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전태일 평전>을 불온서적으로 취급하고 이 책을 소지한 사람을 파악했다. 2010년 10월 13일 작성된 이마트 내부 문서는 이에 대한 상세한 사항이 나와있다.
고정미
이 정도 되면 한 사기업의 인사노무 관리가 아니라 사실상 사찰에 가깝다. 2010년 10월 13일 작성된 '부천점 불온 서적 적발 관련'이라는 제목의 이마트 내부 문서는 그 정점을 보여준다. 문서는 전날인 12일 후방 점검 중에 "협력사에서 관리하는 박스(매장 소도구 및 기사 물품 보관)에서 <전태일 평전>이라는 불온 서적이 발견"됐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해당 박스를 사용하는 협력사 직원은 세명이었다. 고정 계약 한명, 시식장기 계약 한명, 시식단기 계약 한명이었다. 문서 작성자는 '조사 결과' 항목에 이렇게 적었다.
- 서적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협력사원 3명은 본인의 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후방에서 소도구나 기타 물품 등을 넣어놓는 박스의 경우 부천점에서는 업체별로 보관하고, 타 업체와는 같이 사용하지 않음.- 서적 주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협력사원들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고려해 본인들 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정황상으로 서적 주인은 협력사원 중 1명으로 추정됨.문서 작성자는 '조치 의견'으로 "향후 문제 발생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협력사원 3명에 대해 퇴점 및 순환 근무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제 어떻게 됐을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시식단기 계약자는 계약 종료 후 더 이상 이마트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시식장기 계약자는 지난해 중반까지 일을 하다가 그만두었고, 고정 계약자는 아직 이마트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시식단기 계약자 장아무개씨는 2010년 10월 이마트 부천점에서 일어났던 '<전태일 평전>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전태일 평전>이 무슨 책인지도 몰랐다.
그는 "그때 근무 후부터는 이마트에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했다"면서 "부천점 말고도 중동점도 있고 여기저기 지원을 해봤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당신은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팀에서 나는 고용해서는 안된다고 컴퓨터에 기록을 해놓았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약 2년간 일이 있을 때마다 아르바이트 형식(단기 계약)으로 이마트에서 일을 해왔다.
이마트 "<전태일 평전>, 협력사원들이기 때문에 이마트와 관련 없다"이에 대해 이마트측은 "<전태일 평전> 관련 사람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협력사원들이기 때문에 이분들 퇴사는 이마트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금 연이어 보도가 나오고 있는 내부 자료들은 2011년 7월 즈음 문건들"이라며 "복수노조 시행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했을 뿐이다, 실제로 적용되지 않았고 거기에 등장하는 사원들이 불이익을 받은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태일 평전> 관련 문건도 점포 담당자가 복수노조 시행이나 이런 것 때문에 상황이 민감하다보니 보고를 했던 것"이라며 "이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전태일 평전>을 불온서적으로 분류하고 소지를 문제 삼는 행위는 사기업에 의한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 개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사상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말했다.
또한 취업카페에 올린 글을 감시하고 불합격의 근거로 사용한 내부 문서에 대해 "개인에 대한 정보수집행위로서 사찰이자 감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할 수는 있으나, 아이디 검색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채용 불합격의 사유로 삼는 점을 볼 때 사찰이자 감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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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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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빅브라더' 이마트... 직원 사찰도 1등? 박스서 나온 '전태일 평전'... 더이상 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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