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주민등록번호 적은 학생증... 왜들 이러십니까

개인정보 보호에 둔감한 기관들

등록 2013.02.19 09:46수정 2013.02.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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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8일)부터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인터넷상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이 6개월 동안 계도 기간을 거쳐 전면 금지됐다.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최고 3천만원 내야 한다. 앞으로는 주민번호 대신 아이핀이나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인증 등으로 본인 확인이나 가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현재 보관중인 주민번호는 2년안에, 3년간 이용기록이 없는 고객 개인정보는 없애야 하고 정보가 이용될 경우 고객에 알려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달부터 하루 평균 방문자 수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를 점검하고 이후에는 만명 이상 사이트까지 점검을 확대한다.

그 동안 포털과 인터넷업체 등이 해킹 당해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어 파문이 일었다. 특히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법원이 SK커뮤니케이션즈에 위자료 지급 판결을 해 개인정보 유출은 포털과 인터넷업체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배호근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해킹 피해자 2천737명이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에게 각각 위자료 2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해킹 피해자들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수료증에 버젓이 주민번호 기재

늦은 감이 있지만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공공기관과 학교가 아이들 주민번호를 발급증서와 학생증에 그대로 노출해 학생과 부모 입장에서 불안하다.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발행한 '응급처치법 일반과정 수료증'에 아이 주민번호가 그대로 노출됐다. ⓒ 김동수


며칠 전 중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가 지난 해 딴 '응급처치 일반과정 수료증' 주민번호 앞자리 6자리와 뒷자리 7자리(합 13자리)모두 노출된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주민번호 앞자리는 몰라도, 뒷자리는 '*'를 통해 주민번호 노출을 방지한다. 중학교 1학년이지만 몇년 후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다. 만약 아이가 부주의해 수료증을 잃어버리면 주민번호가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몇 년 후에는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발행한 증명서에 주민번호를 그대로 노출할 수 있는가. 아이들 주민번호는 노출되도 상관 없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주민번호가 없으면 응급처치 일반과정 수료에 정보 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인가. 수료증 번호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 '*'몇개만으로도 주민번호를 보호할 수 있다. 우리 아이만 아니라 응급처치 일반과정을 수료한 모든 아이들 주민번호가 공개됐다니 충격 그 자체다. 공공기관이 어떻게 주민번호 관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지 통탄할 일이다.


아이는 주민번호의 중요성을 몰라기 때문에 수료증을 자신의 지갑게 넣고 다녔다. 이제는 수료증을 부모인 우리가 보관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아이들 주민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앞으로는 '*'로 표기하거나 아예 주민번호를 적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생증에 왜 주민번호를 적어놓을까

학생증. 주민번호 13자리가 고스란히 공개됐다. 사진과 주소까지. 아이 모든 정보가 노출된 것이다. ⓒ 김동수


대한적십자사만이 아니라 아이가 다닌 학교의 학생증도 주민번호를 '*'이 없이 13자리 모두를 다 적었다. 아이 학생증에는 집주소와 사진까지 있기 때문에 아이의 거의 모든 정보가 다 노출됐다고 보면 된다. 큰 아이 학생증도 주민번호 13자리를 그대로 다 공개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큰 아이 학생증은 주민번호 자체가 없었다.

같은 지역이지만 두 학교의 아이 정보관리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지 처음 알았다. 중고등학교 때 학생증 한번쯤은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주민번호가 다 적혀 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주민번호는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다. 작은 실수로 학생증을 잃어버렸다가 아이 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불안감이 휘감아 돈다.

고속도로 통행료 영수증에 카드번호 적어 

또 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카드로 통행료를 낸다. 하이패스 단말기는 사용하지 않고, 카드만 사용한다. 아이 주민번호가 노출된 것을 알고 혹시 하이패스 카드번호도 '*'표시 없이 모든 번호가 노출되는지 확인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카드 역시 카드번호가 그대로 노출됐다. ⓒ 김동수


지난 16일 어머니 집을 다녀오면서 이용한 하이패스 카드 영수증을 확인하니 카드번호 16자리 모두가 공개됐다. 신용카드 번호는 '*'표기를 통해 번호 노출을 방지한다. 하이패스카드 영수증을 함부로 버린 사람들이 있다면 내 카드 번호를 누군가 악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하이패스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영수증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한 순간 실수로 하이패스카드 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정보는 자신이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 주민번호를 공공기관과 학교가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객카드 번호 전체를 노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여 아이들 정보를 보호하고 지켜라!
#주민번호 #대한적십사 #학생증 #하이패스카드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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