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북콘서트 '새로운 100년' 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법륜스님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이준길
법륜스님은 이에 더해 통일된 한국은 이런 주장을 관철시킬 만한 적절한 위치에 서 있음을 강조한다.
"강대한 중국이나 일본이 패권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그런 주장을 하면 의심을 받잖아요. 서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경계하겠죠. 그러나 오래 분단돼 있던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루면서 평화와 공영을 위해 진정성있게 그런 주장을 하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본부를 우리나라에 두고 우리가 중국과 일본의 세력균형을 잡아줄 수도 있다는 거죠."중국과 일본 두 강대국에 둘러싸인 것을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지혜'가 법륜스님을 통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통일에 드는 비용보다 통일된 뒤에 얻는 이익이 훨씬 크거든요.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 민족끼리' 구호를 이제 우리가 주도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북한을 설득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고 봐요. 자꾸 꼼수를 쓰니까 의심하고 오해하고 형식적인 회의만 하게 되는 거죠. 서로 뒤통수 때리기만 해서는 절대 해결이 안되죠. 한쪽에서 조금 손해볼 각오로 먼저 투자를 해야 합니다."더 큰 이익을 위해 지금의 손해는 능히 감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럴려면 이렇게 판을 크게 벌일 만한 '통일 추진 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법륜스님의 말씀대로 통일할 수 있는 조건은 무르익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한에는 이런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세력이 미미하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 <새로운 100년>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일이 밥 먹여주느냐고들 하는데, 이렇게 되면 더 좋은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한계에 달해 있는 남한 경제가 통일된 나라에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거죠. 연해주와 시베리아로부터 오는 안전한 에너지 자원도 확보할 수 있고, 중국 동북 3성의 노동력과 시장도 화보할 수 있어요. 거대한 하나의 내수시장처럼 되겠죠. 이런 식의 큰 비전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통일이 되면 일자리는 늘어날까. 많은 젊은이들이 걱정하는 바일 것이다. 이 역시 우려에 불과함을 일러준다.
"통일이 되면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우선 북한을 대대적으로 개발해야 되니까요. 북한에 남한의 여러 기업들이 들어가게 될 테니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남한과 달리 북한은 생존권만 보장해주면 출산 문제도 훨씬 빨리 극복되겠죠. 제대로 먹고 살기만 해도 출산 의욕이 생길 겁니다. 노동효율 측면에서도 통일은 시급합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비생산적인 일을 하는 데 노동력을 낭비하고 있어요. 하루 한 끼를 먹기 위해 산야를 헤메고 이삭을 줍고 풀을 뜯고 있잖아요. 이 노동력을 산업생산에 제대로 활용한다면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겠죠."질 높은 경제성장을 하려면 충분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남한은 지금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북한을 잘 활용하면 이런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북한 개발'의 이면에는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온 흔적이 돋보인다. 앞뒤로 막힘이 없었다.
"환경문제까지 고려해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야 합니다. 남한이 개발하면서 생겼던 부작용까지 감안해서 정책을 수립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죠.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 개발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개발업자들에게도 일정한 이익을 보장해줘야겠지만 주요하게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익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고, 또 민족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한 대비책이 있어야겠죠." 젊은이들에게 가장 솔깃하게 들릴 부분은 바로 군대 문제일 것이다. 매년 60만 명의 젊은 청춘들이 학업이나 생산 현장이 아닌 병역의 울타리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지금은 분단 유지 비용, 혹은 체제 방어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고 할 수 있죠. 통일이 되면 이 부분이 엄청 절약되겠죠. 군인을 대폭 감축할 수 있잖아요. 분단에 따른 체제선전비도 많이 줄어들 겁니다." '양극화 해소'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통일얼마 전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양극화 해소'는 '통일'과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일까. 법륜스님의 대답은 "전혀 아니올시다" 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통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통일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면, 양극화 해소는 파이를 잘 나눠갖는 것이겠죠. 키워지지 않는 파이 안에서 분배의 균형점을 잡아 나가려고 하면 심한 갈등을 불러오겠죠. 가진 자들이 양보를 하지 않으려고 할 테니까요. 파이 전체를 키워나가면서 내부 분배의 문제를 풀어야 어느 정도 서로 양보가 가능해질 겁니다. 통일이야말로 그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계기죠."이것 뿐이랴. 정신적인 측면은 어떤가. 분단으로 인한 사상의 억압은 문화 예술 과학계에 보이지 않게 창조력을 억압해 왔다. 수치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통일 되면 이런 억압이 풀리면서 굉장한 창의성과 자신감이 샘솟으리라 법륜스님은 전망한다.
"사상적인 자유기 신장되면서 신바람이라고 할까, 어떤 기(氣) 같은 것이 우리에게 굉장한 기운과 자신감을 주겠죠. 통일되면 창조성이 더욱 발휘될 테니 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경제든 세계 수준으로 올라갈 겁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분단되고 전쟁하고 갈등했던 지난 100년의 상처를 완전히 청산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해외에 있는 700만 동포들이 새롭게 갖게 될 자신감은 굉장할 거예요. 통일이 되면 국가 이미지도 개선되어 상품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겁니다." 이쯤 되니 가슴이 마구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작은 나라, 그것도 분단 국가라는 열등감에 해외를 가도 어딘가 모르게 늘 위축된 마음이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도 이런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이 열려 있구나. 통일 한국을 만들어낸 경험으로 동북아 공동체의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이 되는 그런 커다른 시대적 소명이 우리 앞에 주어져 있구나.
과거 선조들은 동학혁명을 하고 독립운동을 하고 6·25전쟁에 참전하고 산업화를 이뤄내고 민주화 투쟁을 하며 나라를 위해 나름의 기여들을 해왔다. 반면 지금의 젊은이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 않나' 하며 회의를 더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 앞에 이렇게 중대하고 커다란 100년의 비전이 펼쳐져 있다니…. 이런 커다란 희망이 내 가슴을 설레게 6했다.
이제 "통일이 밥 먹여 주냐?"는 친구의 대답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북한 개발 비용은 지출이 아니라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자꾸 통일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부정적 여론을 만드는지…. 그분들의 의도를 추궁해 보고 싶기까지 하다. 통일 비용은 소모성 소비가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창출하는 투자로 생각해야 함을 이제는 친구들에게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다.
책은 이 뿐만이 아니라 시대와 역사의식에서 시작해서 과거 고조선부터 고구려 발해에 이르는 10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가깝게는 분단의 뿌리인 농학민란에서 독립운동사, 전쟁의 아픔까지 다루고, 지금 현재의 북한 현실과 남한의 현실까지 세세하게 훑는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정세로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직관'을 보여준다. 한 분야에 고도로 집중하면 '문리가 트인다'는 표현을 하는데, 통일에 있어서는 법륜스님이 그에 해당할 것 같다. 책값 1만5000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오히려 나도 통일을 위해 뭐라도 하나 기여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눈을 밖으로 돌리게 된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통일이 저절로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통일된 한국이 어떤 사회인가에 따라 우리가 먹는 밥의 질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선택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결국 통일이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밥을 먹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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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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