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빅브라더' 이마트... 직원 사찰도 1등?
박스서 나온 '전태일 평전'... 더이상 일하지 못했다

[헌법 위의 이마트 ④] 사찰에 가까운 이마트의 인사노무관리

등록 2013.01.16 10:20수정 2013.01.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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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2010년 10월 13일 이마트 부천점 후방 협력사 직원들이 사용하는 박스에서 <전태일 평전>이 나왔다. 이 일은 "불온 서적이 발견됐다"며 이마트 본사에 보고됐고, 이 박스를 사용하는 직원 중 단기 계약 한명은 이후 다시 이마트 일을 할 수 없었다. 사진은 이마트 내부 문서에 첨부되어 있는 <전태일 평전> 발견 현장 사진이다.
2010년 10월 13일 이마트 부천점 후방 협력사 직원들이 사용하는 박스에서 <전태일 평전>이 나왔다. 이 일은 "불온 서적이 발견됐다"며 이마트 본사에 보고됐고, 이 박스를 사용하는 직원 중 단기 계약 한명은 이후 다시 이마트 일을 할 수 없었다. 사진은 이마트 내부 문서에 첨부되어 있는 <전태일 평전> 발견 현장 사진이다.오마이뉴스

만약 당신이 신세계 이마트에 다니고 있다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서 실시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당신 직장이 이마트인데 친한 지인이 다른 직장에서 노조 관련 일을 하고 있다면, 회사 동료들이 그 사실을 절대 모르게 하는 편이 좀 더 편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마트에 수습사원으로 들어갔거나 또는 들어갔다가 그만두었다 하더라도, 인터넷 취업카페 같은 곳에 힘들다는 솔직한 글을 남기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이마트에서 일하고 있다면, 정규 직원이 아니라 임시직 혹은 협력사 파견 직원이라면 더더욱, <전태일 평전> 같은 유명한 책은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세계 그룹 이마트는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다 보고 있다. 또 위와 같은 일을 할 경우 당신에게 불이익을 안길 준비가 되어 있다. 농담이거나 과장이 아니다. 기자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위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이마트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취업 카페에 올린 글도 들여다본다

 2011년 5월 12일과 13일 이마트 내부 직원이 작성한 이메일. 이마트가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올린 글까지 스크린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1년 5월 12일과 13일 이마트 내부 직원이 작성한 이메일. 이마트가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올린 글까지 스크린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정미

2011년 5월 12일 오후 5시 13분 이마트 용산점 인사총무가 본사 인사담당기업문화팀 과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용산점 수습사원 김아무개씨가 인터넷 취업 카페에 글을 올렸다며 화면을 캡쳐해 첨부했다.

3월 16일 입사해 즉석조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김씨가 올린 글은 한마디로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아주 바쁜 매장에 배치받아 힘드네요"라며 "광어랑 연어를 회를 떠야 하는데 손가락이 아파요"라고 적었다. 그는 윗사람에게 인사를 안 한다고 혼났다면서 "이 일이 나의 길인지, 과연 전문성을 갖추고 평생 이 일로만 할 수 있을지"라고 솔직한 심정을 적었다. 하지만 "전 일단 일년 정도 해본 후에 생각하기로 했네요, 맘 같아선 그냥 빨리 그만두고 싶지만… 일년은 해봐야 그래도 후회는 안 할듯 싶네요"라며 "다들 파이팅하시고!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일해봅시다"라고 끝맺었다.


이 글에 대해 용산점 인사총무는 메일에서 이렇게 적었다.

"저와 지원팀장이 보기에는 부적격자로서 불합격시키는 게 맞는데, 아래 내용으로 사유서를 받는 건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현재 지각 3회를 한 내용에 대해 사유서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메일을 받은 본사 인사담당기업문화팀 과장은 다음날인 13일 오전 11시 13분 상급자에게 "면수습 탈락을 시켜야 될 것 같구요, 채용 쪽에 피드백 하겠습니다"라고 보고 메일을 보냈다. 김씨가 실제 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마트의 취업 사이트 게시글 감시는 이미 퇴사한 전직 직원에 대해서도 이루어졌다. 2011년 7월 15일 오후 1시 37분 이마트 인사담당채용 대리는 같은 부서 상급자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네이버 취업카페 '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의 캡쳐 화면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마트에 근무하면서 힘든 일을 적은 그 게시글은 작성자가 막 퇴사한 신입사원이었다. 인사담당채용 대리는 "아이디 검색 결과 송림점 즉석조리 이◯◯ 사원으로 확인되었습니다"면서 "업무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사원이 아닌 주변 지인까지 감시 대상

이마트는 백화점과 할인점의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서명운동에 직원들이 참여하는지도 감시했다. 2011년 6월 17일 이마트 본사 인사담당기업문화팀 문아무개 대리는 상급자 및 업무관계자 14명에게 "우연하게 서비스연맹 보다가 궁금해서 게시자 실명인 사람을 우리 조직도 검색해봤더니 동명이인인지 모르지만 있어서 연락드린다"고 메일을 보냈다. 문 대리는 "해당 사원은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면서 이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 두명의 이름과 소속을 적었다.

