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소 주상절리대 앞, 얼어붙은 강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
성낙선
이곳에 이같은 협곡이 만들어진 것은 수십만 년 전부터다. 약 30만 년 전에 분출한 용암이 이곳에 넓은 평야를 형성했다. 그 용암 지대 위로 강물이 흐르면서, 지금과 같은 현무암 협곡이 만들어졌다.
이 협곡은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협곡 안과 밖이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협곡 위로는 강원도 땅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평야에 서 있을 때는 협곡이 보이지 않고, 협곡 안에 들어서 있을 때는 평야가 보이지 않는다. 비경을 간직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을까?
한여름, 이 협곡 안에서 래프팅보트를 타고 내려가며 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그 절경은 협곡 절벽 위에 서서 멀뚱히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성이 차지 않는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절경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쓴다.
그리고는 급류를 타고 흐르는 작은 보트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래프팅보트를 타고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은 때때로 온몸이 강물에 빠지는 모험을 불사하고도 남을 만큼 값진 것이다. 이처럼 한탄강을 여행하는 데는 래프팅이 제격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실 한탄강이 감추어둔 비경은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요즘 이곳의 절경은 꼭 래프팅이 가능한 계절에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초 래프팅보트를 버리고 한탄강 위를 두 발로 걸어서 여행하려는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굴까? 대단한 발상이다. 사실 지금이 한여름이라면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그처럼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가능해질 때도 있다. 그러니까 한탄강을 제대로 탐색하려면 래프팅보트를 타야만 한다는 생각은 그 강이 한겨울엔 20cm 이상의 두께로 얼어붙는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