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위로>저녁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영업하는 '압구정 심야식당' 루이쌍끄의 오너셰프인 이유석이 출간한 에세이집 <맛있는 위로>.
이유석
<맛있는 위로>에 등장하는 고객들의 이야기는, 마치 최근 창작 뮤지컬로 공연 중인 <심야식당>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들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저마다 삶의 애환이 있고, 고통 속에 살아가지만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심야식당> 주인공들이 이야기가 허구라면, <맛있는 위로>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제라는 차이가 있다고 할까.
지은이는 제각각 손님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었던 음식들을 테마로 엮어, 열다섯 편의 작은 에세이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대기업 부장의 허기진 열정에 잔잔한 파문을 던진 프렌치 어니언수프, 노부부의 오랜 사랑처럼 오래 씹을수록 깊어지는 돼지고기 테린, 요리사 지망생의 꿈을 향한 첫걸음 스테이크, 가정형편 때문에 뒤로했던 꿈에 도전한 제빵사의 데뷔작 바게뜨, 낙방을 거듭한 취업 준비생에게 달콤한 위안이 돼준 쇼콜라 등과 함께, 자신의 스페인 유학시절 향수병을 달래준 마늘수프, 고교시절 친구를 만들어준 짜장면 등 본인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마치 친구가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로 글을 이어갔다.
여러 고객들과의 에피소드 중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대화가 서툰 한 가족에게 소통의 계기가 돼준 부야베스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책에 등장한 내용처럼 레스토랑을 찾는 횟수가 가장 적은 손님층은 가족 손님일 것이다. 외식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족들이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다. 특히 제각기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 직장 동료와 보내는 시간이 집안 식구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같이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에는 바 자리에 일직선으로 넷이 앉았던 모 병원장 가족들은, 한 달에 한 번 외식 시켜주는 의무 때문에 같이 식사를 하러 오기는 했지만 식사를 하고 나갈 때까지 세 마디 정도의 말밖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셰프의 권유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메뉴를 고르게 하고 서로의 음식을 챙기는 것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대부분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에피소드 말고라도 '압구정 심야식당'인 루이쌍끄의 단골 고객들의 이야기는, 일상의 메마름을 적셔주는 단비처럼 읽는 이들의 마음을 적셔준다. 뮤지컬 <심야식당>을 본이들이라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책을 통해 프랑스 음식을 맛보고 또 그 음식을 즐기는 이들의 영혼을 나누는 것은, 지친 마음을 쉬게 해 줄 수 있는 휴식같은 일일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버려 누구도,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책에서 위안을 받고 싶은 이들에게 <맛있는 위로>를 권한다.
맛있는 위로 - 누구도,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이유석 지음,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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