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1일 오전 충남 보령 한화리조트에서 당무위원회 회의를 했다. 민주당은 보령에서 1박2일간 워크숍을 열어 대선 패배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당의 진로를 모색한다. 워크숍에 앞서 열린 당무위 회의에서는 전대준비위 인선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김동철 위원, 박기춘 원내대표, 문 위원장, 설훈 위원.
연합뉴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이 굉장히 용기 있게 누구도 못하는 얘기(친노책임론)를 했다. 우리(비주류)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도 안했다. 그런데 주류(친노)쪽은 안 받아들인다. '한 위원장은 안철수 얘기를 그대로 하네, 나이 들어 노망이 들었나'라고 하더라."지난 1일부터 이틀간 열린 민주통합당 워크숍이 끝난 뒤, 평가를 묻는 기자에게 한 중진 의원이 전한 말이다. 계파주의라는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 민주당의 살길을 모색하자며 마련된 워크숍은 오히려 계파주의만 재확인한 자리였다. "내 탓이오" 자성을 강조한 한 위원장의 발언에 '네 탓'이라는 답이 돌아온 셈이다.
워크숍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단연 '책임'이었다. 지난해 총선·대선 패배를 이끈 주류 친노 세력이 결과에 대해 칙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워크숍 대선평가 토론회 기조발제를 맡은 한상진 위원장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문재인 전 후보와 실세들이 자기고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친노의 실체는 모호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친노 그룹은 대부분 입을 닫았다. 이는 자성론에서 나온 침묵이 아니었다. 친노 그룹을 대표하는 의원들은 아예 워크숍에 불참했다. 한 중진 의원은 워크숍을 끝난 후 기자에게 씁쓸한 표정으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위기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친노책임론 봇물... 정작 친노 좌장은 참석 안해워크숍 대선평가 토론회가 열린 1일 오후 4시. 토론회장은 노란색 점퍼를 입은 이들로 붐볐다. 대선 후 공식적인 첫 대선 평가 자리였기 때문에, 국회의원·지역위원장·상임고문단 등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상민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왔고, 79살의 선진규 노인위원장도 노구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토론회장 앞 안내데스크의 명찰은 빠르게 사라졌다. 국회의원 127명의 명찰 중 5개는 끝내 주인을 찾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와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의 명찰이 포함됐다. '총선 평가 보고서' 은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부산 북·강서을 지역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서면인사말에서 '많은 의원들이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경청하고 토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모든 것을 털어놓고 경청해야할' 사람들은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한 비주류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문재인 전 후보는 대선 후 당내 행사에 아예 모습을 안 드러내지 않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이를 두고 한상진 위원장은 "민주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솔직한 자기 고백의 흐름이 형성돼야 한다"며 "문재인 전 후보가 캠프가 어떻게 운영됐고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 살펴서, 선거운영체계가 민주당의 일사분란함을 저해한 요소가 있었다면 과감히 자기고백을 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한 "당을 장악했던 실세들도 (자기고백을) 해야 한다, '정직하게 내 탓이오', '당이 단결해서 같이 나가자'고 호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성엽 의원은 문재인 전 후보,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의 이름을 거론한 뒤 "'당이 살아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매우 중요한 워크숍이다, 도중에라도 그분들이 참석해야 한다"며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유 의원은 특히 문성근 전 대행을 겨냥해 "못 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갈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총선 평가 보고서 은폐 문제에 대해서 서로 다른 얘기가 오가고 있다, 거기에 관계됐던 당사자들이 참석해서 워크숍이 끝날 때까지 정확히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의원직 사퇴 요구도 나왔다. 이동섭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한명숙 전 대표는 총선에서 계파 공천을 했다가 총선에서 참패했다,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다"고 했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김재홍 경기대 교수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국회의원직 사퇴 요구가 많았는데, 왜 응하지 않았느냐"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