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골목, 눈 덮인 축대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호랑이들.
성낙선
세상에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생긴 태권브이는 처음이다. 하긴 그때는 모두 다 그런 모습을 하고 골목을 누비며 돌아다녔다. 이 골목에는 태권브이 외에 외계 로봇을 연상시키는 몇 가지 조형물이 더 있다. 그 조형물들 모두 망가진 가전제품 같은 것들을 다시 활용해 만든 것들이어서 더 친근감이 간다.
이 골목을 찾아가는 날 마침 눈이 내린다면, 그 그림들 사이에서 숨겨진 그림을 찾아내는 재미를 더할 수도 있다. 그 그림들과 조형물들 때문에 이 좁고 어두운, 칙칙한 골목길이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이 골목에 '낭만'이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은 순전히 이 골목을 낭만적으로 되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소망을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골목 자체는 참으로 수수하기 짝이 없다. 아직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가기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걷는 것 자체를 즐기고 새로운 장소에서 낯선 풍경과 마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볼 만한 골목이다. 골목 안에 '담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예쁜 어린이도서관이 있다.
이 골목을 낭만골목으로 만드는 사업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지역에 사는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힘을 보태 벽화를 그렸다. 그리고 설치미술을 제작했다. 이 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그림과 조형물이 제작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14년에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