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실 알렸더니 피해자까지 '해임'?

공기업 내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 두고 '논란'

등록 2013.01.10 11:03수정 2013.01.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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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지역공대위 관계자가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공기업 정문 앞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해임조치한 데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역공대위 제공


충남의 한 공기업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해외 교육훈련 중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나 가해자와 함께 해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성추행 사건 해결을 위한 충남지역공동대책위원회'(아래 지역공대위)에 따르면 여직원 A씨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에서 3주간 교육훈련을 받는 도중 숙소인 호텔방에서 직장 상사인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귀국 직후 사측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으나 쌍방 합의를 종용할 뿐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이 회사의 본사 감사팀은 A씨와 B씨가 3주간의 해외교육일정 중 3일만 교육을 받고 나머지 일정은 개인 여행을 다녀왔다며 근무지 이탈과 허위 문서 작성 등 이유로 조사를 벌였다. A씨는 조사과정에서 본사 감사팀 관계자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B씨도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합의 종용하고 회사 누리집에 인신공격성 글 방치"

사측은 지난해 11월, 1차 징계위를 통해 A씨와 B씨를 모두 해임 조치했다. A씨에 대해서는 근무지 이탈과 허위 문서 작성, B씨에게는 근무지 이탈과 성추행이 각각 적용됐다. A씨는 해임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지역공대위 측은 성추행 사건 처리과정과 가해자와 피해자를 똑같이 해임처분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역공대위 측은 사측이 가해자에 대한 성추행 및 해임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A씨가 2차 피해를 당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았다는 이유로 또 다른 직원인 C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인신공격과 협박에 시달렸다는 것. A씨는 직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악성 소문에 시달렸다. 특히 회사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피해자를 공격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성격의 글들이 올라왔지만, 사측은 이를 방치했다.


본사 관계자는 "조사 결과, C씨가 피해 여성에게 심한 욕설과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돼 '감봉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개별여행 연수방식은 관행" 지적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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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지역공대위 관계자가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회사 정문 앞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해임조치한 데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역공대위 제공

이에 따라 지역공대위 측은 10일 예정된 징계위원회를 연기하고 먼저 성추행 건을 종결한 후 근무지이탈 건을 별도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추행 사건과 근무지이탈 건을 뭉뚱그려 처리하면서 피해자에게 고용상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사측은 "성추행 건과 근무지 이탈 건이 별도로 처리해 왔고 10일 열리는 징계위원회도 성추행 건과는 관련이 없는 만큼 연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공대위는 성추행 피해자를 근무지이탈 건으로 해임 처분한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3주간 해외교육훈련 중 상당기간을 개별여행 형식으로 진행해 온 것은 수년 동안의 회사 관행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회사 내에서 있었던 다른 사건에 대한 처리 사례에 비춰볼 때 양형 기준이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공대위 관계자는 "근무지 이탈 건으로 해임한다면 이제까지 해외연수를 다녀온 모든 직원들을 다 해임시켜야 형평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추행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일한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징계위원회 강행"... 1인 시위 및 본사 정문 앞 기자회견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회사 규정상 무단결근 7일이면 해임 사유에 해당된다"며 "A씨는 해외교육계획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해임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개별여행식 해외교육훈련이 관행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 해외교육 참가자에 대해서도 별도 조사를 벌여 문제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역공대위는 지난 7일부터 충남 보령에 있는 회사 앞에서 피해자 명예회복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이를 위한 2차 징계위원회 연기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이들은 사측이 징계위 강행입장을 밝히자 10일 오전에는 서울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지역공대위는 이 공기업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추행사건과 관련, 지난해 12월 17일 전국여성연대 등 20여 개 노동·여성·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성추행 #보령화력 #중부발전 #피해자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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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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