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자로 지명받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28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리는 새누리당-인수위 첫 연석회의에 침석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권우성
사퇴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장남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총재의 아들과 같은 병원에서 같은 병원장으로부터 신체검사를 받고 군 면제 처분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두 사람의 아들은 1998년 당시 병역비리를 수사했던 군 검찰의 내사 명단에 포함돼 있었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수사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이 명단은 지난 1997·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 병역 면제 논란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다.
장·차남 모두 군 병역비리 내사 대상... "한 병원장이 직접 재검"김용준 위원장이 대법관에 재임 중이던 1989년 서울대 법대 4학년이었던 장남 현중(46)씨는 신체검사에서 '신장·체중 미달'로 제2국민역(5급) 처분을 받았다. 제2국민역은 사실상 군 면제를 뜻한다. 1986년 개정된 당시 국방부령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르면 신장이 169㎝일 경우 체중이 45㎏ 미만이어야 제2국민역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당시 현중씨의 병적기록부에는 키 169㎝에 44㎏으로 기록돼 있다.
이듬해인 1990년과 1991년 연달아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정연(49)씨도 현중씨와 같은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키가 179cm에 몸무게는 45kg로 기록된 정연씨의 병적기록부에 대해 위조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체중미달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현중씨와 정연씨는 병역 비리 문제로 군·검·경 합동수사부의 수사선상에 나란히 올랐다. 1990년대 후반 사회지도층과 연예인들의 병역면제 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군·검·경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이 꾸려진 것.
당시 군 검찰은 병역비리 합동수사를 앞두고 1999년 3월 '사회관심자원(고위층 자녀) 병적 내용'이라는 제목의 A4용지 3장 분량의 내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1985~1996년 면제나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회지도층 인사 79명의 아들 88명의 이름·주민번호·판정 시기와 사유 등이 기재돼 있다.
바로 이 내사보고서 명단에 현중·정연씨가 '신장·체중'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각각 실명으로 실려 있다. 또한 1994년 통풍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김 위원장의 차남 범중(43)씨와 이 전 총재의 차남 수연씨 역시 이 명단에 포함됐다. 현중씨는 이회창 전 후보의 차남인 수연씨와 함께 징병 신체검사를 받았다는 점도 공교롭다.
당시 군 검찰에서 수사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사 자료로 삼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 명단에 김용준 위원장 장남과 이회창 전 총재 장남이 같은 사유로 포함됐다"며 "병무청이 (고위층 자녀의) 병역 자료를 주지 않아서 우리가 일일이 병적기록표를 대조해 군의관이 누구인지 등 기초조사를 마친 자료였다"고 말했다.
군 검찰의 내사보고서에서 신장·체중 미달로 병역을 면제 받은 경우는 현중·정연씨를 포함해 7명이었고, 김용준 위원장럼 두 아들이 면제를 받은 경우는 이 전 총재를 비롯해 유흥수·권해옥 전 국회의원 등 9명이었다.
특히 현중·정연씨와 또 다른 고위법관 자제 등 3명이 공교롭게도 같은 국군 병원에서 재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변호사는 "당시 김용준, 이회창, 또 다른 대법관 자제 등 3명이 모두 국군OO병원에서 재검(신장체중측정)을 받고 병역 면제 처분됐다"며 "이례적으로 신체검사를 나아무개 병원장이 직접 실시했는데, 병원장이 직접 신체검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병역비리 수사팀은 나아무개 병원장을 상대로 여러 차례 소환 요청을 했지만, 나 병원장이 끝내 소환에 불응하다가 수사팀이 내부 문제로 해체되면서 조사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나 병원장은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전 후보의 두 아들에 대한 병역문제가 불거졌을 때 검찰 수사팀 내부에서 다시 한 번 이름이 회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내사보고서 명단에 오른 상당수가 병역 기피 혐의자로 분류됐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대부분 처벌을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노점상 아들도 아닌 대법관 아들이 어떻게 (신장 169㎝에) 몸무게가 45kg밖에 나오지 않겠느냐. 말도 안 된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대학 동기 "아버지가 대법관이면 군대도 안 가는구나"김 위원장의 장남 현중씨와 대학 생활을 함께 한 서울대 법대 동기들도 그의 병역 면제 처분에 대해 고개를 갸웃했다.
1989년 10월 현중씨와 함께 징병 신체검사를 받았던 한 대학 동기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중이가 조금 마르기는 했지만 나와 체격이 비슷했다"며 "당시 나도 50kg 초반이었기 때문에 체중미달로 (징집 대상에서) 빠질 수 있을까 알아봤는데, 기준이 45kg미만이더라. 어떻게 45kg까지 살을 뺄 수 있겠나. 그래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눈이 좀 안 좋아서 기대를 했는데, 결국 현역으로 판정이 났다"며 "그런데 현중이는 면제가 됐다. 아버지 백(배경) 없이 그게 가능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나중에 대학 동기들이 '아버지가 대법관이면 군대도 안 가는구나'라는 말을 했었다"며 "나와 현중이는 아버지만 다를 뿐인데... 당시에 '세상이 이런 거구나' 하면서 억울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기분은 나빴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의 차남 범중씨가 제2국민역 처분을 받은 것도 논란이다. 범중씨는 1994년 7월 통풍으로 5급 판정을 받았다. 통풍은 혈액 내에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주로 중년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20대에는 매우 이례적으로 드물게 발병하는 통풍을 악용해 병역을 면제 받는 사례가 늘자, 국방부는 지난 1999년 규칙을 개정, '요로결석, 골파괴 등 비가역적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제2국민역으로 판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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