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 주인인 피에르스의 종업원 RJ가 된 기쁨

유대인에 궁금한 거의 모든 것 <유대인 이야기>

등록 2013.01.26 15:43수정 2013.01.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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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인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홍익희 저 | 행성:B잎새)'
'유대인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홍익희 저 | 행성:B잎새)' 이안수

#1
11년 전(2003년 6월) 저는 미국의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한 달반 동안의 미국 동부 배낭여행을 통하여 소진한 체력을 회복하면서 곧 캐나다 동부로 건너갈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한 도시에 오랫동안 머물다보면 그 도시의 골목골목의 풍경뿐만 아니라 그 풍경을 이루고 있는 상점과 사람들 한 명 한 명까지도 관심이 가게 됩니다.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되기 전이라 카메라의 메모리가 비싸기도 했지만 저의 원시적인 성능의 카메라에 맞는 메모리카드를 취급하는 곳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노트북조차 없었던 저는 불가불 메모리카드가 차면 그 지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를 CD에 옮겨 저장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 도시에서 피에르스(Pierre's)라는 디지털제품 취급점의 피에르를 사귀었습니다. 저는 이 마음씨 좋은 아저씨의 양해로 제가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몇 번 피에르씨를 만나면서 그 분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부지런했습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때로는 일요일에도 가게 문을 여는 '일벌레'이었습니다.  

6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6개국 모든 언어에 능통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가게에 방문하는 나라의 사람들을 불편 없이 맞이하기 위해 그 분이 평생 동안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아랍어와 일본어까지 그분의 가게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나라사람들과 그 나라말로 상거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독하게 일하고, 그 일을 위해 밤잠을 줄이고 노력한 결과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도시의 중동계 난민들을 위해 통역서비스 봉사를 하고 그들의 정착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난민 도우미였습니다. 그 분은 이탈리아계 유태인이었습니다.

 근면, 노력, 봉사, 신임……. 피에르스의 피에르씨는 제가 만난 여러 유대인 중에서 여전히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분입니다.
근면, 노력, 봉사, 신임……. 피에르스의 피에르씨는 제가 만난 여러 유대인 중에서 여전히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분입니다. 이안수

#2
디트로이트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저는 그 회색빛 도시 분위기에 움츠러들었습니다. 고층빌딩으로 재개발된 중심부 강가의 일부를 제외한 다운타운은 마치 내전 후 수복한 도시처럼 삭막했습니다.


 디트로이트 강가의 비즈니스 빌딩. 이 지역을 벗어나면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집니다. 영화 '8마일'의 배경이 전혀 만들어진 세트가 아닌 모습들…….
디트로이트 강가의 비즈니스 빌딩. 이 지역을 벗어나면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집니다. 영화 '8마일'의 배경이 전혀 만들어진 세트가 아닌 모습들……. 이안수

디트로이트 강가의 비즈니스 빌딩. 이 지역을 벗어나면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집니다. 영화 '8마일'의 배경이 전혀 만들어진 세트가 아닌 모습들…….

1960년대 이후 일본 자동차의 발흥은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 포드의 빅3와 그 납품업체의 자동차 관련 산업으로 돌아가든 이 도시에 암운(暗雲)을 드리웠습니다. 자동차산업을 몰락은 대량실업사태로 이어졌고 1967년의 흑인 폭동은 중산층들이 더 이상 다운타운에 살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려주었습니다.  


저는 지인의 자동차 안에서 다운타운에서 멀어지는 거리의 풍경이 화인처럼 뇌리에 박혔습니다. 2Mile, 4Mile, 6Mile. 디트로이트는 이렇듯 도심에서의 거리에 따라 도로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 지인은 제게 경고했습니다. 결코 이 거리에서 홀로 걸어 다닐 엄두를 내지 말 것을……. 그리고 누가 소지품을 몽땅 털렸고, 누가 총을 맞았는지 소상하게 말해주었습니다.   

8Mile. 마침내 8마일을 지나서야 사람이 살만한 모습이다 싶었습니다. 교민들의 주거지는 대부분 8마일 밖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가로로 횡단하는 8마일 도로는 말하자면 빈민층과 중산층을 가르는 경계이며 어쩌면 좌절과 분노, 목표와 희망의 경계선인 듯싶었습니다.  

이 상황은 2002년도에 개봉된 영화 '8마일(8 Mile)'에 고스란히 투영되어있습니다. 그 영화의 배경은 바로 8마일 안쪽의 디트로이트의 풍경이지요. 그런데 8마일 바깥의 고급 교외주택들의 소유주들은 대부분 유태인들이며 그들은 이미 8마일을 버리고 떠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은 유색인종들이 자신의 주거지역으로 이사 오기시작하면 다시 떠날 때로 여긴다고 했습니다.  

그 유태인들이 떠난 자리를 한인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인 이민자들은 유태인 상권을 점유하는 식으로 성장하고 유대인들은 이문이 더 많은 또 다른 영역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들은 늘 블루오션에서 유영하고 있었고 그들이 떠난 지역은 곧 레드오션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3  
2008년 7월, 저의 둘째딸 주리는 대학1학년 여름방학 기간 중에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개최된 '제6회 홀로코스트 교육 국제회의(The 6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olocaust Education)'에 참가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에게 자행된 가장 잔인한 인간 광기의 역사인 유대인 학살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국제회의를 개최하며 각국과 연대하여 대량학살에 대한 국제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의 '홀로코스트 교육 국제회의'. 그들은 꾸준히 과거의 역사를 현재로 불러옵니다. 과거는 지운다고 지워질 수 없는 것이지요. 아픈 과거라도……. 단지 미래에 되풀이될 수 없는 장치로 활용해야할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
예루살렘에서의 '홀로코스트 교육 국제회의'. 그들은 꾸준히 과거의 역사를 현재로 불러옵니다. 과거는 지운다고 지워질 수 없는 것이지요. 아픈 과거라도……. 단지 미래에 되풀이될 수 없는 장치로 활용해야할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 이주리

