞두고 현대차 철탑농성뿐 아니라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다 징역 1년을 구형받은 북구 진보구청장, 원전에 둘러싸인 도시 환경 등 갖가지 사안이 쟁점화 됨으로써 대선 결과가 주목됐다. 또 지역 대학의 청소노동자와 비정규직 대표를 표방한 두 무소속 후보의 완주까지 겹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이런 점이 감안된 듯 울산의 투표율은 78.5%로 전국 75.8%보다 높았고, 특히 고공농성장이 있는 북구의 투표율은 80.2%로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개표 결과 울산은 박근혜 후보가 59.78%, 문재인 후보는 39.78%를 얻었고 울산과학대학 청소노동자인 무소속 김순자 후보는 0.21%(1436표), 무소속 김소연 후보는 0.06%(434)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표심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높은 투표율은 진보와 보수 모두의 결집 결과

개표 결과 진보 성향이 강한 북구가 80.2%로 투표율이 높았지만 그에 비례해 보수 성향이 강한 울주군의 투표율도 77.4%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이번 선거가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모두 투표장으로 달려나가게 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때 울산지역 투표율은 70%였다. 이중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26만7737(52.87%),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17만8584표(35.27%),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5만7786표(11.41%)를 각각 얻었다.

이어 2007년에 치른 17대 대선 울산 투표율은 64.6%로 낮아져(전국 투표율 63%)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3.97%, 이회창 후보가 17.52%를 얻어 민주당 정동영 후보의 13.64%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8.40%)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5.51%)의 표도 만만찮았다.


이번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울산에서 얻은 59.78%의 표는 16대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얻은 52.87%나 17대 때 이명박 후보가 얻은 53.97%보다 개별적인 비교에서는 앞서지만, 17대 때 이명박(53.97%)+이회창(17.52%) 후보가 얻은 보수표의 결집(71.49%)보다는 낮았다.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후보가 울산에서 40%에 근접한 39.78% 지지를 얻었다는 데 위안을 삼는 분위기다. 19일 밤 민주통합당 울산시당에서 개표 현황을 보던 한 민주당 인사는 "여태것 투표한 것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위안을 삼았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는 16대 때 노무현 후보가 얻은 35.27%보다 높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11.41%를 울산에서 얻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면서 민주당이 희망했던 반사이익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선일을 이틀 앞둔 지난 17일 새로 당선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을 비롯한 울산지역 노동자들이 김소연 후보 지지선언에 서명하고 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이정희 후보 사퇴후 노동자의 표가 민주당에 대거 흡수되지 못하는 요인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소연 후보는 전체 울산 유효득표수 69만2433표 중 고작 434표(0.06%)만을 얻는 데 그쳐 상당수 노동자의 표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돌아갔을 것이라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주목되는 점은 울산 동구의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규직(2만여명)보다 하청노동자(2만8천여명)가 많은 지역특성이 반영된 듯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44.33%에 이르렀고(박근혜 후보 55.15%), 현대자동차가 있는 북구도 문재인 후보가 45.75%의 비교적 높은 득표율을 얻어(박근혜 후보 53.76%)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울산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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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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