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투신자살' 기관사, 20일 만에 장례식

유가족, 도시철도공사와 '특별위원회' 구성 합의

등록 2013.02.07 18:07수정 2013.02.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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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 본관 앞마당에서 유가족과 장례대책위원장(정주남 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황아무개 기관사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 박상봉


"또 한 명의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를 하늘나라로 보냅니다. 이게 벌써 몇 명째입니까? 우울증 공황장애 앓다가 먼저 간 기관사들,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 이름마저 가물거립니다. 그러니까, 10년 전 2003년 8월 서민권 기관사, 그해 임채수 기관사에 이어 지난해 3월 이재민 기관사, 그리고 오늘 황○○ 기관사마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이제 그대 육신을 하늘나라로 보내지만, 그대여! 공황장애 없는 하늘나라에서 살아나서 부활하십시오."

7일 오전 11시께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서울도시철도 본관 앞마당에서 유가족과 장례대책위원장(정주남 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황아무개(40) 기관사 장례식이 그가 숨진 지 20일 만에 치러졌다.

황 기관사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다가 지난달 19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자택에서 '회사에 출근하겠다'고 나간 후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공사 측 경영진은 '단순 자살'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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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 본관 앞마당에서 유가족과 장례대책위원장(정주남 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황아무개 기관사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 박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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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 본관 앞마당에서 유가족과 장례대책위원장(정주남 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황아무개 기관사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 박상봉


이에 유가족과 정주남 장례대책위원장, 노조 간부 30여 명은 '기관사 우울증 공황장애 제발방지대책 및 산업재해보상' 등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10차례 공사 항의방문, 1차례 추모집회, 1차례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끝에 유가족과 도시철도노조는 회사와 합의를 했다.

지난 6일 오후 7시 서울도시철도 본관 4층 본회의실에서 유족대표, 공사(김기춘 사장)와 장례대책위원회(정주남 노조위원장)는 ▲ 공사는 장례비용 전액을 부담한다 ▲ 공사는 유가족 생계대책의 일환으로 위로금 1억 원을 지급한다 ▲ 공사는 고인의 명예회복 위해 추모비를 건립한다 ▲ 공사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승인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한다 ▲ 공사는 기관사 교대근무는 교번제를 시범으로 실시한다 ▲ 공사는 유가족 취업을 원할 경우 우선 고려하기로 한다 ▲ 공사는 기관사 처우개선 및 공황장애 재발방지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조항에 합의했다.

서울도시철도 본관 앞마당에서 장례식를 마친 뒤 운구차량은 지하철 6호선 수색승무관리소를 거쳐, 인천광역시 부평동 부평화장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약 2시간 후 고인은 한 줌의 재로 스러져 사랑하는 아내와 올해 나이 9세, 5살, 생후 7개월 세 자녀들 곁을 영영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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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 본관 앞마당에서 장례식를 마치고 운구차량은 6호선 수색승무관리소를 거쳐, 인천광역시 부평동 부평화장장으로 향했다. ⓒ 박상봉


덧붙이는 글 박상봉 기자는 서울도시철도노조 조합원입니다.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도시철도 #서울지하철노조 #기관사 투신자살 #박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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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기자는 원진비상대책위원회 정책실장과 사무처장역임,원진백서펴냄,원진녹색병원설립주역,현재 서울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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