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선 꿈도 못꿀 일, 강 위를 걷는 사람들

[강원도 구석구석] 겨울철 이색 도보여행, 철원군 한탄강 얼음트레킹

등록 2013.02.01 09:48수정 2013.07.1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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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탄강 송대소 주상절리대 앞을 줄지어 지나가는 사람들.
한탄강 송대소 주상절리대 앞을 줄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성낙선

래프팅 명소로 유명한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이 올겨울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단단하게 얼어붙은 강물 위 빙판을 걷는 얼음트레킹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탄강 얼음트레킹이 이색 체험여행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한탄강은 북한에 속해 있는 강원도 평강군 장암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해 휴전선을 넘어서는 철원군을 지나 포천시와 연천군을 거쳐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길이는 141km 가량. 철원군을 지나는 한탄강은 양쪽 강변이 수직단애로 이루어진 깊은 절벽 아래를 흐른다.


 송대소 주상절리대 앞, 얼어붙은 강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
송대소 주상절리대 앞, 얼어붙은 강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성낙선
이곳에 이같은 협곡이 만들어진 것은 수십만 년 전부터다. 약 30만 년 전에 분출한 용암이 이곳에 넓은 평야를 형성했다. 그 용암 지대 위로 강물이 흐르면서, 지금과 같은 현무암 협곡이 만들어졌다.

이 협곡은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협곡 안과 밖이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협곡 위로는 강원도 땅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평야에 서 있을 때는 협곡이 보이지 않고, 협곡 안에 들어서 있을 때는 평야가 보이지 않는다. 비경을 간직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을까?

한여름, 이 협곡 안에서 래프팅보트를 타고 내려가며 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그 절경은 협곡 절벽 위에 서서 멀뚱히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성이 차지 않는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절경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쓴다.

그리고는 급류를 타고 흐르는 작은 보트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래프팅보트를 타고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은 때때로 온몸이 강물에 빠지는 모험을 불사하고도 남을 만큼 값진 것이다. 이처럼 한탄강을 여행하는 데는 래프팅이 제격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실 한탄강이 감추어둔 비경은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요즘 이곳의 절경은 꼭 래프팅이 가능한 계절에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초 래프팅보트를 버리고 한탄강 위를 두 발로 걸어서 여행하려는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굴까? 대단한 발상이다. 사실 지금이 한여름이라면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그처럼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가능해질 때도 있다. 그러니까 한탄강을 제대로 탐색하려면 래프팅보트를 타야만 한다는 생각은 그 강이 한겨울엔 20cm 이상의 두께로 얼어붙는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의 이야기다.

 고석정에서 내려가 본 한탄강. 바위 절벽 아래 얼음이 단단히 얼어붙은 곳으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고석정에서 내려가 본 한탄강. 바위 절벽 아래 얼음이 단단히 얼어붙은 곳으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성낙선

20cm 두께로 얼어붙는 한탄강, 강 위를 걷는 사람들


강 위를 걸어다닌다는 건 서울에서 평생 한강만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꽤 낯선 일이다. 그런데 요즘 한탄강은 땅 위를 걷듯이, 강 위를 걷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강 위를 줄을 지어 걸어가는 사람들로 때 아닌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여름에도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탄강을 찾았을까 싶을 정도다.

한탄강이 얼어붙기 전에는 협곡 위 '한여울길'을 따라 도보여행을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거의 대부분 한탕강 위를 걸어서 여행한다. 한겨울에 보는 한탄강은 래프팅을 해야만 볼 수 있었던 비경을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천천히 두루두루 감상할 수 있다는 데 큰 매력이 있다.

 순담계곡 가는 길. 한탄강 위를 걷는 사람들이 강가 바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순담계곡 가는 길. 한탄강 위를 걷는 사람들이 강가 바위를 올려다보고 있다.성낙선

매력은 여러 가지다. 강 위를 걷는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체험이다. 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 일 역시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원도 철원처럼 한겨울 기온이 시시때때로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곳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다. 서울도 그렇고,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두 발로 걸어 다닌다고 해서 또 다 같은 여행이 아니다. 사시사철 똑같은 방식의 도보여행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 얼음트레킹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얼음트레킹에는 땅 위를 걷는 여행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맛이 있다.

 한탄강, 강쪽으로 툭 튀어나온 바위. 그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보인다. 뒤로는 멀리 고석정이 보인다.
한탄강, 강쪽으로 툭 튀어나온 바위. 그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보인다. 뒤로는 멀리 고석정이 보인다.성낙선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은 주로 고석정과 순담계곡 사이, 그리고 직탕폭포와 승일교 사이를 많이 이용한다. 그 구간이 얼음도 잘 얼고 경치도 빼어나기 때문이다. 트레킹 구간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고석정'과 '송대소' 부근이다.

