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정 안돼'는 혹시 '난 몰라' 아닌가요

[인수위 일기] 기자들도 적응한 듯 "저희가 싫어요?"

등록 2013.01.16 13:56수정 2013.01.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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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일기]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혹은 '백브리핑', 즉 정식 브리핑 뒤 기자들과 주고받는 질의·응답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항상 강조하듯,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길지만 다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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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이틀째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윤창중 대변인이 박근혜 당선인 주재 인수위원회 전체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대통령직 인수위의 '철통보안'에 짜증 내던 기자들이 이젠 백브리핑에 재미를 느끼나 봅니다. 15일 오전 브리핑을 마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브리핑실을 나오자 어김없이 윤 대변인을 에워싼 기자들은 "더 이상 오지 마시라"는 상황에서도 "저희가 싫으세요?"라고 웃으며 포위망을 좁혔습니다.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변인은 인수위 트위터 개설과 국민행복제안센터 현황 등 인수위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들을 부각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딴 데 있었습니다. 첫째, 사퇴한 최대석 교수를 대신해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이 새로 임명되는가. 둘째, 정부조직개편안이 이날 안으로 발표되는가였습니다.

첫 번째 관심사에 대해 윤 대변인의 답변은 '인수위원 한 명이 없지만 외교·국방·통일분과 업무에는 차질이 없다',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등 내놓은 답변이 많지만, 아무리 곱씹어봐도 인수위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결정이 안 된 사안은 알리지 않겠다'는 게 인수위 방침입니다.

두 번째 관심사인 정부조직 개편안이 이날 발표되는지에 대해서도 윤 대변인이 알려준 건 없습니다. 다만 "정해지는 대로, 결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게 전부입니다. 윤 대변인의 백브리핑이 끝나고 한 시간여 뒤, 인수위는 오후 4시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윤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이도 저도 아닌 답을 주고 있던 시각에 정부조직개편안은 거의 결론이 난 상태였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쯤 되면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인수위 업무진행 상황을 알면서도 답을 주지 않는 건지, 모르지만 '모른다'고 할 수가 없는 건지.

아래는 15일 오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백브리핑 문답 내용입니다.

윤창중 대변인 : (기자들이 에워싸자) "더 이상 오지 마시고. 어! 또…"
기자 : 저희가 싫으세요?(웃음)
인수위 대변인실장 : (촬영 중인 카메라 기자에 양해 구하며) "지난번에 우리 협조 좀 요청했는데 ENG(카메라는 좀 꺼달라)… 백브리핑은 취재기자분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시는 것이 취지이기 때문에…."


최대석 인수위원 빈자리, 임명 하나 안 하나?

- 내일 통일부 업무보고인데 최대석 위원 후임 인사계획 있나요?
윤 대변인 : "그 문제는 궁금하시겠지만 어제 말씀드린 대로 추가 인선 문제는 포괄적으로 검토를 해서 저희들이 결정되는대로 말씀드리겠다."

- 인수위원이 되게 중요한 자리인데 업무보고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나요? 공백이 있다는 것은. 물론 없다고 하시겠지만.
"아… 그 답변(없다)으로 대체하겠습니다. 그 질문으로."

- 그럼 다시 여쭤볼게요.
"업무 공백은 차질이 없다고 합니다."

- 어떻게? 왜요? 총괄하시는 분이 안 계신데 지금.
"업무는 지금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분과 설명이 그런가요? 차질이 없다고?
"네. 그렇습니다."

- 차질이 없다는 얘기는 추가 인선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긴가요?
"아니요. 지금 그 공백을 메우면서 업무보고를 받는 데에는 차질이 없다. 이런 말씀입니다."

- 공백은 있는데 보고를 받는 거에는 차질이 없다?
"공백이 있는 게 아니라 숫자가 한 명이 줄었잖아요. 그것을 지금 감당할 수가 있다."

- 그럼 추가 인선이 없는 건가요?
"그 문제에 대해서도 제가 결정되면 알려드릴게요."

- 그럼 일단 내일까지는 없는 거죠? 없이 보고를 받는 거죠?
"어…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좀 지켜보세요."

- 추가 인선 여부 자체에 대해서 지금 결정된 게 없다는 얘긴가요?
"그렇죠. 추가 인선 여부를 포함해 포괄적인 문제가 결정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럼 '지금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가 정확한 말씀인 거죠?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 그걸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사퇴하신 지 시일이 좀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인선 여부조차도 결정이 안 나는 거는 어떤 원인 때문에 이게 미뤄지고 있는 거에요?
"그것도…, 당선인께서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결정되는대로 제가 발표하겠습니다."

- 청년특위 위원들이요. 인수위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나요?
"인수위 어디를 말씀하세요?"

- 아까 아침에 손수조씨가 '청년특위 세 명 정도가 자기들이 관심 있는 분과에 자유롭게 참석을 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유효한 건가요?
"어… 일단은 업무 보고에는 그 인수위 간사, 위원, 위원장, 부위원장 참석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예컨대 청년 문제에 관한 보고가 있을 경우에 소정의 절차를 밟아가지고 참석을 할 수가 있지요."

