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새해에도 어김없이 피어나겠지?

[포토에세이] 2012년을 보내고 2013년을 맞으면서

등록 2013.01.01 14:17수정 2013.01.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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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철쭉의 꽃눈에 눈꽃이 피었다. 봄꽃을 품은 겨울, 그래서 추위도 이겨낼 수 있다. ⓒ 김민수


2012년, 좋은 일들 있으셨느냐고 묻기엔 다소 무거운 겨울이었습니다. 2013년이라는 시간이 익숙해질 즈음이면 봄이 올까요? 그러길 바라면서도 차마 묻지 못하고 마음을 추스르는 분들 모두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가고 봄이 올 것이라고 희망의 언어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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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추운 겨울, 알알이 붉은 열매들이 봄꽃처럼 달려있다. ⓒ 김민수


한동안 모든 것이 다 싫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추스르고 살아가지 않으면 무너져버릴 것 같아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추위가 유별난 겨울을 보내면서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칼바람을 문풍지로 막아봅니다. 정말 따스해진 것인지, 몸을 움직여서인지, 햇살이 따스해진 때문인지 따스하다는 기분이 듭니다.

2012년의 끝자락인 31일,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동네 공원이라도 서성거릴 요량으로 집을 나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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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햇살에 쌓인 눈 녹여내고 아주 조금 흰눈의 흔적만이 나뭇가지에 남아있다. ⓒ 김민수


공원 정자 곁에는 산수유 나무 하나가 있습니다. 다른 산수유 나무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유난히도 붉은 열매가 가득합니다. 지금 이 계절에도 여전히 남아 붉은빛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레드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한다 생각했는데, 난데없는 붉은빛이 지난 대선정국을 물들이더니만 결국 붉은빛이 승리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레드콤플렉스'가 아니었나 봅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붉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분단상황을 이용해서 자기의 이익을 탐하는 이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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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하얀 눈 위에서 쉬고 있는 낙엽, 저 낙엽이 흙으로 돌아갈 즈음 봄이 올 것이다. ⓒ 김민수


겨울에 꽃눈을 틔우고, 봄이 새순을 내고, 여름 강인한 푸름, 형형색색의 가을을 보내고, 이제 흙으로 돌아갈 즈음 그의 빛깔은 흙을 닮았습니다. 저 낙엽이 온전히 흙이 될 무렵이면 봄이 오겠지요.


어쩌면, 순리를 따라 저렇게 썩어지지 않아 우리의 역사는 제자리를 맴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권력만 쫓아다니는 해바라기들, 변절자들이 여전히 한 자리씩 차지하는 세상인 것을 보면, 사람들이 저 떨어진 낙엽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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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열매 달랑 하나 남겨진 붉은 열매, 하얀 겨울에 붉은 열매는 매혹적이다. ⓒ 김민수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었을까요? 이제 마지막 남은 저 열매를 간직한 나뭇가지의 마음은 어떨까요? 홀가분할 수도 있을 터이고, 아쉬울 수도 있을 터입니다. 애써 맺은 열매, 그것을 자기 홀로 다 취하지 않고 그 누군가를 위해 나누고, 그를 통해 또다른 생명을 그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피워내는 기적, 그 기적이 이 작은 열매 속에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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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철푸른 나무의 이파리도 추위에 초록의 빛을 잃었다. ⓒ 김민수


차라리 추운 겨울이면 이렇게 눈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따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철이파리를 달고 있는 나무, 그 나무의 두터운 이파리도 겨울이 매서운지 초록의 빛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압니다. 아무리 매서운 추위라도 넉넉히 이겨내는 나무들이 더 많을 봄이 오고야 만다는 것을. 우리네 역사도 그렇지 않을까요? 조금 더딜 뿐이지요. 봄이 오기 전 꽃샘추위 한 번 매섭게 온 셈 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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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나뭇가지를 놓고 눈 위에 기대어 쉬는 열매, 지난 계절 열매를 맺느라 수고가 많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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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차마 떨구지 못했던 이파리가 뒤늦게 단풍이 들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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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얀 눈을 소복하게 이고있는 나뭇가지들, 몇 차례나 더 눈을 이고 녹여야 봄이 올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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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겨울하늘은 유리창처럼 맑고, 흰눈이 쌓인 들판은 눈부시다. ⓒ 김민수


겨울 속에도 많은 색깔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가는 것과 오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봅니다. 보내면서 맞이하는 봄, 저 열매들도 새봄에 피어날 꽃눈이 더는 간지러워 못견딜 즈음이면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입니다.

그런 것이지요.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조금 길어도 다 지나가는 것, 하루하루 살다 보면 한 해가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는 것입니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공평하게 그렇게 지나가는 것입니다.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팁 : 흰 눈이 쌓인 겨울에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다소 어둡게 나옵니다. 그때에는 AE브라게팅을 1정도 높여놓고 담아보십시오. 그러면 쨍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송년 #새해 #산수유 #열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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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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