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
사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갈등관계가 형성돼 있는 사안은 많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다시 국회로 돌아온 대중교통법 개정안(택시법)은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때 택시업계에 약속한 사안이다. 정부가 반대했지만, 야당도 찬성하고 있는 법이어서 재의결을 추진하면 간단히 통과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 새누리당은 정부가 대체입법으로 낼 택시특별법의 내용을 보고나서 재의결을 할지 대체입법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안하는 법 내용을 박 당선인이 수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로 갈 수도 있고 '봉합'으로 갈 수도 있다. 일단 지금은 '잠복기'다.
4대강 사업도 박근혜 당선인 입장에선 '하기 싫은 숙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이어가기 위해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4대강 보를 보수하고 다시 높아진 강바닥을 재준설하는 일에 재정을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감사원의 감사 지적사항에 따라 4대강 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찾고 사업을 철회, 더 이상의 재정투입이 없게 할지 박 당선인은 선택해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수자원공사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빚을 처리하는 문제도 난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입장은 대립돼 있다. 정부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검증하겠다고 반박하고 나섰고, 박 당선인은 "의혹이 있으면 밝히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야 한다"(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는 입장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대한 갈등도 일단은 '잠복기'다. 인수위 경제2분과는 당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현장 방문 등의 조사활동은 벌이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는 당선인과 청와대 사이의 갈등이 잠복기를 지나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 후보자의 낙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동흡을 선택한 책임자가 누구냐'를 두고 서로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
"박 당선인측과 조율을 거쳐 지명했다"는 게 이동흡 후보자 지명 당시 청와대와 박 당선인측이 공식 발표한 내용이지만, 이 후보자 임명이 어렵게 된 상황에선 서로 말이 달라졌다. 박 당선인 핵심측근은 지난 23일 "이건 우리랑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청와대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려 했지만, 박 당선인 측에서 이동흡 후보자를 원했다'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발표하면서는 양측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인사라고 하다가, 실패한 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국이 되자 서로 상대방이 정한 걸 자신들은 따랐을 뿐이라고 떠넘기고 있댜.
연쇄폭발의 결과는 본격 'MB로부터의 차별화'?박 당선인이 직접 반대하고 나선 특별사면을 이 대통령이 강행할 경우, 박 당선인 측이 청와대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 택시법, 이동흡 후보자 문제 뿐 아니라 아직 잠복기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당선인-대통령 간 갈등도 연쇄폭발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MB로부터의 차별화'는 이미 시작됐다.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 부처와 청와대의 조직개편안에서는 이 대통령 취임 당시의 조직개편 의도를 인정하거나 배려한 흔적이 전혀 없다.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과정을 봐도 'MB로부터 차별화'가 야권의 정권심판론 극복의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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