- 소정의 절차가 뭐에요?
"소정의 절차라는 것은 일단 회의를 간사가 주재하니까 분과별 간사에게 신청을 해서 총괄 기획조정 분과위에서 참석 여부를 결정해서 넘어가는 거죠."

정부조직 개편안은 "말씀드리기 어려워" 

- 부처 개편안(정부조직 개편안)이 지금 인수위 안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당선인에게 넘어간 상태입니까?
"넘어갔다 안 넘어갔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당선인과 여러 가지 소통을 하시겠죠."

- 지난 주말에 1차보고가 이뤄졌다는 그런 보도가 오늘부터 있었거든요. 그건 맞나요?
"1차, 2차 그렇게 따지는 것은 제가 볼때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수시로 말씀이 있겠죠. 그게 1차인지 2차인지 최종안인지를 따지는 거는 별 의미가 없다고 봐요."

- 정확히 그걸 지금 인수위에서 담당하고 계신 분들이 누가 계신 거에요?
"그것은 지금 다 업무 분장이 되어 있잖아요."

- (담당자들이 인수위로) 안 나오시고 다른데서 (작업을) 하신다는 얘기도 있는 거 같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 인수위 내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거에요?
"작업이요? 당연히 이뤄지고 있죠. 정부조직개편도 인수위 업무니까. 그렇죠?"

- 오늘 오전 브리핑에 진영 부위원장이 안 나온 이유는 뭔가요?
"지금 이 브리핑이요? 어제도 안 나왔잖아요."

- 어젠(14일) 오전에 오셨잖아요.(진영 부위원장은 14일 오후에 브리핑 했음)
"어제 오전에 왜 와요. 오후에 왔지. 이 격무 속에서 착각할 수 있어요. 나도 일요일에 나왔더니 계속 오늘이 수요일인 것 같애. 껄껄. 그만합시다."

- 5단계 프로세스(부처별 업무보고 → 분과위별 검토작업 → 국정기획조정분과위로 제출 → 국정기획조정분과위 총괄종합 → 당선인 보고)와 무관하게 당선인께도 수시로 보고가 올라갑니까?
"아… 5단계 프로세스. 그거 당연히 여러 가지 소통 채널을 하시죠. 당연히."

- 각 단계에서 보고가 된다는.
"아 당연히 보고가 되지요."

- 오늘 보안 서약 요구했다고 부처에 요구를 했다는 기사가 나갔는데 보안 서약까지 요구할 필요가 있나요? 부처에다가.
"보안 서약을 요구했다는 건 제가 확인을 못했습니다."

- 복지부에서 두 번 보고를 했다는 보도가 나갔는데 확인 좀 해주세요.
"그것은… 지금 이제. 저 카메라 안 찍기로 했잖아요. 그런 것은 지켜주셔야지. 내가 이 말씀 했더니 또 내가 뭐 한 거처럼 했는데… 서로가 좀 신사협정을 합시다. 어디까지. 뭐였죠?"

- 복지부요.
"아. 그 두 번 세 번 이것은 의미가 없어요. 제가 말씀드린 게 뭐냐면 보고를 받아서 인수위가 좀 더 알고 싶은 부분, 추가로 알고 싶은 부분은 수시로. 보고라는 일종의 관료적 용어를 써서 그런데 수시로 이렇게 소통을 받을 수 있는 거지요. 그래서 예컨대 보건복지부가 해당 분과위에 두 번 보고했다. 이것은 알고 보면 세 번 보고할 수 있고 네 번 보고할 수 있고 전화로도 보고할 수 있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죠. 제가 오늘 또 말씀드렸잖아요. 동시에 업무보고를 받는, 옆에 가서 물어보고 질문하고 그런 것도 제가 공개를 했잖아요. 그런 거죠.

- 국방부에서 추가로 보고한다는 얘기는 뭔가요?
"추가로 뭐 보고하고 안 보고하고 하는 말씀이 아니라. 제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정부 보고로부터 하자를 발견했다는 자세가 아니라 이거죠. 현 정부로서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의지대로 운영을 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그것을 경청하면서 정말 낮은 자세로 경청하면서 요것은 저희가 궁금하니까 추가로 좀 와서 얘기를 해주라든지 다른 통신수단으로 해주라든지 하는 거죠. 두 번 했다 세 번 했다는 것은 중요한 얘기가 아니죠.

- 수시로 (보고를) 할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요. 복지부 보고가 두 번 됐는지, 국방부 보고가 추가로 보고 예정이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을 좀 부탁드립니다.
"그것은 확인을 할 수가 없는 내용입니다. 두 번을 했는지 세 번을 했는지 그러면 복지 분과위에서 몇 번 했는지 세보라고 그러면 자기들도 모를 거라고. 예. 그런 식으로 추가 보고라기보다도, 굳이 말을 붙이자면 추가보고인데 그런 소통 차원에서 보고를 한다 이런 말씀이죠."

- 오늘은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되지 않는 건가요?
"거기에 대해서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정해지는 대로 결정되는 대로 발표하겠습니다. 자 그만합시다.(이동)"
#인수위 #백브리핑 #인수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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