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기술자', 도의회 우뚝... "의정활동도 노동운동처럼"

[바로 이사람④] 전남 도의회 최초 '비정규직 조례안' 만든 천중근 도의원

등록 2013.02.07 18:23수정 2013.02.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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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어 닥친 정치적 한파는 많은 사람들에게 '멘붕'을 안겼다. 하지만 우리 곳곳에는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참 많다. 이들의 삶은 우리를 놀랍게, 때로는 훈훈하게 만든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작은 위안을 얻고자 한다. 필자는 새해를 맞아 지역 곳곳에 살아가는 주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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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을 하다 도의원에 진출해 의정활동 10개월 만에 전남 최초로 '비정규직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천중근 도의원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심명남


"내가 가진 노동가치관과 운동관을 바탕으로 도민들의 의견이 도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일하겠다."

지난해 4월 23일. 한 초선의원의 목소리가 전남도의회에 울려 퍼졌다. 이날은 전남도의회 제267회 임시회 개회식이 열려 당선인사가 진행된 자리였다.

이날 보궐로 당선된 천중근 도의원은 "노동운동 과정에서 전남도청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어떤 것이 대중의 목소리인지, 도민들의 목소리인지 확인해 서민과 대중 속에서 고민하고, 꿈과 이상을 같이하는 의원이 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당의 독재에 제동을 걸겠다는 예고편의 서막이었다. 그로부터 한 해가 흘렀다. 정확히 10개월이 지났다.

'파업기술자' 도의원이 되다

'바로 이사람' 네 번째 주인공은 천중근(행정환경상임위, 시전·미평·둔덕·만덕) 도의원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6일 민주노총 여수시지부를 찾았다. 그는 현재 통합진보당 소속이다. 이곳 지역에선 그는 '노동계의 대부'로 통한다. 호남에틸렌을 거쳐 대림산업. 여천NCC노조위원장, 민주노총 여수시지부장을 지냈다. '파업기술자'로 알려진 그는 위원장 시절 국내의 굵직한 파업을 이끌며 항상 선봉에 섰다. 그때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장식했지만 파업으로 인해 해고를 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그를 믿고 지지해준 노동현장의 조합원들은 동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가 해고되자 십시일반 조합비를 걷어 퇴직하는 날까지 5년간 그의 생계를 책임졌다. 복직투쟁이 이어지던 지난 4월 그는 결국 도의원에 당선됐다.


노동운동의 불모지였던 여수국가산단에서 1980년대부터 투쟁의 선봉에 서서 구조악과 싸워온 그는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가 아닌, 열심히 땀 흘리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인정받는 바른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가 걸어온 길이다"면서 "그 결과 여수 산단 정규직은 국내 제조업 노동자 중 최고의 노동조건과 연봉을 받는 변화를 불러왔다"며 "이제는 비정규직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과제가 되었다, 의정활동도 노동운동처럼 할 것"라고 털어놨다. 도의원이 되었지만 노동운동에 대한 그의 열정은 아직도 진행형인 셈이다.

그는 최근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준영 도지사에게 물세례로 제명위기에 몰린 안주용 의원 살리기를 주도한 것. 당시 총리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박준영 도지사가 "지난 대선에서의 호남 몰표는 무겁지 못하고 충동적"이라는 발언에 사과를 거부하자 통합진보당 안 의원은 박 지사에게 물세례를 퍼부었다. 이후 2월 1일 전남도의회 274회기 본회의 마지막 안건으로 '안주용 의원 제명 건'이 전격 상정 되었다. 당시 안 의원 제명의 부당함을 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전남도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박준영 도지사의 사퇴나 사과 없이 안주용 의원의 제명만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 생각했죠. 의장은 기록을 안 남기려고 속기사, 언론사 모든 관계자를 내보내고 본 안건에 대한 반대 토론 없이 (안 의원에 대해)제명 표결처리 하려해 순간 제가 나섰습니다. 그것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커서 10분간 반대토론을 얻어 부당성을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두 번에 걸쳐 결의해 동료인 안 의원 제명을 확정 표결하려고 표 관리하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이번 표결은 본인의 양심에 따라 표결해야 함을 주장했죠. 결국 62명의 제적의원 중 40명만 찬성을 받아 부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의정활동 10개월... 전남 최초 '비정규직 조례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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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을 하다 도의원에 진출해 의정활동 10개월 만에 전남 최초로 '비정규직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천중근 도의원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심명남


