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 "1학년 때 빵점만, 그래도 어머니는 좋아하셔"

생명존중시민포럼 생명토크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 강연

등록 2013.01.14 09:18수정 2013.01.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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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행복해야 한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항상 앞서야한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빵점만 받았다. 딱 두 번 35점과 7점을 받았는데, 어머니께서 굉장히 좋아하셨다. 야단도 치지 않으셨다. 그것을 지금은 이해한다. 어머니가 까막눈이어서 아들이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셨던 것이다."

동화작가이면서 '변산반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철학)가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강연한 내용이다. 윤구병 박사는 지난 12일 거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박종훈 생명존중시민포럼 상임대표와 대담했다. 생명존중시민포럼이 세 번째로 생명토크를 벌였는데, 윤 박사가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대담한 것이다.

a  생명존중시민포럼은 12일 오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생명토크 행사를 열었다. 이날 윤구병 전 교수(오른쪽)는 박종훈 대표(왼쪽)와 대담을 벌였다.

생명존중시민포럼은 12일 오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생명토크 행사를 열었다. 이날 윤구병 전 교수(오른쪽)는 박종훈 대표(왼쪽)와 대담을 벌였다. ⓒ 생명존중시민포럼


'보리출판사' 대표인 그는 "출판사에서 항상 책을 만들 때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낼 가치가 있는지 고민부터 한다"고 말했다.

"나무와 인간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나무와 우리는 목숨을 주고받는 관계다. 생명은 또 다른 말로 목숨이다. 들숨과 날숨을 합쳐서 목숨이 된다. 이때 날숨에 섞여 있는 이산화탄소를 받아서 나무가 자랄 수 있고 나무가 뿜는 산소로 우리가 활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목숨을 나누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그루를 이용하여 책 한권을 읽으면 어린이들이 열 그루 이상을 심을 수 있는 마음을 내도록 책을 만들었다."

윤구병 박사는 "아버지가 속담을 믿으셨던 것 같다. 아들은 서울로 보내야한다는 믿음에 의해 저는 서울로 가게 되었다"면서 "시골에서 살았을 때는 좋았는데 서울에 가니까 이질감이 느껴졌다. 표준어도 잘 못 알아듣겠더라"고 말했다.

a  생명존중시민포럼은 12일 오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생명토크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생명존중시민포럼은 12일 오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생명토크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 생명존중시민포럼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이 공부를 못할 때는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한다. 아이들은 우주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이나 주변의 윽박지름에 의해 주눅들어 공부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정말 참되게 살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까막눈인 어르신들이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말하고 글도 책도 그렇게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참말'과 '거짓말'에 대해 설명했다. 윤구병 박사는 "참이라는 말이 무엇인가? 참과 거짓을 가리는 기준은, '있는 걸 있다' 하고 '없는 걸 없다' 하는 게 참말이고, '있는 걸 없다' 하는 게 거짓말"이라며 "그러나 참말을 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서 임금님에게 참말을 못했던 그 이유는 두려워서,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이 참말만 하도록 가르친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면, 그 이유는 혼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내지마라. 그래야 아이의 소망이 뭐고, 진정으로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무엇을 해야 행복한 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주고자 한다. 좋고 나쁨은 무엇으로 가리느냐? 있을 것이 있으면 좋은 것, 없을 게 없으면 좋은 것. 반대가 나쁜 것이다. 좋은 세상에는 전쟁, 억압, 착취, 이기심, 이런 게 없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눈에 띄면 부지런히 없애고 나쁜 것이라고 가르쳐야한다. 그러면 점점 사회가 밝아지고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다. 그래야 우리가 겪는 불행한 고통을 아이들은 겪지 않을 것이다."

"생명체의 본질은 자율성 ... 자연스러운 것이다"

질문이 쏟아졌다. 학부모들로부터 쪽지로 받아 박종훈 대표가 대신 묻기도 했다.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윤구병 박사의 설명은 간단했다.

"생명체의 본질은 자율성에 있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사람한테는 자율성과 자유로 나타나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그런 자율성으로 집중력이 생기게 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게 된다. 자유롭게 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에 맞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잔소리 하지 말고 아이들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아이들은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말을 한다. 아이들은 떼를 써도 꼭 필요한 말만 한다. 옛날에는 어르신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그런 이야기 속에는 수천년 속에 이어진 지혜가 담겨있다. 그래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 삶에 필요한 슬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 줘라."

a  생명존중시민포럼은 12일 오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생명토크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생명존중시민포럼은 12일 오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생명토크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 생명존중시민포럼

이에 "자유로운 아이들은 예의 없게 될 수도 있지 않느냐? 너무 잡으면 위축 되는 거 같고 너무 놓아 주면 예의가 없어 질 것 같다"는 질문이 나오자 윤 박사는 '자율'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아홉 형제 사이에서 자랐는데 밥상머리에서는 완전히 난리가 났다. 맛있는 반찬에는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자신은 막내니까 어머니의 보호 아래 먹을 수 있었는데 다른 형제들이 그 음식에 손이 닿으면 어머니가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손등을 때리기까지 하셨다. <도덕성의 발달>이라는 책이 있다. 열두살까지는 타율적인 도덕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일곱살까지는 일부러라도 자율성이라는 말 아래, 가만히 두는 게 아니라 사회생활에 도움 되지 않는 행동은 막아야 한다. 타이름을 통해 어렸을 때 엄격하게 해야 할 일을 일러 주고 모범을 보이고 어릴 때 버릇을 잘들여야한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할 나이가 됐을 때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는 데 까지 관여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엇나간다."

