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는 없는 지식, 궁금하면 펼쳐봐

[서평] 괴짜 교양사전 <한국의 모든 지식>

등록 2012.12.31 17:35수정 2012.12.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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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모든 지식>은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고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았던 진실, 한국의 역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뽑고 가려서 엮은 60가지의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 임윤수


1. 임금 인하 절대 반대 2. 무리한 해고 반대, 해고수당 지급 3. 대우 개선 4. 일요일, 기타 휴일에 임금 지급 5. 야간작업 폐지(부득이한 경우 임금 1할 증급) 6. 공장제도 불충분으로 인한 직공의 시간 착취 반대 7. 제화 재료 배급 실시 및 배금의 공평 8. 작업으로 인한 상해 보상 및 치료비 지급 9. 기계 수선 및 수선비 직공 분담 철폐 11. 징벌 업무정지 또는 벌금 제도 폐지 12. 불량품 배상 제도 철폐 13. 보증금 제도 철폐 14. 도구의 무상 대부 15. 청소, 기타 무임 노동 철폐 16. 연말 상여금 지급 17. 산전산후 3주간 휴양 및 생활비 지금 18. 수유 시간의 자유 19. 파업 중 직공 모집 반대 20. 단결권, 단체계약권의 확립 - <한국의 모든 지식> 514쪽

살갗을 에듯 부는 한겨울 칼바람, 철탑에 올라서거나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어느 노동자가 사측에 요구하는 내용처럼 보입니다. 맞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1년, 평양 을미대 지붕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던 강주룡(1901∼1932)이 사측인 평원고무에 요구한 내용입니다.  


최초의 여성 노동운동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강주룡이지만 사실은 노동운동가가 아니라 사람다운 삶을 꿈꾸는 참된 인간의 전형입니다. 자신만의 안락, 자신만의 복지를 요구한 게 아니라 노동자들 역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을 요구하였던 한 명의 여성에 불과합니다.

조선시대 노비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직장 임신부

지난 28일, 어느 법무법인 대표변호사가 자기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성 변호사가 혼인을 하고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휴직을 하게 해 부당하게 여성을 차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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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새누리당 행사장처럼 보이지만 강제철거를 반대하며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상인들이 지난 7월 서울역 광장에서 벌리던 시위 현장입니다. ⓒ 임윤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조차도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휴직을 당하는 게 대한민국 직장 여성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남녀평등이란 말을 넘어 여성상위시대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는 요즘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이 정도라면 그 옛날, 칠거지악과 삼종지도가 여성의 덕목으로 손꼽히던 시대를 살던 여성들은 어떤 대우, 어떤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을까는 어림하는 것조차 겁이 납니다.

게다가 반가의 여성도 아니고, 쌍놈의 여성도 못 되는 천민, 그지없이 천하게 취급받던 노비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비(婢, 여자 노비)라면 출산 휴가는커녕 아이를 낳자마자 물 긷고 길쌈질이라도 해야 목숨을 연명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비록 그 신분이 노비일지언정 아이를 낳은 어미에게는 출산을 전후해 약 3개월간의 출산휴가가 주어졌고, 남편에게도 열흘간의 출산휴가가 주어졌습니다. 출신과 신분을 달리하는 사회였지만 출산을 얼마나 대단한 일로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노비에게도 출산 휴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비婢, 즉 여자 종은 출산 전 한 달, 출산 후 50일의 휴가를 받았으며, 그 남편에게도 산후 10일간의 휴가를 주었다. 이에 비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떤가? 신분증에 노비라고 씌어 있어야만 노비가 아니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 모두가 노비임을 기억해야 할 일이다. - <한국의 모든 지식> 207쪽

진짜 알아야 할 60가지 지식에 담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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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모든 지식> 표지 ⓒ 서해문집

