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절규하는 노동자에게 가야 합니다

[주장] 재벌들 만날 때가 아냐... 노동자 죽음 외면한 대통합은 없다

등록 2012.12.27 16:00수정 2012.12.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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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분!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힘이 되어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희망을 놓을 때가 아닙니다. 긴 어둠이 끝나면 새벽이 오는 법입니다. 서로 보듬어 주시고,스스로에게도 위로를 주십시오. 최선을 다 했다, 좀 더 시간이 걸릴 뿐이다, 라고요..."

박근혜 당선인님, 이 글은 18대 대통령직을 두고 경쟁했던 문재인 전 후보가 잇단 노동자들 죽음을 아파하면서 쓴 글입니다. 박 당선인님이 당선된지 일주일 만에 벌써 노동자 다섯이 숨졌습니다. 지난 21일에는 한진중공업의 복직노동자 최강서씨, 하루 뒤인 22일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직노동자인 이운남씨, 같은날 서울민권연대 최경남 청년활동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자로 오신 예수님 탄생일인 성탄절에는 이호일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대지부장이 숨졌습니다. 죽음으로 가는 길이 투신과 번개탄이라는 것만 달랐을 뿐입니다. 스스로 생명을 끊은 것은 아니지만 26일 밤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호일 전국대학노조 한국외국어대지부장의 빈소를 지키던 이아무개 수석부지부장(50)도 숨졌습니다.

노동자가 일주일새 이렇게 생명을 끊거나 숨진 것인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노동자들 삶은 피폐할해도 피폐해져, 절망이라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중 만약 박 당선인이 아니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삶이 하루아침에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박근혜 보다는 문재인이 조금 더 낫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18대 대통령은 박근혜이지, 문재인이 아닙니다. 그럼 죽음 앞에 선 노동자들을 살리는 길은 박 당선인님 손에 달렸습니다. 방법은 어디 있을까요? 의외로 단순합니다.

18살 박근혜와 18살 여공들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에서 한 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일요일에는 쉬게하라!"라고 절규했습니다. 그 이름은 전태일입니다. 공교롭게도 당선인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였습니다.


박 당선인은 1952년생이니, 18살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자신을 불태울 때 여공들 평균 나이가 18살이었습니다. 참 묘합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같은 나이에 어떤 이들은 여공이 되어 하루 18시간 이상 꽉막힌 곳에서 일하고, 어떤 이는 대통령 아버지를 만나, 청와대에서 안락하게 살았습니다. 저는 그런 삶 자체를 두고 옳고 그름을 논할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딸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정책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박정희 시대는 개발독재로 노동자들이 아닌 자본가를 위한 노동정책이었다면, 박근혜 시대는 자본과 노동이 더불어 함께 가야 합니다.

앞에서 전태일 열사가 몸을 불사를 당시 여공 평균 나이가 18살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저는 더 어린 아이들을 노동현장에서 만났습니다. 1986년 겨울 아주 짧은 기간동안 가방을 만드는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90% 이상이 중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여동생과 4살 터울입니다. 그런데 여동생보다 어린 그 여학생들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픕니다.

바로 이들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발전한 것을 박 당선인은 기억해야 합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경제 기초를 낳았고, 밥먹게 해주었다는 자부심이 강하겠지만 이들 여성노동자들이야 말로 우리나라 경제 초석이었습니다. 1970년 때 18살이었다면 올해 예순 한 살입니다. 1986년 중학교를 졸업했다면 마흔을 갓 넘겼습니다. 이들이 기억하는 18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박근혜 당선인이 발걸음 해야 할 곳은 따로 있다

자기 자식들은 결코 자신의 18살과 다른 삶을 살아가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2012년 부모뻘이 된 그들 노동자들은 아직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다가가 결국 삶의 끈을 스스로 놓았습니다. 박 당선인은 그 때는 대통령 딸이었고, 지금은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들은 아직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들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십시오. 42년 전 전태일 열사가 외쳤던 '근로기존법'만이라도 제대로 준수하면 됩니다. '자본가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아니라 생명을 놓아버리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먼저 생각하십시오. 어제 재벌 회장들을 만났습니다. 먼저 노동자들을 만나기를 바랐던 이들을 낙담시켰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한진중공업해고 노동자 그리고 생명을 놓은 장례식장에 가서 머리를 숙이고, 해결 방법을 같이 찾자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삽니다. 더 이상 노동자들 죽음은 안 됩니다. 이들 죽음을 외면한 국민대통합은 없습니다.
#노동자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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