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강남구민센터 앞에서 집회하고 있는 넝마공동체 사람들
김은희
독립한 지 6년이 지난 지금, 엄중섭씨는 든든한 '가장'이자 '사장님'이다. 넝마공동체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배웠던 일들을 체계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규모를 키워, 지금은 10명 정도 직워이 있는 '다리자원'까지 탄생시켰다. 넝마공동체에 들어갈 당시 초등학생이던 두 딸은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넝마공동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넝마공동체는 제 뿌리입니다. 오죽하면 자원 이름을 '다리자원'으로 했겠어요. 남들은 자원 이름을 왜 '다리'라고 했냐고 웃지만, 전 좋아요. 제가 다리 밑에서 컸고, 다리 밑에서 배웠던 일들을 지금도 하고 있잖아요.
현재 넝마공동체 사람들은... |
넝마공동체 사람들이 살던 영동5교 밑 컨테이너들은 '불법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지난 해 강남구청에 의해 철거당했다. 그후 공동체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 유랑하다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부터는 성남의 한 아동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공동체 사람들은 강남구청에 의해 철거당한 후부터 매일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들은 "강남구청이 우리에게 행했던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우리의 자활터전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하면서 "현재 강남구청에서 임시거처를 마련해준 사람들은 넝마공동체에서 제명당한 사람이거나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영동5교 다리 밑은 위험한 가스 시설 등을 갖춘 불법 주거지였기 때문에 철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또한 행정대집행 당시 인권침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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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마공동체는 저에게 단순히 '변화'만 줬던 곳이 아닙니다. 제 삶을 확 뒤집어 놓은 곳이죠. 신용불량자였는데 자립하면서 다 해결했고요. 국가에 제대로 세금 내본 적도 없었는데, 이제는 세금 내고 살아요. 만약 넝마공동체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제대로 살고 있지 않았겠죠."
결국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삶의 모든 것은 영동5교 '다리' 덕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현재 넝마공동체의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게 영동5교 다리 밑의 넝마공동체는 삶의 밑천이었다.
"철거라니, 웃음 밖에 안 나와요. 제 뿌리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영동5교 밑 넝마공동체는 저에게는 상징적으로도 의미가 큰 곳이에요. 제가 하는 일이 있어서 자주는 못 가봤지만 그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았는데요. 지금 거리에 있는 넝마공동체 사람들도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인데... 참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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