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세트 80% 할인? 원가 따져보니 '제값'

[오마이뷰] 소셜커머스 '반값 선물세트' 허와 실

등록 2013.02.07 10:01수정 2013.02.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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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반값 선물세트'가 인기다.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에선 각종 명절 선물세트를 최대 70~80%까지 할인 판매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싼 가격이지만 그만큼 선물세트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얘기다. 이른바 '반값 선물세트'를 통해 명절 선물세트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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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반값 선물세트'의 허와 실 ⓒ 고정미


소셜커머스 '반값 선물세트', 오픈마켓과 별 차이 없어

티켓몬스터(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에선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설 선물 기획전을 진행했다. 샴푸, 치약 같은 생활용품이나 참치 캔, 식용유 같은 중저가 선물세트가 특히 인기를 끌었고 아모레, 애경 등 생활용품 세트는 티몬 한 군데에서만 4만 개 넘게 팔리기도 했다. 평소 공동구매를 통한 '반값 쇼핑몰'임을 내세우는 소셜커머스 답게 할인율이 40~50%는 기본이고 많게는 70~80%에 이르는 탓이다.

과연 이들 '반값 선물세트'는 진짜 '반값'일까? 설 선물 행사 막바지인 지난 4일부터 주요 소셜커머스를 둘러봤다. 갑작스런 폭설로 배송 차질이 우려된 탓인지 일부 인기 제품은 이미 품절 상태였고 전체 판매량이 1만 개를 훌쩍 넘긴 거래(딜)도 있었다.

일부 생활용품 선물세트는 67~80%에 이르는 높은 할인율을 제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적어도 오프라인보다는 싸거나 '인터넷 최저가'이길 기대하지만 실제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 했다. 

카놀라유, 햄, 홍초 등으로 구성된 '대상 청정원 3호(정가 4만6천 원)'의 경우, 티몬·위메프 등에선 2만8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인터넷 최저가(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기준)인 3만400원(옥션)보다 쌌고, 이마트몰(3만7800원)보다는 9천 원 정도 쌌다.

하지만 대부분 제품은 오픈마켓 최저가보다 조금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티몬에선 정가 2만9천원인 '아모레 고운1호'를 79% 할인해 6100원에 팔고 있었지만 오픈마켓 최저가는 5500원이었다. 6800~9000원대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선 싼 편이었지만 오픈마켓과 큰 차이는 없었다. 


'아모레 고운 7호' 역시 정가 7만5000원짜리를 71% 할인해 2만1400원에 판매한다고 했지만 인터넷 최저가는 1만9710원이었고 오픈마켓도 티몬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마트몰 판매가는 3만4900원이었지만 신용카드 할인 20%를 적용하면 2만7920원으로 가격 차가 6천 원으로 줄었다.  

티몬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파트너들이 오픈마켓에서도 같은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슷할 수 있다"면서도 "판매를 시작하기 전에는 오픈마켓보다 싸게 맞추고 있지만 일단 판매에 들어가면 오픈마켓에서도 그에 맞춰 가격을 내려 인터넷 최저가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가 부풀려 할인율 높이기도... 정가 자체도 '과대 포장'

오픈마켓의 경우 쿠폰 할인이나 각종 이벤트 때문에 가격 변동이 심한 건 사실이다. 다만 오픈마켓에선 선물세트 판매가 중심으로 표시하는 반면 소셜커머스에선 높은 할인율을 강조하려고 정가와 판매가를 함께 표시다보니 과대광고 논란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선 지난해 2월 소셜커머스 할인율 과장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실제 정가를 실제보다 부풀려 할인율을 높인 경우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에선 정가 3만5000원짜리 '대상 청정원6호'를 52% 할인해 1만69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지만 대상 웹 카탈로그에 표시된 동일 제품 정가는 3만 원에 불과했다. '청정원 3호' 역시 6만9천 원짜리를 58% 할인한다고 표시했지만 실제 정가는 4만6천 원이었다. 실제 할인율은 각각 44%, 38%에 불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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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셜커머스에선 정가 6만9천 원짜리 '대상 청정원 3호 선물세트'를 58% 할인한다고 표시했지만 실제 대상 웹카탈로그에 표시된 정가는 4만6천 원이었다 ⓒ 김시연


그렇다고 선물세트 정가를 100% 신뢰할 수도 없다. '과대 포장' 논란을 빚어온 화려한 포장비가 추가되는 것은 물론 구성 제품 가격 역시 시중 판매가보다 비싼 권장소비자가격 등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정가 4만8800원으로 책정된 'CJ 특선 3호' 가격을 분석해 봤다. 카놀라유 500ml 2개, 스팸클래식 200g짜리 2개, 진한참기름 80ml짜리 1개, 워터튜나 150g짜리 2개, 팬솔트 200g짜리 1개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마트몰, 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 개별 판매 가격을 합해보니 모두 2만7650원에 불과했다. 시중에서 따로 살 때보다 2만 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정작 CJ제일제당 직영 쇼핑몰인 'CJ온마트'에선 같은 제품을 3만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티몬에선 정가를 기준으로 41% 할인해 2만8800원에 팔고 있었지만, 직영 판매가에 비하면 할인율은 고작 7% 정도이고 개별 제품 시중 판매 가격을 원가로 본다면 거의 제값에 사는 셈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선물세트 정가는 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채널 가운데 가장 비싼 판매가를 기준으로 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개념"이라면서 "직영 판매가는 대형마트 판매가에 맞춘 것으로 개별 제품 판매가 대비 3~4천 원 정도 차이나는 건 인건비와 포장비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정가에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있는지와 선물세트 가격 책정 기준이 되는 개별 제품 권장소비자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나마 이렇게 가격차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상당수 선물세트에는 시중에서 거의 판매하지 않는 소량 제품들로 채워 가격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정가 2만9천원인 '아모레 고운 1호'의 경우 200ml짜리 샴푸 2개와 린스 1개, 90g짜리 치약 6개로 구성돼 있는데 온라인상에서 단독 제품으로 판매되지 않고 있었다. 다만 한 대형마트 인터넷몰에서 100g짜리 치약 8개 묶음이 5750원에, 같은 종류 샴푸 550ml 용량 제품이 4천 원 정도에 판매되는 걸 볼 때 시중가가 1만 원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물세트 정가는 '눈속임'... 높은 할인율로 '과대 포장' 

마침 한국소비자원은 6일 명절 선물세트 온-오프라인 매장 판매가격이 평균 42% 정도 차이가 났다고 발표했다. 일부 제품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가격이 오픈마켓 최저가보다 최대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선물세트 정가란 이처럼 유통채널별로 천차만별인 판매가를 감추는 동시에 높은 할인율을 내세워 판매량을 높이려는 일종의 눈속임인 셈이다. 실제 상당수 제조업체들은 백화점, 대형마트용 제품과 온라인 판매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 가격 비교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주력 제품은 온라인엔 거의 안 들어간다"면서 "온라인 판매 가격이 낮은 것도 주력 선물세트가 완판된 상태에서 비주력세트를 재고처리용으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온-오프라인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싼 제품을 남보다 싸게 사는 건 모든 소비자들의 로망이다. '반값'을 앞세운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 틈바구니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렇듯 거품이 잔뜩 낀 명절 선물세트를 높은 할인율을 미끼로 판매하는 건 소셜커머스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선물세트 #소셜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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