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와 자매결연" 대구시 거짓홍보로 망신

[단독]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자매결연 체결하지 않아"

등록 2013.01.07 12:04수정 2013.01.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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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이탈리아 밀라노시를 자매도시로 소개하고 있는 홈페이지 화면.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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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는 이탈리아 밀라노시와 1998년 12월 14일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 조정훈


대구시가 세계적 섬유패션도시로 도약시키겠다며 야심차게 준비했던 '밀라노 프로젝트'가 87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실패한 가운데 이탈리아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998년 12월 14일 당시 문희갑 시장을 비롯한 학계, 경제계, 문화예술계 등 39명이 이탈리아 밀라노시를 방문해 자매결연 조인식을 갖고 교류협력 기본원칙을 정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후 대구시 누리집에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홍보하고 대구섬유산업을 21세기 첨단·고부가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정부와 대구시, 섬유업계가 공동으로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밀라노시와 맺은 협약은 자매결연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시는 1998년부터 무려 14년 이상을 자매결연을 맺지 않았으면서도 자매결연을 맺은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당시 문희갑 시장은 밀라노시를 방문해 가브리엘레 알베르디니 밀라노 시장과 '양 도시 간 자매결연의 체결을 희망한 1989년 4월 22일자 공동선언에 유념하여 양 도시가 아래와 같이 발전될 수 있는 관계를 맺기로 합의하였다'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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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1998년 12월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시와 발전될 수 있는 관계를 맺기로 한 공동선언문. 하지만 이 선언문 어디에도 자매결연을 맺는다는 말은 없다. ⓒ 조정훈


이 서명문에서는 ▲ 양 도시 시민 사이의 상호이해와 우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경제, 교역, 관광, 문화, 예술, 스포츠, 교육, 행정과 같은 각종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 위에 언급된 분야의 구체적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선언문에 있는 '1989년 4월 22일자 공동선언'은 당시 박성달 대구시장이 밀라노시를 방문해 파울로 필리테리 시장과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두 도시 간 자매 관계의 초기 결론에 대한 진지한 노력의 필요성에 동의한다(Both Mayor agrees on the necessity of sincere efforts for an early conclusion of sisterhood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cities)"는 내용을 두고 한 말이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자매결연 체결하지 않아"

하지만 이 선언문 어디에도 자매결연을 맺는다는 말은 없다. 단지 자매결연을 맺기로 한 공동성명에 유념해 양 도시 간에 서로 발전될 수 있는 관계를 맺기로 합의한 것 뿐이다.


이후 대구시는 자매결연을 맺었다며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야심차게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정부도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산업자원부가 사업추진 권한을 대구시로 이관하고 첨단 섬유도시건설 특별위원회와 섬유산업 발전전략 기획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자매결연은 우호협력관계보다는 한 단계 높은 관계를 뜻한다. 우호협력관계는 의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지만 자매결연의 경우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구시는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며 대구시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밀라노시는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밀라노시와 대구시의 입장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실무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당시 자매결연을 추진하는데 역할을 한 한 인사는 "당시 민선자치단체장 초기 단계라 한국대사관에서 주도했다"며 "대구시는 시의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밀라노시가 시의회 승인을 받았는지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또 자매결연을 맺은 후 지속적인 교류가 있어야 했지만 그 이후 거리가 멀고 유럽쪽이라 좀 소홀했다고도 밝혔다.

결국 자매결연을 맺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정작 밀라노시와는 교류도 하지 않은 것이다.

대구시는 밀라노와 자매결연을 맺은 게 아닌 단순한 우호협력을 체결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구시 국제통상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2월경 자매결연 활성화를 위해 밀라노시에 연락을 취하자 밀라노시에서 자매결연 도시가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밀라노시는 자매결연을 체결하기 전에 우호협력도시 체결을 먼저 하는데 당시 대구시가 그걸 모르고 자매결연을 체결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구시는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자매도시로 체결된 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도 대구시와 밀라노시가 자매결연을 체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탈리아 대사관은 "1989년 대구시 상공회의소가 밀라노 상공회의소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적은 있지만 대구시는 자매결연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쟁이 됐다", "너무 황당해 말이 안 나온다"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실무적으로 추진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우선 우호관계를 추진하고 다시 자매결연을 맺으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매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자매도시인 것처럼 버젓이 누리집을 통해 홍보해 시민을 속이고 국제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난이 높다.

대구에서 섬유수출업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32)씨는 "이탈리아 바이어를 만날 때마다 밀라노가 대구의 자매도시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는데 본의 아니게 대구시 때문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며 "엄청 화도 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당시 대구시의회 의장으로 밀라노시를 방문했던 이성수 대구시의원은 "너무나 황당해 말이 안 나온다"며 "이제까지 대구시가 거짓말을 하면서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거리"라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회 권기일 위원장도 "대구시가 자매결연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구시의회에는 단 한 번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문제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대구시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공을 들여 추진해왔던 밀라노 프로젝트는 문희갑 전 시장이 물러난 이후 조해녕 시장을 거치면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대구의 주력업종에서도 벗어났다. 이후 김범일 시장이 들어선 이후에는 이 사업이 실패한 사업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밀라노 #자매결연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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