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배우기가 어렵다면? 우쿨렐레 강추요

우쿨렐레 동아리 '우케랑'

등록 2013.01.01 15:19수정 2013.01.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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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쿨렐레 동아리 ‘우케랑’ 회원들. 왼쪽부터 차범주 강사, 황미순·구미경·손미현·홍신정·최재남씨

우쿨렐레 동아리 ‘우케랑’ 회원들. 왼쪽부터 차범주 강사, 황미순·구미경·손미현·홍신정·최재남씨 ⓒ 심혜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뛴다. 무료한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 무언가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하나같이 이야기 한다. "정말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신나는 문화공간 '놀이터'(남동구 간석동 소재) 소속 우쿨렐레 동아리 '우케랑'(회장 구미경) 회원들의 이야기다. 우케랑은 구미경(48ㆍ십정2동) 회장이 2011년 7월 같은 이름의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inukulelove/)를 개설하며 시작했다. 일 년 반이 지나는 사이 회원은 16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중 일주일에 한 차례 연습실에 모이는 이들은 30여명 안팎. 대부분 직장인이라 일을 끝낸 저녁시간에 우쿨렐레를 배운다.


통통 튀는 맑은 소리, 배우기도 쉬워

우쿨렐레는 기타보다 작은 악기다. 기타는 여섯 줄인데 비해 우쿨렐레는 단 네 줄이다. 게다가 쇠줄이 아닌 나일론 줄이어서 손가락 끝에 물집이나 굳은살을 남기지 않는다. 코드도 간단해 아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줄 수가 적어 다양한 음역을 표현할 수 없는 단점은 여러 대의 우쿨렐레로 보완한다. 우쿨렐레는 소프라노ㆍ콘서트ㆍ테너ㆍ바리톤 등 여러 종류가 있어, 여럿이 모이면 풍부하고 다채로운 표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구 회장은 오카리나를 배우다가 우쿨렐레에 관심을 가졌다. "6년 전부터 오카리나를 배웠는데, 연주 방식이 단조롭다고 느꼈어요. 우연히 우쿨렐레 소리를 들었는데 오카리나와 함께 연주하면 좋을 것 같아 배웠죠."

구 회장은 학원을 찾았다. '생 초보'였던 구 회장은 세 달 사이에 우쿨렐레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통통 튀면서 맑은 소리가 기분을 밝게 해주더군요. 이 좋은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집했죠."


자녀 결혼식에 깜짝 축하공연 열기도

최재남(57ㆍ주안동)씨는 2011년 10월 구 회장의 소개로 동아리에 들어왔다. 직장을 퇴직하고 주민자치센터에서 강좌를 듣고 있던 때였다. "베이비시터, 호텔 룸 도우미 과정 등 실용적인 수업을 들었어요. 처음에 우쿨렐레 동아리를 소개받고 솔직히 나이가 많아 망설였어요. 늦게 배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는 건 아닐까 해서요."


하지만 구 회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우케랑에 발을 들였다. "(우쿨렐레가) 생각보다 배우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경쾌한 소리가 맘에 들었고요" 최씨는 내친 김에 이듬해 3월, 딸의 결혼식장에서 축하 연주를 하기로 맘 먹고 동아리 회원들과 연습에 돌입했다. 우케랑의 첫 공연이었다.

"딸에게 미리 말하지 않고 깜짝 공연으로 준비했어요. 노래 '사랑하는 마음'과 성가 곡을 준비했는데, 딸이 깜짝 놀라며 눈물을 흘리더군요. 제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이후 가족이 모이면 축가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한답니다."

황미순(50ㆍ부개동)씨는 우쿨렐레를 배우기 전까지만 해도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도 없었다. 장애인학교 교사인 그는 악기를 배워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2011년 가수 '하찌와 애리'가 전국을 돌며 우쿨렐레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거다' 싶었다. 당장 악기를 구입하고, 인터넷으로 배울 곳을 찾았다. 그러다 우케랑과 인연을 맺었다.

"배우기 쉽고 악기가 작아 가지고 다니기 쉬운 것이 우쿨렐레의 매력이에요." 그는 예체능시간에 아이들과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악기에요. 여든 살이 넘어서도 우쿨렐레 연주를 할 거예요."

기타 포기하며 받은 상처, 우쿨렐레로 싹~

a  ‘우케랑’ 회원들이 글로리병원에서 공연하고 있다

‘우케랑’ 회원들이 글로리병원에서 공연하고 있다 ⓒ 심혜진


홍신정(42ㆍ부개동)씨는 자녀와 갈등으로 우울증을 겪던 중 우쿨렐레를 알게 됐다. "구 회장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어요. 어느 날 우쿨렐레 동아리를 만들었다며 배워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배우는 걸 원래 좋아해서 별 생각 없이 시작했어요."

대부분 우쿨렐레가 배우기 쉬운 악기라고 하지만 홍씨 얘긴 조금 다르다. "전 악보 볼 줄도 모르고 박자 감각도 없어요. 그래서 배우는 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저보다 한참 뒤에 들어온 후배보다 못하면 창피하기도 하죠. 그래도 계속 나오는 이유는, 함께 연주를 하니까 조금 틀려도 크게 티가 안 나고, 그냥 넘어갈 수 있어서예요. 무엇보다 우쿨렐레를 치면 우울했던 마음이 즐거워져요."

손미현(37ㆍ부평1동)씨는 주민자치센터에서 통기타를 배우다 포기한 뒤 우쿨렐레를 만났다. "통기타는 손가락도 아프고 코드 잡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런데 우쿨렐레는 코드도 간단하고 손가락도 안 아프더라고요. 기타를 포기하며 마음 한편이 씁쓸했는데 우쿨렐레를 배우면서 다 사라졌어요"

그는 이어 "기타를 배울 때와는 달리 이곳은 동아리여서 그런지 회원 사이에 소통이 잘 돼서 좋아요. 친근감도 생기고요. 이곳에서 연습하고 수다도 떨고 나면 일주일 동안 사는 힘을 얻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우쿨렐레 오케스트라 만드는 게 꿈

우케랑은 그동안 봉사활동으로 열다섯 차례나 공연을 했다. 인터뷰를 한 12월 28일도 글로리병원에서 개최한 '글로리은빛축제' 무대에 섰다. 구 회장은 "그동안 인천지하철 부평시장역이나 공원, 작은도서관 행사 등 우리를 찾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연주했어요. 실력이 썩 좋진 않지만 우리의 즐거운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우케랑은 새해엔 동아리 창단 후 첫 정기연주회도 열 계획이다. "대단한 걸 보여주기보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 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연주회를 만들고 싶어요. 가족과 친구들도 초대해 그동안 연습한 모습을 보여줘야죠."

구 회장의 목표는 앞으로 열성 회원 50명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음역대의 우쿨렐레로 오케스트라와 같은 멋진 화음을 만들어보고 싶어서다. "많은 인원이 무대에 나와 우쿨렐레 연주하는 모습을 봤어요. 멋있고 감동적이더군요. 언젠가는 우리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우쿨렐레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우쿨렐레요? 생활의 활력이죠" "제 비전이에요" "삶의 동반자에요" "쉼터랍니다."

'꼬마 기타' 우쿨렐레는 이들의 커다란 열정을 받아 안기에 충분해 보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인천우쿨렐레동아리 #우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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