'서비스연맹'은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의 하나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백화점과 할인점의 영업시간 규제와 주 1회 정기 휴점제 실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두 이름이 실제 이마트 직원이었는지, 그랬다면 사후 조치는 어떻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마트의 사원 감시는 주변 지인관계에까지 뻗쳐 있었다. 2011년 6월 20일 오후 7시26분 이마트 본사 인사담당기업문화팀 이아무개 과장은 한 사원의 지인이 외부 노조 관계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상급자와 업무 관계자 15명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에는 해당 사원과 지인의 인적사항은 물론, 위 정보를 알아내게 된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전태일 평전>이 발견되다

 이마트는 <전태일 평전>을 불온서적으로 취급하고 이 책을 소지한 사람을 파악했다. 2010년 10월 13일 작성된 이마트 내부 문서는 이에 대한 상세한 사항이 나와있다.
이마트는 <전태일 평전>을 불온서적으로 취급하고 이 책을 소지한 사람을 파악했다. 2010년 10월 13일 작성된 이마트 내부 문서는 이에 대한 상세한 사항이 나와있다.고정미

이 정도 되면 한 사기업의 인사노무 관리가 아니라 사실상 사찰에 가깝다. 2010년 10월 13일 작성된 '부천점 불온 서적 적발 관련'이라는 제목의 이마트 내부 문서는 그 정점을 보여준다. 문서는 전날인 12일 후방 점검 중에 "협력사에서 관리하는 박스(매장 소도구 및 기사 물품 보관)에서 <전태일 평전>이라는 불온 서적이 발견"됐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해당 박스를 사용하는 협력사 직원은 세명이었다. 고정 계약 한명, 시식장기 계약 한명, 시식단기 계약 한명이었다. 문서 작성자는 '조사 결과' 항목에 이렇게 적었다.

- 서적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협력사원 3명은 본인의 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후방에서 소도구나 기타 물품 등을 넣어놓는 박스의 경우 부천점에서는 업체별로 보관하고, 타 업체와는 같이 사용하지 않음.
- 서적 주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협력사원들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고려해 본인들 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정황상으로 서적 주인은 협력사원 중 1명으로 추정됨.

문서 작성자는 '조치 의견'으로 "향후 문제 발생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협력사원 3명에 대해 퇴점 및 순환 근무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제 어떻게 됐을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시식단기 계약자는 계약 종료 후 더 이상 이마트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시식장기 계약자는 지난해 중반까지 일을 하다가 그만두었고, 고정 계약자는 아직 이마트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시식단기 계약자 장아무개씨는 2010년 10월 이마트 부천점에서 일어났던 '<전태일 평전>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전태일 평전>이 무슨 책인지도 몰랐다.

그는 "그때 근무 후부터는 이마트에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했다"면서 "부천점 말고도 중동점도 있고 여기저기 지원을 해봤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당신은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팀에서 나는 고용해서는 안된다고 컴퓨터에 기록을 해놓았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약 2년간 일이 있을 때마다 아르바이트 형식(단기 계약)으로 이마트에서 일을 해왔다.

이마트 "<전태일 평전>, 협력사원들이기 때문에 이마트와 관련 없다"

이에 대해 이마트측은 "<전태일 평전> 관련 사람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협력사원들이기 때문에 이분들 퇴사는 이마트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금 연이어 보도가 나오고 있는 내부 자료들은 2011년 7월 즈음 문건들"이라며 "복수노조 시행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했을 뿐이다, 실제로 적용되지 않았고 거기에 등장하는 사원들이 불이익을 받은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태일 평전> 관련 문건도 점포 담당자가 복수노조 시행이나 이런 것 때문에 상황이 민감하다보니 보고를 했던 것"이라며 "이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전태일 평전>을 불온서적으로 분류하고 소지를 문제 삼는 행위는 사기업에 의한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 개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사상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말했다.

또한 취업카페에 올린 글을 감시하고 불합격의 근거로 사용한 내부 문서에 대해 "개인에 대한 정보수집행위로서 사찰이자 감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할 수는 있으나, 아이디 검색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채용 불합격의 사유로 삼는 점을 볼 때 사찰이자 감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마트 #헌법 위의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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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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