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만 차별 안 받는 세상'은 불가능해"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웹진 '랑'... 작지만 힘 있는 활동

등록 2013.01.31 14:55수정 2013.01.3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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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너, 나, 우리 '랑'>의 메인 페이지. 지난호가 메인에 올라와 있다. 화면 오른쪽의 카테고리는 동성애 이슈들을 주제별로 묶어 지난 기사들을 찾아 보기 쉽게 만들었다.
웹진 <너, 나, 우리 '랑'>의 메인 페이지. 지난호가 메인에 올라와 있다. 화면 오른쪽의 카테고리는 동성애 이슈들을 주제별로 묶어 지난 기사들을 찾아 보기 쉽게 만들었다. 김다솜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관심 받았던 방송인 홍석천(41)씨는 최근 'tvN 코미디빅리그'에 출연해 퀴어 개그를 선보였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 개그가 통할지 많은 사람이 우려했지만,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동성애 관련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나쁜 소식도 있다. 동성애로 고민하던 육군병사가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지난 12월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레스젠더),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는 등의 현수막을 설치하려다 '금지'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마포구청 측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5조 '광고물에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음란, 청소년보호 방해, 사행심을 부추기는 내용 또는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내용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들어 현수막 게시를 금지했다.

이런 가운데 동성애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곳이 있어 찾아 가봤다. 바로 성소수자 인권단체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에서 발행하는 웹진 <너, 나, 우리 '랑'>(이하 )

"성소수자만 차별 안 받는 세상'은 불가능해"

웹진 랑을 소개하기에 앞서 동인련(http://www.lgbtpride.or.kr/)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동인련은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 해소와 인권 보호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다. 1997년에 처음 발족해 올해로 16살을 맞았다.

편집팀원 닉네임 '이주사'는 "'성소수자만 차별 안 받는 세상'은 불가능하다"며 "동인련은 다른 소수자와의 연대도 굉장히 중요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동인련은 '희망버스'에 참가하고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는 '함께살자 농성촌'에 찾아가 노동자들과 연대활동을 하기도 했다.  웹진 이름 '랑'에도 연대의 뜻이 담겼다. 랑은 '너랑 나랑 우리랑'이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동인련에는 ▲HIV/AIDS 인권팀 ▲성소수자 노동권팀 ▲청소년 동인련 ▲교육팀 ▲웹진팀이 있다. 웹진 랑은 동인련 웹진팀에서 운영하고 있다. 랑은 2008년에 시작됐지만, 그 당시에는 웹진팀이 없었다. 주요 활동 회원 몇몇이 운영했을 뿐이었다.

2011년이 되자 웹진 랑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모두 11명의 편집팀원이 한 달에 두 번씩 웹진을 발행한다. 대개 매달 초나 말에 발행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현업이 있기에 웹진 발행에만 전념하기 어렵다. 


기획 회의를 하고, 각자 역할 분담을 통해 글을 청탁하거나 취재하는 형식으로 제작이 이뤄진다. 그렇게 작성된 글은 기본적인 교정 교열을 본 뒤에 세상에 나온다. 웹진 랑의 글들은 취재 기사 위주가 아니다. 칼럼이나 인터뷰가 많다. 그렇게 웹진 랑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 운영하는 웹진 랑의 하루 조회수 평균 250회 정도. 지난 12월 발행한 에이즈 특집호는 반응이 좋아 발행 당일 1100명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주사'는 "기본적인 기획 방향은 동인련 활동을 알리는 거지만, '~했다'라는 소식만이 아니다"며 "우리가 어떤 고민에서 활동을 하는지 등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연대 한바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교육 농성장을 찾은 동인련 회원의 방문록
'성소수자 연대 한바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교육 농성장을 찾은 동인련 회원의 방문록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너,나, 우리'랑'>

"사실 우리가 특집 기획을 할 때 많이 힘든 건 아니에요. 에이즈나 노동권, 청소년 등 동인련 내에서 활발하게 토론하던 주제를 밖으로 내보일 뿐이에요."

편집팀장을 맡은 닉네임 '모리'는 "웹진 내용은 기본적으로 동인련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와 노동 ▲명절과 가족 ▲청소년 성소수자 ▲HIV/AIDS 등이 바로 그것이다.

랑은 지난해 12월 1일 에이즈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아 '에이즈, 다르게 생각하기 - 성(性)과 동성애자, 에이즈, 도돌이표 같은 질문에 답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에이즈 특집 기획을 발행했다. 이와 함께 '인터뷰를 통해 본 HIV/AIDS 감염인 인권과 복지의 현실', '2012 대선 HIV/AIDS 감염인의 요구를 말한다' 등 동성애 문제에 느낌표를 던지는 기사들을 선보였다. (관련 내용 보기)

 동인련 웹진팀 MT날. 하반기 웹진 기획 회의 결과를 그려 놓았다.
동인련 웹진팀 MT날. 하반기 웹진 기획 회의 결과를 그려 놓았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너, 나, 우리'랑'>

닉네임 '모리'는 지금까지 기획 중 에이즈 특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닉네임 '모리'는 "감염인 인권이나 에이즈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많아 공부를 많이 했다"며 "동인련 내에 에이즈 팀이 있는데 그 팀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은 에이즈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 말했다. 랑은 올해 12월에도 에이즈 특별 기획을 할 계획이다. 

다른 계획도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2월에 가는 워크샵 때 세부적으로 구상할 예정이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육우당 사망 10주기를 맞아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내용을 많이 실을 계획이다. 육우당은 10년 전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청소년 회원으로 동성애에 대한 고민 끝에 자살을 택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편집팀장이 되는 닉네임 '모리'는 의욕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니, 다들 엄청 열심히 했지만 부족한 점도 많더라고요. 2012년을 보내면서 회의를 많이 했어요. 연간 기획을 세우고, 특집 기획은 미리 팀원 끼리 그 주제에 대해 공부할 생각이에요. '다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목표에 써놓기도 했고.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김다솜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대학생인턴입니다.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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