노동현장이 아닌 제도권으로 무대를 넓힌 그는 의정활동 10개월 만에 큰획을 그었다. 바로 '전라남도 비정규직 근로자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해 12월 21일 도의회 본회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 이 조례안은 천 의원이 주축이 되어 진보의정과 준비한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로 인해 도지사는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센타'를 설치해 매년 그 실적을 시·도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평가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 이들의 정규직 전환 등의 실적을 평가에 반영토록 명문화했다.

천 의원은 이번 조례안의 핵심은 "전라남도가 비정규직 노동센타를 설치 운영하고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게끔 법으로 못 박은 것" 이라며 "특히 도지사는 비정규직 개선을 위해 우수기업은 '우대'하고 차별기업은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을 만든 것에 큰 의미를 둔다"라고 평가했다.

천 의원은 현재 여수보육원 사태로 민·형사상 고발을 당한 상태다. 3명의 여선생의 해고로 촉발된 보육원 사태에 대해 그는 "(여수보육원이)자본의 힘인 '돈질'을 해서 도의원인 저를 포함 여선생님, 기자, 언론사를 고발한 것은 자기들의 우를 감추고 희석시키기 위한 거짓몸짓이 아닌가 싶다"라며 "부당 해고된 여선생들의 원직복직과 시설의 투명운영 2가지를 주문한다"면서 "행정지도를 잘못한 부분에 대해 여수시와 전남도 관계자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천중근 도의원과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전남도에 비정규직 조례안을 최초로 만들었다.
"전남도에 농·어민이 많다 보니 도시 빈민 노동자에 대한 혜택이 없다. 노동자가 만든 세상인데도 불구하고 그 동안 노동이 천시되어 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켜 민간기업에 확대시키는 것을 발의하게 되었다. 조례안을 만드는 데 6개월을 준비했다. 그런데 집행부와 동료의원들이 기금운영 문제로 반대가 심했다. 도의회 초의실에서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후 집행부와 조율하고 동료의원을 설득시켜 최종안을 경제관광 상임위에 올렸다. 그런데 담당국장과 실무자가 이의를 제기해 기금운영과 근로자 권익확대로 수정요구를 했다. 결국 근로자 권익을 위한 기금조성 대신 센터를 운영키로 관철시켰다. 이 조례안은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 전남도의 비정규직 조례안이 타 도시와 다른 것이 뭔가.
"우선 도지사의 책무다. 이제 도지사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및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 또 4년마다 전남도 비정규직 보호 및 지원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후 매년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시행 정기적으로 노·정 협의회를 진행하고 매년 그 실적을 시·도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공기관 평가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여야 한다. 이어 도지사는 전라남도 비정규직 노동센타를 설치 운영하고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특히 도지사는 비정규직 개선을 위해 우수기업은 우대하고 차별기업은 제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육원에 민·형사 고발당한 천중근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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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보육원으로 부터 민.형사상 고발된 천중근 도의원이 해직교사 김원혜(우), 김정숙씨와 함께 1월말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천중근


- 여수보육원 사태로 민·형사상 고발을 당했다.
"해고가 정당한 해고가 어디 있겠나. 노동자 입장에선 다 부당해고다. 여수보육원에 종사하는 3명의 여선생님들이 2번의 해고를 통해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4번 승소했다. 하지만 행정심판을 간과해 재판에 참여 안 해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지금 고법에 계류 중이다.

