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 내포새청사
심규상
충남도가 내포로 이전하는 소속 공무원들을 위한 이주지원비 예산을 확보하고도 사전 검토 및 준비 부족으로 예산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 내부 행정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지만, 후속 대응 또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충남도(도지사 안희정)는 내포신도시로 이주한 공무원들에게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본예산에 31억 6560만 원(월 20만 원)을 편성했다. 첫 지급일은 지난달 20일이지만 아직까지 지원된 돈은 단 한 푼도 없다. 돈이 있는데도 예산집행을 하지 못하는 데는 사전 계획 및 준비 미흡 등 행정 시스템이 헛바퀴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지난해 본예산에 이주지원비를 편성하고도 정작 예산집행 기준 및 방법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는 물론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때문에 이사를 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약속한 이사비용조차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는 이주지원비 예산집행 방법을 놓고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지사 내부결재 방법을 택할지, 관련 조례를 제정해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다.
지방자치법 9조에는 '소속 공무원의 후생복지' 관련 업무를 사무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도청이전특별법에는 도지사가 '이전비용 및 이전에 필요한 사항'(제 9조)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세종시 이주공무원에 대한 이주지원비 또한 행정도시특별법의 '이전기관 종사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한다'(제 54조)는 규정에 의한 것이다. 이주지원비를 별도 조례 제정 없이 내부 결재를 통해 시행할 수 있다는 견해는 이 때문이다.
반면 관련 법령이 미흡해 별도의 조례를 제정해 예산집행 근거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충남도는 때늦게 행정안전부와 예산집행지침 등에 대해 문의하고도 조례제정을 통해 예산을 집행할지, 도지사 결재만으로 집행할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안희정 지사 또한 예산집행 방침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련 부서에서는 오는 3월 또는 4월 경 도의회에 '이주비 지원조례 제정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청공무원은 "예산이 있는데도 계획을 세우지 않아 예산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행정누수 현상에 다름아니다"며 "예산 편성과 집행을 하기에 앞서 관련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이후에도 내부 논의 및 부서 간 대응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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