고석정은 강변 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다. 옛 정자는 오래 전에 사라지고, 지금은 예전 정자가 있었을 법한 자리에 또 다른 정자를 올려 세웠다. 그 정자에서 강 위로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가 내려다보인다. 이 바위가 이곳의 풍경을 대표한다.

 한탄강 하류 쪽에서 올려다 본 고석정 바위. 임꺽정이 관군을 피해 은신한 적이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한탄강 하류 쪽에서 올려다 본 고석정 바위. 임꺽정이 관군을 피해 은신한 적이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성낙선

이런 바위에 전설이 없을 수 없다. 이 바위에는 임꺽정이 한때 은신처로 사용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꼭대기에 소나무 몇 그루가 바위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풍경이 상당히 멋스럽다. 그 바위 머리에 제법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관군에 쫓기던 임꺽정이 숨어들었을 법한 구멍이다.

이곳은 그 고석정 바위와 주변의 검은 바위 절벽이 한데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보여준다. 절경이다. 그곳에서 순담계곡까지 절벽 아래 얼음 위를 걸어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마다 또 감탄사를 자아낸다. 얼음트레킹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고석정, 얼음붙은 강. 운행을 멈춘 배들.
고석정, 얼음붙은 강. 운행을 멈춘 배들.성낙선

한탄강 수직단애와 주상절리대를 코앞에 두고 보는 기회

송대소는 직탕폭포와 승일교 사이에 있다. 이곳은 얼핏 보면 협곡을 굽이도는 강물이 양쪽 강변 수직 단애 아래에 넓게 갇혀 거대한 연못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히 유속이 느려 강물이 가장 두껍게 얼어붙는 곳 중에 하나다.

주변을 단애가 감싸 돌고, 현무암이 굳어 만들어진 주상절리대가 넓게 퍼져 있어 절경을 이룬다. 그 바람에 송대소 여기저기 사람들 발자국이 무척 어지럽게 찍혀 있다. 사람들이 그 자리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오간 까닭이다.

 한탄강 얼음트레킹. 송대소 얼어붙은 강 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
한탄강 얼음트레킹. 송대소 얼어붙은 강 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성낙선

 송대소 주상절리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
송대소 주상절리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성낙선

 송대소 빙벽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송대소 빙벽 앞에 서 있는 사람들.성낙선

 송대소에서 직탕폭포 쪽을 향해 걸어올라가는 사람들.
송대소에서 직탕폭포 쪽을 향해 걸어올라가는 사람들.성낙선

 태봉대교 아래.
태봉대교 아래.성낙선

송대소에서 약 300여 미터를 걸어 올라가면 직탕폭포다. 이 폭포는 크기는 작지만, 그 모양새로는 결코 다른 폭포가 부럽지 않은 면모를 가졌다. 폭포가 마치 다리처럼 이쪽 강변과 저쪽 강변을 살짝 구부러진 일자로 연결하고 있다. 폭이 약 80m, 높이가 약 3m다.

 강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러 떨어지는 직탕폭포.
강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러 떨어지는 직탕폭포.성낙선
북쪽에서 흘러내려온 강물이 이 폭포 아래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다. 그 광경이 나이아가라폭포를 연상시켜서 누구는 이 폭포를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도 부른다. 물론, 그 크기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작다.

이 폭포가 유명한 것은 그 형태다. 댐도 아니고 수중보도 아닌 것이, 강물 전체를 뚝 끊어 떨어트리는 폭포는 한반도에서 이 폭포가 유일하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강물이 떨어져 내리는 광경이 장관이다. 폭포를 그 크기로만 재단할 것은 아니다.

한참 기온이 내려갈 때는 이 폭포가 마치 강 위에 얼음벽을 세워놓은 것처럼 얼어붙는다. 요즘은 기온이 어느 정도 상승해 부분 부분 얼음 조각이 떨어져 나간 폭포가 마치 얼음 커튼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커튼 사이로 강물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린다.

그러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그 모습이 진짜 나이아가라를 축소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 폭포를 이처럼 가까이에서 눈여겨 볼 수 있는 것도 이때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폭포 앞에 서 있으면, 이 폭포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탕폭포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직탕폭포 앞에 서 있는 사람들.성낙선

철원군에 따르면,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2월초까지도 가능하다. 그 후로도 기온이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트레킹 기간은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얼음이 언 정도가 의심스러울 때는 미리 확인을 하고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레킹 코스 중 얼음이 잘 얼지 않는 곳이나, 위험이 예상되는 곳에는 '접근 금지'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트레킹을 할 때는 앞서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개척자 정신은 아무나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여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얼음트레킹이 처음인 사람은 경험자를 대동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리에 뒤섞여 함께 여행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고석정, 승일교, 송대소 부근에 주차장이 있다.

 위험 표지판.
위험 표지판.성낙선

#한탄강 #얼음트레킹 #송대소 #직탕폭포 #고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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