한 학부모는 "아이와 부모의 행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부모는 욕심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아이의 행복과 간극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윤구병 박사는 "놀게 하라"고 설명했다.

"요즘 휴일에 학교를 안가는 데 아이들하고 행복하게 보낸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잘 없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어려우면 아이들도 어렵게 생각한다. 아이들은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을 한 시간 정도로 끝내고 싶어 한다. 나머지는 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요새는 뛰어 놀 수 있는 시간도 공간도 잘 없어서 불행하다. 그래서 짜증도 부린다. 그래서 게임에 빠지게 되고 부모님은 그걸 못 봐주고 그래서 더 서로가 불행해진다. 손과 발을 놀게 하고 몸을 놀게 한다는 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때 '놀게 한다'는 이야기는 부지런히 일할 수 있는 일을 많이 주게 할수록 일거리를 척척 해낼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란다. 문밖으로 쫓아내면 서로 행복할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눈앞에 안보이고, 아이들도 잔소리 안 들어서 좋다. 그래서 밖으로 가는 게 좋다. 불행한 시간을 다 줄 일 수 있다. 산과 바다에 가서 놀면 더욱 좋다. 교과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 과감하게 놀려라. 문밖으로 쫓아내야 둘 다 동시에 행복해 질수 있다."

"서울대 출신, 열의 아홉은 범죄적 활동"

박종훈 대표는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의 욕심은 대학을 좋은 곳에 보내고 싶어 한다"며 "현실적으로는 그저 놀기만 한다면, 아이가 해야 할 공부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윤구병 박사는 자신이 한때 몸 담았던 대학에서 본 경험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이 있다. 그는 7살 때 일본 방송에서 제일가는 수학자가 낸 문제를 척척 풀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충북대 토목학과에 다녔다. 평범하게 다닌 것이다. 평균에 밑도는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았다. 그분이 강조한 게 집중력이다. 그래서 일부러 공부와 담을 쌓고 노는 동아리만 9개 가입했다. 사람은 도우면서 살아야하는데 자신은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해서 동무가 없었기에, 대학 다니는 동안에 사람 사귀고 노는 것을 익히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야 스스로 행복을 찾았던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서울대 출신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높은 직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열의 아홉은 범죄적 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의 어떤 분, 삼성의 어떤 분들도 다 법원에 왔다 갔다 했다. 왜 그런 사람들이 재판을 받는가?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이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많이 벌지만 범죄자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실제로는 행복하지 않다. 저는 지금 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 저는 행복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것이 엄청 중요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아이로 자라게 해야 한다. 아이들을 놀게 하라."

박종훈 대표는 "지금 교육제도가 잘못된 것을 알지만, 이상과 실상 사이의 괴리에서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또 그는 "지금은 아이들이 한 둘이니까 형제가 많았을 때의 장점을 현대사회에 끌어와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a  생명존중시민포럼은 12일 오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생명토크 행사를 열었다.

생명존중시민포럼은 12일 오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생명토크 행사를 열었다. ⓒ 생명존중시민포럼


윤구병 박사는 "옛날에는 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나면 경사였다. 온 마을 사람들이 그 아이의 성장에 보호자이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 주곤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부모의 일로 인해서 아이들이 관심 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 반에 40명 이상이 모여 있다. 그 많은 아이들을 선생님 한 명이 가르친다. 통제를 할 수 밖에 없다. 잘못된 교육환경이다. 아이들의 생명력이 줄어들고 자율성이 줄어 들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마음껏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제가 운영하는 '변산공동체'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 도서관도 있다. 자율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정말 좋은 도서관이 필요하다. 그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부모님이 도와서 봉사를 통해 좋은 도서관의 여건을 마련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나머지 시간은 마음껏 뛰어놀면서 손발을 놀려서 얻은 튼튼한 몸으로 얻은 것으로 또 집중하여 무언가를 하게 해야 한다.

공부를 해야 하는 강박관념은 두려움에서 생긴다. 부모가 가진 두려움에 의해서 대학에 가라고 강요하고 그래야만 성공한다고 말하며 획일적인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다룬다. 그러면 절대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아이들은 다양한 개성있는 존재다. 예를 들어 목공일이나 텃밭가꾸기 등 자신들만의 동아리를 이용하여 아이들이 마음껏 자율성을 기르게 해야 한다. 손발을 놀리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게 있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그것은 아이의 자율적인 선택이고 이전에 기른 집중력으로 그 당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억지로 시키면 집중력이 생길 수 없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머리 쓰는 시간을 무조건 3시간 이하로 줄이게 하라. 그래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아이들은 행복할 수 없다."
#생명존중시민포럼 #윤구병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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