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원유철·이재영 의원과 함께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46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경기 평택 쌍용차 앞 송전탑을 방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송전탑 앞 천막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을 만나 고공농성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이경태
이 같은 상황은 이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이 이날 현장방문 자체를 회사 임원진과 기업노조 집행부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현재 쌍용차 사측과 정리해고 사태 새로 꾸려진 기업노조 집행부는 국정조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이날 공개한 현장방문 일정에는 고공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정문 앞 송전탑 방문 일정이 없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현장방문 일정을 마친 뒤 식사 중 서용교 의원 등 동행 의원들의 건의를 받고서야 송전탑을 방문했다.
송전탑 방문에 앞서 만난 회사 임원진과 노조 집행부 역시 쌍용차 사태를 노사 자율로 해결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는 이 원내대표를 만나, "저희가 안에 근무하는 4700명과 저희 협력업체, 부품업체 등 11만 명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면서 "지금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한구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이 부분을 널리 혜량하셔서 경영에만 전념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즉, 쌍용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11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위협받는 경영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규한 쌍용차 기업노조 위원장도 "일련의 사태들로 쌍용차가 많이 주목받고 있지만 어찌 됐든 노사가 현명하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이 슬기롭게 헤쳐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게 정치하시는 분들의 덕망이지 않나"고 말했다.
특히 그는 "힘의 논리에 의해서 정치인이 원하는 목적에 의해서 (쌍용차 사태가) 해결된다면 또 다른 쌍용차 사태가 우려된다, 어느 일방의 목소리만 듣지 마시고 어떤 것이 진정하게 쌍용차를 살리는 것인지 생각해달라"며 "대한민국의 떼 쓰고 억지를 부리는 노조 운동은 잘못됐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회사 정문 앞 송전탑 등에서 농성을 벌이며 국정조사를 벌이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단 주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들의 얘기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그는 이 대표이사에게 "사회적으로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퇴직자 복직 문제에 혹시 회사에서 특별한 사정이 계시는지, 무슨 방법이 없는지, 혹시 저희들이 해야 될 일은 없는지 그런 것을 알아보려고 왔다"면서 "여러분이 얼마나 힘드시다는 것을 저도 기업에 있어봐서 잘 안다, 회사의 위치가 자동차 산업계에서 유리한 위치도 아닌 상황에서 그런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을 잘 유지해 가면서 하시는 데에 대해서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의 얘기에도 "위원장이 말한 맥락에 대해 저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정치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여러분들이 큰 일을 하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쌍용차 국정조사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방문"... 반대 명분 쌓기? 이 같은 사측과 노조의 주장을 듣고 난 뒤 현장방문단이 내놓은 결론은 예상대로 모호했다. 사실상 야권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현장방문이나 다름없었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평택시갑)은 이날 노사 양측과 비공개 면담을 거친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충분히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유일 대표이사 등 경영진 임직원으로부터 회사 상황을 보고 받았고 노조의 입장과 현재 조합원 상황을 들었다"며 "충분히 (상황을) 인지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국정조사와 관련된 것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대선 전 국정조사를 약속했는데 노사 얘기를 듣고 한 발 물러서기로 한 건가"란 질문에 "최종 판단은 이한구 원내대표가 하실 것"이라며 "쌍용차와 관련된 국회의 여러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기 위해서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고 답했다. "대선 전 국정조사 약속이 유효한 것인가"라고 거듭 질문 받자, 원 의원은 "(국정조사 약속은) 환노위 차원에서 한 것 아닌가"라며 "제가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비켜섰다.
그러나 원 의원과 함께 배석한 김규한 위원장은 "정치권의 도움보다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이 원내대표 등에게) 전달했다"면서 국정조사 반대 뜻을 전달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정감사 이후 쌍용차 매출량이 상당히 감소됐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쌍용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무너질 것으로 보여 그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이나 정치하시는 분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십사 부탁했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자 복직 추진? 국정조사 안 받으려는 면피성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