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교역처, 한국인 수송 기사 집단 해고

GPS 불법 부착해 감시하고, 초과근무수당 환급 소급해 적용

등록 2012.12.24 20:49수정 2012.12.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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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으로 먹고 살다가...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면 학자금을 지원해주고, 근무가 편할 줄 알고 작년 부산에서 인천 부평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17일자로 최종 해고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미군 놈들 지겨워 고향으로 내려갈랍니다."

인천시 부평구 소재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에서 일하던 이아무개씨의 한숨 섞인 말이다. 캠프마켓은 주한미군의 물품을 보급하는 기지다. 미군의 주식인 빵도 날마다 전국의 주한미군기지에 공급한다. 이씨는 보급 차량을 운전했다.

지난해 6월, 캠프마켓에서 보급품 수송 직원들이 집단 해고됐다. 주한미군 교역처(AAFES: 미 육·공군 복지지원단)가 캠프마켓 소속 수송 직원 29명을 '출장지 숙박 허위 영수증 제출'이라는 이유로 해고한 것이다. 교역처는 같은 해 6월 10일자로 신규 운전자 모집을 공고해 인력을 충원했다.

이씨는 해고된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인천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1년 6개월 만에 고향으로 내려간다. 해고된 이들의 빈자리를 차지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해고된 것이다.

불평등한 SOFA 때문에 한국 법에 호소하지도 못해

 인천시 부평구 소재 부평미군기지 전경 일부. 사진 속 컨테이너 차량에 지피에스(GPS)를 부착해 한국인 운송 노동자들의 동선을 파악한 것이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인천시 부평구 소재 부평미군기지 전경 일부. 사진 속 컨테이너 차량에 지피에스(GPS)를 부착해 한국인 운송 노동자들의 동선을 파악한 것이다. <부평신문 자료사진>한만송

교역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운행하는 수송차량에 몰래 지피에스(GPS: 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기를 부착해 수개월 동안 감시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내세워 이씨와 함께 근무한 수송 기사 16명과 배차 담당 1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교역처는 지난 8월에 전국 미군기지 피엑스(PX)에 물건을 배달할 1종 대형면허 소지자 20여명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채용된 이들은 9월부터 캠프마켓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씨 등이 돌아갈 자리는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씨 등은 이게 불법 해고인지 아닌지 가려달라고 법에 호소하지도 못했다. 불평등한 소파 (=SOFA:한미행정협정) 때문이다. 특히 교역처는 대한민국 현행법을 위반해 이들의 행적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취재 결과, 교역처 소속 미국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캠프마켓에서 운행하는 차량에 불법적으로 GPS 기기를 부착해 이들의 행적을 감시해왔다. 교역처는 휴식시간 '오전 15분, 점심시간 30분, 오후 15분'을 지키지 않아,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됐다는 이유로 이들을 해고했다. 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받은 초과근무수당은 2000달러 정도다. 1인당 몇 만원에서 10여만원을 초과근무수당으로 불법 수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량에 GPS 기기를 몰래 부착해 감시한 것은 우리나라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이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15조(위치정보의 수집 등의 금지)에 따르면, 재난 기관 등에 의한 긴급구조 상황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교역처는 지난 6월 이전까지 수송 기사들에게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안전을 위한 서행운전만을 강조했다. 아울러 교역처는 지난 6월에 휴식시간 '오전 15분, 점심시간 30분, 오후 15분'을 지키겠다는 서명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지난해 11월부터 수송 기사들이 수령한 초과근무수당을 환급하라고 통보했다. 소급 적용한 셈이다.

"강압적 방법 동원해 서명 강요"

또한 교역처 소속 미국인들은 강압적인 방법으로 수송 기사들에게 '초과 근무수당을 불법으로 수령했다'는 서명을 받은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해고 통지를 받은 기사들과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주미노조)은 "보안관(=교역처 소속 미국인)이 '징계가 없을 것이니, 조사 내용을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지 말 것'을 서명까지 받았다. 또한 불러다 놓고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 이상을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다그쳤다"고 했다.

또한 "'돈만 회수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회유해 초과 근무수당을 불법적으로 수령했다는 서명까지 받기도 했다. 해고된 박아무개씨는 캠프마켓에서 생산하는 빵 하나를 먹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부평지부 조합원들이 작년 7월 28일 부평미군기지 출입구에서 집회를 개최, 주한미군 교역처가 최근 수송 직원들에게 통지한 해고 예고는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결국 해고가 됐다. 주한미군 8군 법정에서 2명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됐지만, 주한미군은 이들 모두를 해고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부평지부 조합원들이 작년 7월 28일 부평미군기지 출입구에서 집회를 개최, 주한미군 교역처가 최근 수송 직원들에게 통지한 해고 예고는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결국 해고가 됐다. 주한미군 8군 법정에서 2명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됐지만, 주한미군은 이들 모두를 해고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한만송

"주한미군, 금융위기 이후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주미노조는 해고 통보에 대해 부당해고라고 항의했지만, 교역처는 합당한 해고라며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주미노조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교역처 최고 책임자 면담 등을 요구했는데, 한 달이 넘어서야 면담이 이뤄졌다"며 "면담에서 교역처 관계자는 'GPS 기기 부착은 운전대가 아닌 차량 밖에 부착한 것이라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주한미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적으로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감원하고 있다. 임금도 몇 년째 동결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지난해에도 '출장지 숙박 허위 영수증 제출'이라는 이유로 캠프마켓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수송 기사 29명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역처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계속 돌리고 있다. 이번에는 불법적으로 GPS 기기를 부착해 그것을 근거로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했다"며 "주한미군은 부대 안의 노동환경을 계속적으로 악화시킴으로써 퇴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캠프마켓에 근무하는 한 보안관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 할 수 없다"고 통화를 거부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GPS #주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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