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할 때" "호락호락 안돼"... 조직개편 여야 격돌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모두 정부조직개편안 수정... 박근혜 인수위는?

등록 2013.02.18 15:18수정 2013.02.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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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난항을 겪는 데 대해 민주통합당을 맹비난하며 "자칫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을 만드는 데 조연 역할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 남소연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모두 정부조직개편안을 제출했지만 '원안 통과'는 한 건도 없었다. 매번 크고 작은 반대에 부딪혔고 여야 의견을 수렴해 수정했다. 여소야대 상황이었건, 여대야소 상황이었건 관계없이 최대한 합의를 통해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해 온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원회와 인수위의 뜻을 받은 새누리당은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약속했던 14일 본회의를 훌쩍 넘긴 시점에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새정부 출범에 협조하겠다고 강조해오던 민주통합당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행동할 때가 왔다"며 강경 방침을 밝혔다.

이명박 인수위도 후퇴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박근혜 인수위는?

김대중 당선인 인수위가 제출한 정부조직개편안은 7개 부분이 수정 된 후 통과됐다. 인수위는 기획예산처를 신설하려고 했지만 무산됐고 대신, 기획예산위원회 및 재정경제부 산하 예산청이 신설됐다. 폐지를 꾀했던 해양수산부 역시 존치됐고, 해양경찰청과 경찰청의 통합도 무산됐다.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도 신설하려 했으나 안 자체가 삭제됐다.

노무현 정부 때도 '원안 고수'는 불가했다.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는 지난 정부의 정부조직을 이어 받아 별도의 조직개편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정부는 재정경제부·외교통상부·행정자치부·산업자원부 등 4개 부처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비대화 됐다"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건설교통부를 국토교통부로 바꾸려던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18부 4처 18청 조직을 13부 2처 17청으로 전환하려 했다.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를 폐지하거나 흡수 통합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통일부·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고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통일부 존치, 여성부 신설로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려던 국가인권위원회도 독립기구로 남게 됐다. 당시 타결된 정부조직개편안은 인수위 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반면, 박근혜 인수위는 협상 마지막까지 '원안 고수'를 고집하고 있다. "절벽을 느낀다"는 민주당의 토로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민주당 측 협상단은 "합의점을 찾아 가다가도 박근혜 당선인 얘기를 듣고 오면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17일에는 박 당선인이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돼야 신설될 수 있는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안까지 발표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제서야 새누리당은 한 발 물러나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18일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여야는 3시간 30분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이관이 문제였다. 인수위는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 규제 권한만 방통위에 남기고 나머지 기능은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민주당은 방송진흥정책도 방통위에 남겨야 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은 기능을 이관해야만 방송통신 융합을 통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 이관에 대해서도 원안 고수를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원안고수'에 민주당 "절벽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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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긴급소집된 민주통합당 비대위회의에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가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또 다시 벽에 부딪히자 '새 정부 출범 협조'를 강조해 온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문 비대위원장은 18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정부 직제에도 없는 장관까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장고 끝에 둔 악수요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고 민심을 무시한 폭거"라고 목소리 높였다.

새누리당과 협상을 벌여온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에는 '네 가지가 없다'"며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여야 합의도 없이 장관 후보자를 내정한 박 당선인에게는 국회가 없고, 여당 협상팀에는 재량권이 없으며, 인수위 정부조직개편안 속에는 경제민주화와 검찰개혁이 없고, 내정된 장관 후보자에게는 새로움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야당이 새 정부 출범을 돕고 싶어도 명분이 없다"며 "협력도 웬만해야 가능한데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지경"이라고 쏘아붙였다.

김동철 비대위원은 "박 당선인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협상팀에 재량권을 부여하지 않아, 새누리당은 원안고수 외에는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며 "역대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에서 제시한 정부조직개편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한 전례가 있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으로 고통 받았을 박 당선인이 그 길을 그대로 가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문병호 비대위원도 "박 당선인이 독재를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은 왕이 아닌 대통령을 뽑았다, 대통령은 민심을 살피고 야당과 타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강경대응 뜻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박근혜 당선인이 빨리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우리도 바뀌어야 하지만 민주당도 같이 바뀌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구태의연한 국회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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