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부평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나

용역 기습 철거로 30년 장사 터전 '쑥대밭'..."소유주 자릿세 월 100만원 요구"

등록 2013.01.16 18:45수정 2013.01.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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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옆에서 장사하는 분에게 연락을 받고 급하게 나왔더니 30년 동안 장사해온 가게가 쑥대밭이 됐다. 분하고 원통하다. 이곳에서 막내 낳고 장사해서 다 출가시켰는데…."

지난 13일 새벽 2시께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 30명 정도가 인천 최대 전통시장인 부평시장 내 노점들을 철거했다. 노점들을 철거한 자리에는 철재 가판대 10여개가 놓였다.

  13일 새벽 2시께 노점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철재 가판대 놓아 장사를 못하게 했다.
13일 새벽 2시께 노점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철재 가판대 놓아 장사를 못하게 했다. 한만송

16일 인천삼산경찰서와 부평구에 따르면, 이날 청년들을 동원해 노점들을 철거하게 한 이는 부평시장 내 건물 국제프라자 일부를 소유했다고 주장한 김아무개씨이다. 철거된 노점들은 국제프라자 인근에 위치해있다.

청년들은 국제프라자 서문 앞 도로상에 있는 노점 13곳의 상품과 집기류 등을 국제프라자 건물 대지 안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건물 내부에 쌓아놓았던 철재 가판대를 놓아 장사를 못하게 했다.

피해 노점상들은 분을 참아가며 행정당국에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15일에서야 장사를 다시 시작했다.

"자릿세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 100만 원 요구"

S사 등은 국제프라자 건물을 전 소유자인 H사로부터 매입했고, S사의 의뢰를 받은 김씨 등이 국제프라자 건물 대지와 연결된 시장 통로의 노점들을 철거한 것이다.


사건에 앞서 김씨 등은 "노점상들이 자신들의 땅을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했다"며 "부당하게 사용해 이득을 얻은 것에 대해 통장을 압류조치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한 "다만, 자진 철거한다면 부당이득에 대해서 소추 적용해 압류조치 하지는 않겠다"고 한 뒤 "국제프라자를 부평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김씨 등은 지난 5일 부평구 홈페이지에 '노점상들이 도시계획 도로를 불법으로 점유해 소방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민원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노점상들이 점유해 사용한 시장 통로는 시유지이며, 일부는 김씨 등이 주장한 것처럼 국제프라자 건물 부지이다. 문제는 부평시장 노점상 수백명이 이들과 유사하게 도로 부지 등에서 수십 년 동안 암묵적으로 장사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폭력적인 일이 발생했다는 데 있다.

김씨 등은 노점상들에게 '장사를 하려면 자릿세로 보증금 500만 원에 월 100만 원을 내라'고 협박했다고, 노점상들은 한 목소리로 증언하고 있다.

또한 김씨 등이 국제프라자 전 소유자로부터 모든 권리를 승계했다며 노점상들에게 이동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상인들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김씨 등이 새 소유주가 아니고, 해당 공간은 국제프라자 주 출입로가 아닌 시장 영업공간인 만큼 철거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15일에야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철거를 당한 상인이 당시 상황을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15일에야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철거를 당한 상인이 당시 상황을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한만송

부평시장 안에서 23년째 밑반찬 장사를 한다는 오아무개(50)씨는 15일 "장사하는 물건(=반찬)을 다 쏟아서, 오늘에서야 겨우 준비해서 나올 수 있었다"며 "23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장사했는데, 보증금에 월세까지 내라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경찰서장은 장사에 도움주기 위해 새벽 시간에 시장까지 나와 챙기는데, 부평구 공무원과 구청장은 얼굴도 보기 힘들었다"고 불편한 맘을 드러내기도 했다.

33년째 나물을 판다는 정준심(66)씨는 "상인연합회에서 필요한 전기료 등을 모아서 냈지만, 자릿세 등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콩나물 팔아 하루 2만 원 버는데, 어떻게 자릿세를 100만 원이나 내냐"고 말했다.

옆에서 토속장터를 운영하는 박아무개씨도 "철거된 노점상 중 한 달에 순수익이 100만 원 넘는 사람 많지 않다"며 "뜬금없이 와서 자릿세 내라고 하고, 기일이 지났다고 우리 생계를 이렇게 막 해도 되냐"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과 행정관청은 김씨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15일에서야 김씨와 연락할 수 있었고, 출석을 요청했다. 김씨는 변호사와 함께 조만간 경찰서로 나가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폐쇄회로티브이(CCTV) 자료 화면과 현장 조사를 거쳐 영업방해와 재산손괴 등에 대해 사실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시장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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