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들의 눈물겨운 '4대강 기업 지켜주기'

[取중眞담] 공정위-수공-조달청-권익위 '행정담합'

등록 2013.02.07 14:18수정 2013.02.07 14:18
0
원고료로 응원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검찰이 최근 4대강사업에 입찰 담합한 혐의로 17개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4대강 사업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했기 때문이란다.

건설사들끼리 서로 짜고 공사구간을 나눠 먹었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은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 8개 대형 건설사를 포함해 모두 17개 회사다.

하지만 이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상반기, 조사결과 건설사들의 담합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건설사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아니 한술 더 떠 4대강 입찰담합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도 청와대와 조율해 조사 및 처리 일정을 미루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a

김기식 의원이 2012년 9월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가 4대강 입찰 담합 조사를 대선 이후 처리할 계획을 세우는 등 처리 시점을 놓고 청와대에 사전 협의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 김시연


지난해 9월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4대강사업 비리담합조사소위 위원)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11년 7월 작성한 '4대강 입찰담합 조사 진행상황' 제목의 문서를 통해 "총선 및 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배제 등을 고려해 대선 이후 상정을 목표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늑장을 부리기는 수자원공사와 조달청도 금메달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수자원공사와 조달청에 각각 4대강 담합업체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제재하라고 통보했다. 공정위가 담합판정을 내리고 행정제재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와 조달청은 거리낌 없이 제재시기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태국에서 발주한 통합 물 관리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제재시기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수공은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SK건설·삼환기업 등 7개 시공사와 함께 태국판 4대강 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관련법에 제재를 받은 건설사는 경중에 따라 많게는 2년, 적게는 6개월 동안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즉 이들 업체에 제재를 가할 경우 입찰이 어려워질까봐 건설사 감싸기에 나선 것이다. 


조달청도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한다"고 하더니 5개월이 넘게 행정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제재를 통보한 공정위도 아무 말이 없다. 건설사 입찰 담합처럼 기관 간 제재시기 담합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수자원공사와 입찰담합 건설사로 구성된 사업단이 태국 4대강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대규모 기술 수출이라며 뽐내고 있다. 국민권익위의 검찰 고발은 정부가 시간 끌기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을 즈음에 이뤄졌다. 결국 공정위의 입찰 담합 확인 이후로부터 반년이 넘게 검찰 수사를 늦춘 것이다. 이를 문제 삼으면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비난이 돌아온다.

청와대의 안녕을 위해 4대강 입찰담합 조사 시기를 조율한 공정위, 기업의 이익을 위해 행정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 수공과 조달청. 이를 묵인해 오다 '정의의 사도'인양 때늦은 칼을 빼든 국민권익위.

해외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데 기여하니 지적하면 안 된다고? 4대강 입찰 담합을 통해 국민혈세를 빼먹어온 기업. 그런 탐욕스러운 기업을 지키기 위해 법 집행에 또 다른 예외 사례를 만들고 있는 정부. 벌어들인 돈을 국민에게 베풀긴 하는 것일까?
#4대강 #입찰담합 #공정위 #수공 #검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2. 2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3. 3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4. 4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