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은 이명박근혜 갈등의 '뇌관'

신구정권 갈등 본격화...'택시법, 4대강, 이동흡' 연쇄반응 가능성도

등록 2013.01.28 17:20수정 2013.01.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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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탈당하지 않은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특별사면 뿐 아니라 4대강 사업, 택시법,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문제 등에서도 연쇄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 당선인.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당선인이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을 "사면이 강행된다면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 남용 및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6일 인수위 발표를 통해 특사 반대 입장을 에둘러 밝힌 하루 뒤 청와대에서 특사 강행 입장이 나왔고, 다시 하루 뒤 박 당선인 본인이 직접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박 당선인의 이번 반대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 측근에 대한 사면 반대' 정도의 언급을 덧붙였다면 청와대가 특사 범위를 조절하면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박 당선인은 특사 자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청와대로선 특사 자체를 포기하지 않으면 박 당선인과 정면충돌 할 수밖에 없다.

취임할 대통령과 물러날 대통령이 갈등상황을 연출하는 건 그리 생소한 장면은 아니다. 정권이 교체된 '이명박 당선인-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인수위와 청와대가 정면충돌하는 등 대립점이 많았고, 정권이 이어진 '노무현 당선인-김대중 대통령'시절에도 대북송금특검 문제로 신·구정권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같은 당이 배출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은 이런 갈등양상을 밖으로 내보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써왔다. 지난해 12월 28일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만남을 앞뒤로 박 당선인 쪽이 강조한 건 "현직 대통령이 탈당을 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임기를 마친 것은 직선제가 부활된 이후 처음이다. 25년 만에 탈당 안 한 대통령과 여당의 당선인이 함께 하는 장면 자체가 대한민국의 정치사회 역사에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박선규 당선인 대변인)는 점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마치 '점령군'처럼 보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새였고, 새로운 정책에 대한 발표도 최소화하고 있다. 신·구권력 교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흐르고, 새 대통령이 물러날 대통령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처럼 전개되고 있었는데, 이 대통령의 특사강행과 박 당선인의 강력반대로 신·구정권의 갈등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잠복 중인 '택시법, 4대강, 이동흡' 연쇄반응 가능성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

사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갈등관계가 형성돼 있는 사안은 많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다시 국회로 돌아온 대중교통법 개정안(택시법)은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때 택시업계에 약속한 사안이다. 정부가 반대했지만, 야당도 찬성하고 있는 법이어서 재의결을 추진하면 간단히 통과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 새누리당은 정부가 대체입법으로 낼 택시특별법의 내용을 보고나서 재의결을 할지 대체입법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안하는 법 내용을 박 당선인이 수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로 갈 수도 있고 '봉합'으로 갈 수도 있다. 일단 지금은 '잠복기'다.


4대강 사업도 박근혜 당선인 입장에선 '하기 싫은 숙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이어가기 위해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4대강 보를 보수하고 다시 높아진 강바닥을 재준설하는 일에 재정을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감사원의 감사 지적사항에 따라 4대강 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찾고 사업을 철회, 더 이상의 재정투입이 없게 할지 박 당선인은 선택해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수자원공사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빚을 처리하는 문제도 난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입장은 대립돼 있다. 정부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검증하겠다고 반박하고 나섰고, 박 당선인은 "의혹이 있으면 밝히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야 한다"(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는 입장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대한 갈등도 일단은 '잠복기'다. 인수위 경제2분과는 당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현장 방문 등의 조사활동은 벌이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는 당선인과 청와대 사이의 갈등이 잠복기를 지나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 후보자의 낙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동흡을 선택한 책임자가 누구냐'를 두고 서로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

"박 당선인측과 조율을 거쳐 지명했다"는 게 이동흡 후보자 지명 당시 청와대와 박 당선인측이 공식 발표한 내용이지만, 이 후보자 임명이 어렵게 된 상황에선 서로 말이 달라졌다. 박 당선인 핵심측근은 지난 23일 "이건 우리랑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청와대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려 했지만, 박 당선인 측에서 이동흡 후보자를 원했다'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발표하면서는 양측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인사라고 하다가, 실패한 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국이 되자 서로 상대방이 정한 걸 자신들은 따랐을 뿐이라고 떠넘기고 있댜.

연쇄폭발의 결과는 본격 'MB로부터의 차별화'?

박 당선인이 직접 반대하고 나선 특별사면을 이 대통령이 강행할 경우, 박 당선인 측이 청와대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 택시법, 이동흡 후보자 문제 뿐 아니라 아직 잠복기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당선인-대통령 간 갈등도 연쇄폭발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MB로부터의 차별화'는 이미 시작됐다.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 부처와 청와대의 조직개편안에서는 이 대통령 취임 당시의 조직개편 의도를 인정하거나 배려한 흔적이 전혀 없다.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과정을 봐도  'MB로부터 차별화'가 야권의 정권심판론 극복의 요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이명박 #특별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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