보육원 선생님을 부당해고 시키는 보육시설이 아이들한테 어떻게 할 것인지 상상해 보라. 결국 선생님들이 부당 해고되어 범대위가 구성되었다. 보육원에 여수시 복지대표자협의회에서 42개 항목을 조사해 일부 문제 있는 것으로 판정되고 시정명령. 행정지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수시 일부 감사결과에 의하면 수익사업을 전남도에서 문제없다고 하는 것도 의문이다. 또 수익사업을 하더라도 모든 수익은 아이들 생활을 위해 써야 됨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유용하여 쓴 것이라는 의혹이 나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또 복지재단은 집안끼리 나눠 먹기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전문인이 투명경영을 해야 한다. 특히 자본의 힘인 '돈질'을 해서 도의원인 저를 포함 여선생님, 기자, 언론사를 고발한 것은 자기들의 우를 감추고 희석시키기 위한 거짓 몸짓이 아닌가 싶다. 여수보육원은 변호사를 3명씩이나 선임해놓고 뭐가 켕기는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불성실의 극치다. 이는 송사에 말려 우리를 애먹이려는 수작이 아니고 뭐겠나.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지만 그 변호사 송사비용으로 아이들과 선생들을 위해 썼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그 동안 부당 해고된 여선생들의 원직복직과 시설의 투명운영 2가지를 주문하며 인내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이들은 상식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범대위 측에서 감사결과에 따른 공금횡령 의혹을 근거로 형사고발에 나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 행정지도를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수시와 전남도 관계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수시와 전남도는 전수조사나 감사를 더 이상 회피할 명분이 없다. 또한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시.도민의 혈세가 투입된 모든 복지시설의 재조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 제명..."과정이나 절차 잘못되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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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전남도의회 274회기 본회의 마지막 안건인 안주용 의원 제명 건이 상정되어 천중근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서 안 의원 제명의 부당성을 얘기하고 있다. ⓒ 천중근


- 최근 안주용 의원 살리기를 주도했다.
"지난 2월 1일 전남도의회 274회기 본회의 마지막 안건인 안주용 의원 제명 건이 상정되었다. 의장은 기록을 안 남기려고 속기사, 언론사 모든 관계자를 내보내고 본 안건에 대한 반대 토론 없이 제명표결 처리하려 했다. 순간 내가 나섰다. 제도권 밖에 있을 때 30여 년간 노동일선에 종사했다. 노동자가 큰 잘못을 해서 부당해고를 당해도 그 과정이나 절차가 잘못되면 해고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물며 도민의 대표인 도의원 하나 목을 치는 것을 이렇게 반대토론 없이 하는 것은 위법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이후 동료의원들이 반대하는 힘겨운 상황에서 의장에게 10분간 반대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신성한 의회에서 안 의원이 물세례 사건을 벌인 것에 대해서는 본인도 반성하고 충분히 잘못되었기 때문에 제명처리 하려면 해라, 다만 과정이나 절차가 잘못되었음을 어필했다. 전남도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박 도지사의 사퇴나 사과 없이 안 의원의 제명만을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것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두 번에 걸쳐 결의해 안 의원 제명을 확정 표결하려고 표 관리하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 표결은 본인의 양심에 따라 표결해야 함을 주문했다.

민주화의 성지 전라남도는 5·18 당시 독재정권에 항거 광주를 지켜낸 구국의 성지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제명건을 쪽수로 밀어붙이면 전남도민을 얼마나 우습게 본 것이냐. 만약 도지사의 사과 없이 안 의원의 제명만으로 결론이 난다면 도의회는 전남도민의 극렬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후 62명의 제적의원 중 40명만 찬성을 받아 부결되었다. 이성이 감정을 이긴 진보당 소속 6명의 승리였다. 이후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소문이 났다."

- 향후 의정활동 계획은?
"제가 전남도 노동환경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노동에 대한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중시 여기고 있다. 여수산단.광양만권 환경.안전에 대해 최우선 과제를 삼고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에 피폭되고 있는 지역민들의 '건강지킴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도지사와 전남도에 발전소 주변 마을에 대한 지원을 위해 환경세 등의 법안 마련을 요구해 놓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천중근 #전라남도의회 #비정규직 조례 #바로 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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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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