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향적 검토"... DMZ 고엽제 인정기간 늘어날까?

국방부, <오마이뉴스> 질문에 "관련법 개정 필요"... 기존 입장 바꿔

등록 2013.01.18 14:24수정 2013.01.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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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국가보훈처가 비무장지대(DMZ) 근무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관련법 개정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DMZ 근무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공식 질의에 국방부는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을 재정립해서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고, 국가보훈처도 "인정기간 연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보훈부는 지난 2011년 1월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을 기존의 '1968년 4월 1일부터 1969년 7월까지'에서 '1968년 4월 1일부터 1971년 8월 31일까지'로 늘렸다. 이런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 지원 등과 관한 법률'(고엽제 지원법)을 개정해 주한미군과 동일하게 인정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관련기사 : [인터뷰] 고엽제 후유증 앓고도 인정 못받는 예비역 중령 박종기씨).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엽제 지원법을 개정해 '1967년 10월 9일부터 1970년 7월 30일까지' DMZ에서 근무한 고엽제 피해자들에게만 보상해왔다.

국방부 "미국과의 형평성 문제 대두... 관련 법 개정할 필요 있다"

국방부는 17일 <오마이뉴스>에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국내 고엽제 관련 피해자들이 숭고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희생된 보호받아야 할 대상자들임이 틀림없다"며 "파병된 미군보다 자국의 수호를 위해 헌신한 우리 군에 대한 보상기간이 짧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으로도 문제가 있기에 법률 개정의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내 고엽제 관련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동일한 사건 피해자인 미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어렵다"고 답변해온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전향적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또한 국방부는 "2000년 법률 개정시 고엽제 독성잔류기간에 대한 연구문헌을 근거로 인정기간을 살포 종료일(1969년 7월) 기준으로 1.5년을 요구하였으나 국회에서 1년만 인정했다"며 "인정기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1월 국회는 '1967년 10월 9일부터 1970년 7월 30일까지' DMZ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서 근무하다 고엽제 피해를 입은 군인이나 군무원에게도 보상해주는 '고엽제 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전까지는 월남전 참전자들만 보상해왔다.

고엽제 마지막 살포시점이 1969년 7월 31일이었다는 점에서 개정안은 고엽제 잔류독성기간을 1년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1989년 발표된 Paustenbach. D. J.의 <The Risk assessment of Environmental Hazards and health hazards> 논문에는 "지표면에 뿌려진 고엽제는 휘발성과 광분해 작용 때문에 18개월 이내에 사라진다"고 기술되어 있다.

'18개월 이내'라는 연구결과를 적용하면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은 '1971년 1월 31일까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고엽제 잔류독성기간을 1년으로 판단해 '1970년 7월 30일까지'만 인정한 것이다(관련기사 : 미국이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 늘린 '진짜 이유'). 

국방부는 지난 1월 4일 국가보훈처에 보낸 답변서에서도 "국내 고엽제 보상기간 연장을 위한 법률 개정에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을 주한미군처럼 '1971년 8월 31일까지' 늘리는 법률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연구문헌에 따른 6개월 연장에는 동의"

국가보훈처는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을 6개월(연구논문 근거)이나 13개월(주한미군 근거)을 늘렸을 경우 추가로 보상해야 하는 인원이 몇명인지 등을 국방부에 요청한 상태다.

국가보훈처의 한 간부는 "국방부에 요청한 자료가 오고, 비용발생 규모가 추계되면 국가보훈처에서 공식 의견을 낼 계획이다"라면서도 "절대 연장할 수 없다는 의견은 아니고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당초 미국은 잔류독성시간을 인정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그것을 인정해 '1971년 8월 31일까지'로 늘렸다"며 "이런 미국의 변화에 맞춘다면 우리는 13개월을 더 늘리면 되지만 미국이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 그렇게 늘린 게 아니라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간부는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을 늘려야 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피해자가 몇백 명이든 몇천 명이든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미국과 같이 인정기간을 늘리려면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간부는 개인의견을 전제로 "최소한 연구문헌에 나오는 '18개월'(고엽제 잔류독성기간)을 기준으로 6개월을 더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거듭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70년 12월부터 전방에서 근무했다가 전형적인 고엽제 후유증 증세를 보이는 박종기(68, 예비역 중령)씨는 "일단 미국처럼 인정기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며 "하지만 그렇게 안 된다면 문헌상에 나온 대로 6개월을 더 늘려서 최소한 1971년 1월 31일까지는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엽제 #DMZ #국방부 #국가보훈처 #박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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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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