조금은 해괴망측해 보이는 이런 지식, 저자 스스로 '괴짜 교양'이라고 일컫는 지식들은 김흥식 지음, 서해문집 출판의 <한국의 모든 지식>에 실린 내용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의 저자이기도 한 김흥식이 지은 <한국의 모든 지식>에는 진실과 진짜를 바탕으로 한 60꼭지의 글이 지식으로 실려 있습니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고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았던 진실, 정론에서는 외면당하고 직필에서는 따돌림 당하던 역사적 사실들, 뒤안길처럼 취급되던 사회적 이슈에 담긴 시대적 의미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정조는 이렇게 신속하게 추진하면서도 백성들에게 뉴타운 개발의 폐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했으니 역시 뛰어난 지도자였다.
첫째, 옛 수원읍 백성들의 이전 비용으로 금 10만 냥을 하사하였다.
둘째, 수원부 옥에 갇혀 있던 모든 죄수들을 특사로 풀어주었다.
셋째, 새로 조성되는 읍에 거주할 농민들에게 향후 10년 동안 면세 조치를 취하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조치를 통해 백성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돌아가지 않도록 하였으니, 겉으로만 민의를 내세우는 작금의 위정자들에게 뉴타운이니 신도시니 하는 단어를 허락하는 것조차 욕된 느낌이다. - <한국의 모든 지식> 20쪽

장준하 선생의 죽음에 가려진 진실로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사상계', 최초의 신도시 건설이라 할 수 있는 화성성 조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화성성역의궤', 새로 출발하는 정권이나 관료들이 새겨듣고 또 새겨들어야 할 '수령칠사', 집단철거에 따른 잔혹사라 할 수 있는 '무등산 타잔' 등에 관한 내용은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도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 불행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의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수령칠사, 즉 수령이 행해야 할 일곱 가지 일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수령칠사는 한마디로 수령으로 부임한 관리가 힘써 행해야 할 '일곱 가지 업무 지침'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수령칠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상을 융성하게 해야 한다.(중략)
둘째, 가구 수를 늘려야 한다.(중략)
셋째, 학교를 일으켜야 한다.(중략)
넷째, 군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중략)
다섯째, 부역을 공평하게 부과하여야 한다.(중략)
여섯째, 소송을 간명하게 축소할 것.(중략)
일곱째, 향리의 교활하고 간사한 버릇을 종식시키도록 할 것.(생략) - <한국의 모든 지식> PP202∼205

역사는 미래를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과거의 일들을 하나하나 경험해가며 과실을 따질 수는 없을 겁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의 선정은 계승하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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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타잔으로 불리던 박흥숙을 살리기위해 ‘무소불위의 권력 소유자인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에게 보냈던 탄원서의 행방과 처리가 궁금합니다. ⓒ 임윤수


수령칠사의 내용과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당면하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경제, 인구(출산), 교육, 국방, 세금, 법질서, 토착비리 근절이야말로 정치권이나 관료들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정책 지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모든 지식이라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무자비한 철거에 항거하던 박흥숙,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생활을 하던 박흥숙은 진짜 간첩을 신고하며 자수하지만 결국 '체포'로 조작되며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그때 조직된 '박흥숙 구명을 위한 회'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 소유자인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에게도 탄원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18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된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그때 박순천, 김옥길 등 63명의 인사들이 낸 탄원서를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를 알 수 없고,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조치를 하였는지가 궁금해 지는 건 지식에 대한 목마름인지 아니면 비틀어 보고 싶은 심사 때문인지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세상에는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과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지식, 마지막으로 알면 해가 되는 지식이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가리고 가려서 뽑은 60개의 지식, <한국의 모든 지식>에 담긴 내용들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꼭 챙겨서 반드시 알아야 할 시대적 지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한국의 모든 지식>┃지은이 김흥식┃펴낸곳 서해문집┃2012.12.20┃값 1만 8000원

한국의 모든 지식

김흥식 지음,
서해문집, 2012


#한국의 모든 지식 #김흑식 #서해문집 #수령칠사 #박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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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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