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대선, 무사고 완벽 선거"... 참관인 "사기"

몸싸움·고성으로 난장판 된 18대 대선 개표 시연회

등록 2013.01.17 21:45수정 2013.01.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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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17일 오후 국회 본청 지하강당에서 공직선거 개표과정 공개시연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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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18대 대선 개표 부정의혹 해소를 위해 1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개표과정 공개시연회를 열자, 일부 참관인들이 문제제기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대선은 사건 사고 없이 완벽하게 치러진 선거였다"고 홍보했고, 일부 참관인들은 "쇼하지 말라, 사기다"라고 소리쳤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요청으로 17일 오후 선관위가 국회 본청 지하에서 연 '공직선거 개표 시연회'의 모습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18대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 시연회였지만, 참석자들의 고성과 욕설·몸싸움으로 시연회장은 난장판이 됐다. 

"실체없는 의혹, 오해 풀릴 것"... "거짓말 하지 말라"

한영수 선관위 전 노조위원장과 이경목 세명대 교수 등은 "(개표에) 사용할 수 없는 (분류) 기계다, 적법한 기계라는 증거를 가져오라", "이건 다 사기다, 쿠데타가 일어났다"라고 외쳤다. 한 전 노조위원장은 "제어용 컴퓨터를 (전산조직이 아니라) 기계장치라고 속여왔다"며 "전산조직을 개표에 활용할 경우 지켜야 할 절차를 안 지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연에 앞서 김대년 중앙선관위 관리국장이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지난 대선은 사건 사고 없이 완벽하게 치러졌다"며 "안타깝게도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개표 과정과 결과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번 선거가 얼마나 완벽하게 치러졌는지 속을 꺼내 보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자 분위기는 더욱 격해졌다. 일부 참관인들은 "거짓말 하지 말라", "약 올리려고 나왔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 관리국장은 선관위의 투개표시스템을 '선거 한류'라고 홍보하며 "개표 과정을 보면 부정이 있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시연으로 실체가 없는 의혹에 종지부를 찍고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의혹의) 실체가 여기 있다"며 고성이 터져나왔다. 욕설도 섞였다.

'실체가 없다'는 말에 흥분한 이 교수는 "선거 부정의 증거가 담긴 영상"이라며 자신의 노트북에서 영상을 재생해 국회 방호원들에게 끌려 나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넘어진 이 교수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같은 난리통 속에 진행된 이날 시연에는 2000장의 투표함 3개, 6000표에 대한 개표가 이뤄졌다. 개표는 개함부, 분류기 운영부, 심사·집계부, 개표위원 등을 거쳐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김 관리국장은 "분류기의 기능은 수작업 개표의 보조 기구에 불과하다"며 "후보자별 유효표와 미분류표를 분류하는 역할이고 그 다음에 위원들이 일일이 검사하고 구·시군 선관위원장이 또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에서 주장하는 투표지 분리기는 해킹할 수 없다, 전산망에 연결돼 있는 게 아니"라며 "암호 코드를 생성해 놨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열어볼 수 없다"고 말했다.

참관인들 "박근혜 당선인은 '분류 대통령'이지 수검표 대통령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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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17일 오후 국회 본청 지하강당에서 공직선거 개표과정 공개시연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온 참관인들의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참관인 하아무개씨는 "오늘 6000표 개표에 2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선거 당일에는 9시에 '후보자 당선 확정'이 떴다"며 "오늘처럼 하나하나 자상하게 개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9시에 당선 확정이 뜬 것은 분류 확정이지 수검표 개표 확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므로 박근혜 당선인은 분류 대통령이지 수검표 개표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 개표에 소요된 시간을 봤을 때 수검표가 제대로 됐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백아무개씨는 "수개표를 확실히 안 한 선거구가 있다, 증거가 있다"며 "모 개표소에서 표를 돈 세는 개수기에 넣고 숫자만 맞춰서 집계로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관위가 수개표 하지 않은 것을 바로 잡아달라는 거지 대선 당락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며 "수개표 하면 박근혜 당선인이 200만 표 차이로 이길 수도 있다, 그러나 수개표를 안 하고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관리국장은 "투표지 분류기가 정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오늘 시연에서) 더 꼼꼼하게 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검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돕고 있는 이준길 변호사도 참관인으로 참석해 "수개표를 했냐, 안 했냐가 쟁점"이라며 "오늘 시연한 것처럼 앞으로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지를 열어보면 모든 게 밝혀진다"며 "우리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관위는 각종 의혹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지만 이 날 시연에서도 투표수 계산에서 실수를 범해 선관위의 신뢰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개표함을 열었을 당시 투표수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덧셈을 제대로 하지 않아 개표상황표에 '유효투표수' 합계가 잘못 기재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 잘못 표기된 개표 상황표에는 2명의 위원과 위원장의 도장까지 찍혀있었다.
#수개표 #개표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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