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기자 마음대로 고른 올해의 책을 소개합니다

<큐레이션> <좌파하라> 등

등록 2012.12.31 16:39수정 2013.01.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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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책 100권 읽기. 그리고 그 절반인 책 50권 이상에 대한 서평쓰기.'

약 7~8년 전 어느 해,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이런 목표를 정했었는데, 그후 매년 100권 읽고, 50권 (서평)쓰기를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올해도 '알라딘' 구매 내역과 <오마이뉴스> '책사랑' 등 여기 저기서 그냥 받은 책들을 모아보니 100권을 훨씬 넘는 것 같습니다. 개인 블로그를 살펴보니 올해 서평을 쓴 책도 50권이 조금 넘었습니다. 2012년을 보내면서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 10권을 선정해볼까 합니다.

우선 올해 읽고 서평을 쓴 책 중에서 기억에 오래 남고 남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을 모두 골라봤습니다. 마음 가는대로 그냥 막 골랐는데 딱 20권이 골라졌습니다. 이 20권은 특별히 어느 한 분야의 책도 아니고 모두 베스트셀러였던 책들도 아닙니다.

대체로 제 관심을 반영하는 정치와 시사 분야의 책이 많이 있고, 드물게 고전에 속하는 책들도 있으며, IT 분야의 최신 흐름과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책들도 있습니다. 20권의 목록만으로도 한 해 동안 제가 관심가졌던 분야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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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골라 뽑은 올해읭 책 후보작 20권 ⓒ 이윤기


이 20권의 책중에서 10권을 책을 골라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제가 썼던 서평을 되새기면서 가장 마음에 깊이 남는 책, 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으로 10권으로 다시 추려봤습니다.

20권의 목록 중에서 한 권, 한 권을 골라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10권의 목록에 포함시키지 못한 책 중에서 김두식 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 서명숙의 <식탐>,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들이며 2012년의 베스트셀러에 드는 책들입니다.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역시 자본주의라는 괴물의 탄생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흥미진진한 책이었고, 신조어를 탄생시킨 <피로사회> 역시 자본주의를 사는 개인들의 자기 착취 현상을 규명한 놀라운 책이었습니다. 또 지난해와 올해는 유독 핀란드·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교육을 소개한 책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이야기는 닮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블로거이자 탐사보도의 진수를 보여주는 재미 언론인 안치용이 쓴 <씨크릿 오브 코리아> 역시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과 그 자녀와 가족들 그리고 정치권력자들과 재벌들의 부도덕한 해외 재산과 투기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탈리아 판 나꼼수라고 평가할 수 있는 <진실을 말하는 광대>는 부패한 정치권력에 맞서는 코미디언의 유쾌한 정치투쟁을 소개하는 책이며, 베트남 전쟁의 새로운 진실을 보여주는 <전쟁의 슬픔>은 소설 중에 유일하게 20권 목록에 포함된 책인데 아쉬운 마음으로 골라낸 책입니다.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읽을 수 없는 베트남 전쟁의 속살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다큐멘터리처럼 소개하는 미국 만화가 조 사코의 최신작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역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역사와 분쟁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한 책인데 역시 아쉬운 마음으로 골라냈습니다. 

그리고 20권의 목록에서 빠진 책 중에 캐나다의 사회주의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의 연설문을 만화로 꾸민 <마우스랜드>는 짧은 연설을 통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해주는 책입니다.

내 맘대로 뽑은 올해의 책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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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고른, 내 맘대로 뽑은 올해의 책 10권 ⓒ 이윤기


20권 중에서 다시 골라 낸 '내맘대로 고른 올해의 책' 10권은 바로 위의 이미지로 보시는 책들입니다. 정보 과잉시대에는 구글 검색보다 인간 큐레이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역설한 <큐레이션>은  SNS 시대엔 누구나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책입니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건을 계기로 핵발전의 거짓을 폭로하는 <원자력의 거짓말>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모든 원전을 멈추고도 '블랙 아웃' 같은 대란이 일어나지 않는 일본의 사례를 과학적으로 해명해주는 책입니다.

폭력·섹스 장면보다 더 위험한 TV의 실체를 파헤친 책 <TV의 무서운 진실>도 10권 중에 포함되었습니다. <TV의 무서운 진실>이 포함된 것은 매년 TV 끄기 운동을 하고 있는 저의 개인적인 관심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TV 때문에 라이프 스타일이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을 해 본 분들, 유치원·초등학교 시기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소셜네트워크와 정치변동>은 드물게 정치학 전문 연구자들이 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 SNS시대의 또 다른 명암과 정치변동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살펴본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한편 아이폰5 출시 이후 신통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의 미래를 예측한 <아이클라우드 그 다음의 충격>은 스마트폰 그 이후의 세상을 예측해보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연말 대선에서 패배하고 난 뒤 꼭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 바로 <민주주의에 반하다>입니다. 시민 불복종과 시민의 직접행동 그리고 직접 민주주의가 대통령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책입니다.

조금 다른 관점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나꼼수에 열광하기 보다 자본의 실체에 주목하고 계급갈등에 주목하라는 박노자의 제안이 담긴 <좌파하라> 역시 '나꼼수'에 열광하던 저 같은 얼치기 진보가  대선 이후에 꼭 다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놈놈놈>은 2012년 대선을 일찌감치 문재인-박근혜의 대결로 예측한 국내 시사블로거계의 최고수 '아이엠피터'가 쓴 정치·인물평전 입니다. 저자는 올해 다음뷰 블로거 대상을 수상하였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가장 영향력 있는 1인 미디어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9평 하우스>와 사람도서관을 소개하는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는 다른 책들에 비하여 가벼운 책들입니다. <9평 하우스>는 건평 9평 만으로도 충분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건축 사례를 모아 소개한 책입니다.

쇼와 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마스자와 마코토의 9평 주택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으며, 다양한 실제 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 책인데, 아파트를 벗어나 언젠가 집을 짓는다면 이런 집을 짓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는 책 대신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 사람이 가진 삶의 경험과 인생 역정 그리고 그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읽는다는 새로운 발상을 전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 책'이 될 만한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지역 사회에서도 '사람책 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012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돌아보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관심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좌파하라 - 박노자, 처음으로 말 걸다

박노자.지승호 지음,
꾸리에, 2012


큐레이션 - 과감히 덜어내는 힘

마이클 바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2016


#서평 #책 #리뷰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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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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