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콩으로 키운 콩나물 보셨나요?

어느 음식점에서 먹었던 콩나물해장국 따라하기

등록 2013.01.16 10:36수정 2013.01.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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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째 되던 날, 완전한 콩나물이 되다 ...
10일째 되던 날, 완전한 콩나물이 되다...정현순

"오늘(15일)은 반찬을 해 먹어야겠는데... 완전한 콩나물이 됐어!"


정말 신기했다. 콩나물을 키우기 시작한 지 10일만에 완전한 콩나물 모양이다. 언니한테 얻어 온 약콩(검정콩인데 아주 작은 콩)으로 콩나물을 키워 보기로 했다. 나도 모를 일이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집에서 콩나물을 키울 생각을 다 했는지. 그렇다고 내가 알뜰살뜰 살림하는 살림꾼도 아닌데 말이다. 나이가 먹긴 먹었나 보다.

10일 전인 지난 6일 검정콩을 이틀 동안 물에 담가놓았다. 3일째 되던 날, 팅팅 불어난 콩을 그릇에 담고 검정비닐로 덮어놓았다. 검은색을 덮어 놓아야 콩나물이 잘 자란다고 하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주고 열어보았지만, 싹이 나지 않았다. 콩나물 자라듯이 쑥쑥 자란다고 하더니 깜깜무소식이네.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마저 하였다.

검은 비닐로 덮어놓아 키우는 콩나물 ...
검은 비닐로 덮어놓아 키우는 콩나물...정현순

키운지 4일째 되던 날, 콩나물 싹이 나오다 ...
키운지 4일째 되던 날, 콩나물 싹이 나오다...정현순

8일째 되는 날 ...
8일째 되는 날...정현순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4일째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콩에 무슨 변화가 생겼나를 보려고 검정비닐을 벗기는 순간 내 눈을 놀라게 했다. 싹이 쏘옥 쏘옥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콩나물부터 열어보고 물을 주곤 했다. 그것도 쌀뜨물이나 생수를.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게 잘 자랐다. 8일째 되는 날은 뿌리까지 제법 잘 자라 하루이틀사이에는 반찬을 해 먹야 할 지경이었다.

그런 모습을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하여 지난 일요일(13일)에 아들을 불러 잘 자라고 있는 콩나물을 보여주었다. 아들은 "엄마 우리 그때 스키장 갔다오면서 먹었던 콩나물해장국 끓이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것이 먹고 싶었나 보다.

신기하다. 내가 키운 콩나물 ...
신기하다. 내가 키운 콩나물...정현순

드디어 10일째, 화초처럼 예쁘게 자란 콩나물로 아들이 말한 대로 콩나물해장국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콩나물은 가늘었지만, 국을 끓여 먹기에는 아무런 손색이 없었다. 재료를 특별히 따로 더 준비할 것도 없다. 집에 있던 새우젓과 오징어를 준비했다. 콩나물해장국 간은 새우젓으로 맞추어야 제맛이 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끓이던 콩나물국하고는 조금 다르게 끓여봤다.


1,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여 육수를 만든다.
2, 1에 오징어를 먼저 넣고 끓여준다.
3, 오징어를 넣고 끓인 후 콩나물을 넣고 끓이고, 마늘, 새우젓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이렇게 콩나물을 나중에 넣고 끓여 주면 콩나물의 질감이 살아 사각사각한 맛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콩나물을 함께 넣고 끓여주면 콩나물이 질기고 힘이 하나도 없다.)
4, 먹기 직전에 송송 썰어놓은 파를 위에 올려놓고 고춧가루도 넣는다. 입맛에 따라 생달걀과 참기름 한 방울을 넣어주면 끝.

콩나물해장국 ..
콩나물해장국..정현순

콩나물국을 먹으려던 남편이 말했다.


"검정콩으로도 콩나물을 키우나?"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즉시 대답했다.

"그럼! 검정 약콩이라 좋아. 먹다가 콩 껍질이 나오면 건져내고 먹어. 껍질 다듬다가 지루해서 대충했더니... 껍질이 제법 있네."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이 좋은 것을 왜 골라내. 그냥 먹어도 돼."

이날 콩나물 해장국을 두 대접이나 먹었다.
#집에서 키운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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