2010년 11월, 이스라엘의 유학생 에스라 짜바릿이 모티프원에 왔습니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경영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스라엘 여군 장교로 2년 동안 군복무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남녀에게 똑같이 군복무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8세 이상의 모든 남녀는 남자 3년, 여자 2년간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하며, 만기 제대 후에도 남자는 45세까지 여자는 출산 때까지 일 년에 30일간 병영에 입소해서 예비역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도 한국처럼 연장자를 공경하고 부모님을 돌아가실 때까지 모셔요. 저의 부모님은 지금 편찮으신데 밤늦게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자꾸 부모님 생각이나요. 제가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면 부모님은 제가 모실 거예요."

 에스라 짜바릿양을 통해 한국과 다른 모습의 이스라엘을 봅니다. 그것은 여성의 군 의무복무제도입니다. 또한 부모님을 자신이 모시겠다는 짜바릿을 통해 한국여성과 비슷한 미득을 읽게 됩니다.
에스라 짜바릿양을 통해 한국과 다른 모습의 이스라엘을 봅니다. 그것은 여성의 군 의무복무제도입니다. 또한 부모님을 자신이 모시겠다는 짜바릿을 통해 한국여성과 비슷한 미득을 읽게 됩니다. 이안수

#4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있으면 가능하면 자연 속에서 답을 구하려고 합니다. 과연 자연의 순리는 어느쪽일까를……. 그래도 혼란스러울 때 '탈무드(Talmud)'를 읽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약 1500년 전까지, 그전의 1천 년동안이나 구전되어온 그 내용에는 자연의 순리에 가까운 지혜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나열한 위의 내용 외에도 제 속에는 유대인에 대한 많은 단편들로 가득합니다. 제게 이것들은 고고학자가 이곳저곳의 유적지에서 모아놓은 파편들과 다름없습니다. 이 파편들의 정교하게 잇는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한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유대인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홍익희 저 | 행성:B잎새)'입니다.

 제게는 여러 가지의 유대인 파편이 있었습니다. 유대인에 대한 경탄, 부러움, 질투, 두려움...이 책은 그것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제게는 여러 가지의 유대인 파편이 있었습니다. 유대인에 대한 경탄, 부러움, 질투, 두려움...이 책은 그것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이안수

이 책은 한국인에 의해 정리된 600쪽이 훨씬 넘는 유대인 통사입니다. 경제사를 골격으로 삼았지만 그들의 역사와 문화, 종교와 교육 등이 종합적으로 덧붙여져서 전체적인 체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홍익희 저자는 KOTRA의 직원으로 32년간 세계 무역현장을 누빈 분이라고 했습니다. 세계 곳곳의 유통과 금융, 서비스산업의 중심에 항상 유대인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들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의 경제사는 곧 이들의 궤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만의 결실로 이 책을 내놓았습니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유대인에 가졌던 관찰과 현상 너머의 의문에 대해 답을 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짙어졌습니다. 드디어 제 머릿속에 무질서하게 쌓여있던 파편들이 제 자리를 찾아 그 파편이 어느 부위에서 어떤 역할을 하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포틀랜드의 피에르가 유독 부지런한 이유도, 휴일 휴식을 줄이고 기꺼이 난민 도우미로 나서는지, 디트로이트의 8마일에서 그들은 왜 더 멀어지고 있는지, 몸서리쳐지는 호로코스트를 늘 공론의 장으로 끌어오는지, 2년간의 군 의무복무를 마친 에스라 짜바릿이 왜 그렇게 믿음직스러운지 또한 그녀의 효심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말입니다.  

피에르스에는 RJ라는 젊은이가 기술담당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피에르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박봉이었습니다. 저는 왜 급여가 훨씬 좋은 컴퓨서브(CompuServe)나 서큐시티(CircuCity)같은 내셔널 체인점으로 옮겨가지 않는지를 물었습니다.

 RJ는 메인 주에서 나고 자란 메인토박이였지만 대학은 캐나다 핼리팩스Halifax의 댈하우지대학(Dalhousie University)에서 다녔습니다. 대학 2년간은 수학과 물리, 생물에 빠져보기도 하고, 3학년 때는 그리스문학과 미국문학, 경영과목을 수강하는 등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그가 구태여 댈하우지대학을 택했던 것은 등록금이 미국보다 싸고 학자금 대출이 수월한 점도 있었지만 그곳이 이 일대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유대인 사장아래에서 유대인에 대해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RJ는 메인 주에서 나고 자란 메인토박이였지만 대학은 캐나다 핼리팩스Halifax의 댈하우지대학(Dalhousie University)에서 다녔습니다. 대학 2년간은 수학과 물리, 생물에 빠져보기도 하고, 3학년 때는 그리스문학과 미국문학, 경영과목을 수강하는 등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그가 구태여 댈하우지대학을 택했던 것은 등록금이 미국보다 싸고 학자금 대출이 수월한 점도 있었지만 그곳이 이 일대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유대인 사장아래에서 유대인에 대해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이안수

그의 대답은 피에르에게 '사람'을 학습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좀 더 나은 월급을 쫒는 대신 피에르스에서 유대인을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두툼한 '유대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피에르스의 RJ가 된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10년간 유대인에 천착한 결과가 담겼습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유대인 이야기 -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

홍익희 지음,
행성B(행성비), 2013


#유대인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 #홍익희 #행성:B잎새 #행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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