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일여객분회 사무실. 7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실망한 조합원들이 모여있다.
문주현
못 받는 돈이 많아지는 만큼 들어가는 돈이 커지고 있다. 곽 분회장은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이를 받기 위해 법률 비용으로 1년 조합비의 1/3을 쓰고 있다"면서 "좋은 변호사를 만나 한 건에 220만 원인데, 현재 4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노조에 들어오는 돈이 없다 보니 수임료를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밀리고, 밀리고, 밀리고...악순환만 반복 "회사가 로드맵이라도 제시해라"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에게 그나마 한 줄기 빛이다. 그래서 7일 조인식에서 곽 분회장은 "담담했다"고 말했지만, 조합원들의 상심은 컸다. 김진태(가명, 54, 7년 근무)씨는 "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났다"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3년을 싸웠다. 단체협약은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아니냐"고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그것 때문에 거리에서 누워 자기도 했고, 용역들에게 맞기도 했다. 단협이 없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때는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기자와 만나는 중간에도 곽 분회장과 비번인 조합원들에게 운행 중인 조합원들로부터 "조인식에 제일여객 사업주가 나타났냐"라는 물음의 전화가 수차례 왔다.
그렇다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방도는 없을까?
민주노총 전북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교섭을 참여하면 회사가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고, 노조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을 깎아달라는 말만 한다"며 "이제부터 소급적용하자고만 하는데, 막말로 까주고 싶어도 까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전임자 임금, 운전자 보험료 등 노조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이 상당하다"면서 "경영상태가 어려우니 못 주겠다고 하기 전에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갚아나가겠다는 전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분회장은 "단체협약은 협약대로 체결하자는 의지를 보여주고, 채무와 관련된 부분은 부속합의를 통해 신뢰를 갖고 대화를 해도 된다"면서 "그런데 7일처럼 불참해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부실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지난 5월, 오현숙 전주시의원은 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시내버스 회사가 전주시에 제출한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자기자본이 잠식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버스노동자의 퇴직적립금을 누락시켜 이렇게 된 것이다. 이 금액을 적용하면 전주시내버스 5개사는 전부 자본잠식 상태"라고 시내버스 회사의 재정 부실을 꼬집었다.
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일여객은 2011년 부채가 약 41억 원. 근속에 따라 매년 적립해야 하는 퇴직금을 전혀 적립하지 않았다. 경영상태가 이대로 가면 노동자들에게는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