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교육분야 감사 자료. 이 자료에서 교육청의 인사비리 뿐 아니라 사학의 금품수수 채용, 친인척 부당 채용 등 교원채용 비리를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
지난 14일 감사원은 지방교육행정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통해 인천교육청과 경남교육청에서 측근 승진을 위해 근무성적평정에 부당개입하거나, 서류를 조작하는 등 불법이 발견돼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고 관련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 감사에서는 교육청 인사비리와 함께 다른 중요한 교육비리가 지적됐다. 고질적인 교육비리인 사학비리, 특히 교원 채용비리가 언급돼 있다. 그 실상을 살펴보자.
강원도의 한 사학법인 사무국장(이사장의 형)A씨는 2008년부터 30만~1천만원씩 15회에 걸쳐 5천여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으면서 B씨를 행정실 직원으로 채용했으며, 2011년에는 B씨가 체육교사 공개채용에 응시하자 가산점을 주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이뿐 아니라 2010년에는 자신의 아들(이사장의 조카)을 이 학교 영어교사로 채용하기 위하여 출제위원인 영어교사(여)에게 문제 35문제를 주고 그대로 출제하도록 하고 그 문제를 아들에게 알려줘 합격하도록 했다.
또한 이 법인 사무국장은 교장과 교감에게 교사와 직원 채용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으며, 2008년 7월에는 학교법인 돈 2천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되었다. 감사원은 검찰에 이 사무국장을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징계를 요구하였다. 한편 이 학교 교감은 교감으로 승진한 것과 자기 조카를 행정직원으로 채용해 준 것에 대한 사례를 법인 이사장에게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그 사례를 위해 자기 돈이 아니라 힘 없는 기간제 교사들의 돈을 동원했다.
이 교감은 2011년 이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두 교사를 학교 앞 커피숍으로 불러내 채용과 관련 이사장에게 감사 사례를 해야 한다며 미리 돈을 준비하도록 한 후 이사장실로 갖다주도록 했다. 이렇게 두 기간제 교사는 이사장과 사무국장에게 각각 500만원과 100만원의 돈을 갖다줬다.
경남의 한 사립학교에서는 2012년 3월 기간제 교사였던 이사장의 장남을 교사로 채용하였는데 그 과정은 더 심각하다. 출제자 선정과 시험지 관리 등 채용업무를 이사장의 삼남인 법인과장에게 맡기고, 며느리를 공개수업 평가위원과 면접위원으로 위촉한 것. 그러니까 이 교사는 동생(법인과장)이 주관하는 채용 과정에 따라 아내(교사)에게 수업 시연 평가와 면접 시험을 받은 후 아버지(이사장) 학교에 정교사로 채용된 셈이다
경남의 또 다른 사립학교에서도 2012년 3월 교사를 채용하면서 면접평가 점수를 높게 산정하여 교사를 부당채용한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전북의 또 다른 사립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과원이 예상되어 신규 교사 채용을 금지하였음에도 이사장이 자신의 딸을 미술교사로 채용하는 일도 있었다.
경기도 M특수학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이 학교 이사장은 2009년 교장과 공모하여 딸과 예비사위, 그리고 채용을 부탁받은 교육청 담당 장학관의 아들 등 8명(정교사 2, 기간제 6)을 합격자로 미리 내정하여 시험지를 유출하고 답안지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부정임용을 저질렀다. 2010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2명에게서 각각 2천만원씩을 수수한 후 교장에게 지시하여 기간제교사로 채용하게 했다. 더 황당한 것은 2012년에 벌어졌다. 이렇게 2천만원의 돈을 이사장에게 주고 채용된 기간제 교사들이 정교사로 채용해 주지 않아 채용 비리를 신고할 움직임이 보이자 이를 우려한 이사장이 교장에게 모든 응시자의 지필고사 점수를 동점처리하도록 한 후 미리 내정된 이들만 면접 접수를 높게 주는 방법으로 기간제 교사 12명 전원을 정규 교사로 채용한 것이다.
부정을 저지른 것은 이사장만이 아니었다. 이런 교사 부정 임용을 이사장으로부터 지시받았던 교장 역시 시험문제를 미리 유출하여 기간제교사는 정교사로, 대학선배의 부탁을 받은 사람은 기간제 교사로 임용한 것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사립학교의 이런 교원 임용 부정 사실을 밝히고 이 학교 이사장과 교장을 업무방해,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천억대 횡령 사학재벌은 보석으로 풀려나고... 작년엔 장롱 속에서 17억의 현금다발이 적발되고, 교사 채용 대가로 수억을 받아 징역 4년형을 받고 수감 중인 청원고 교장이 사학비리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올해 벽두에는 그 자리를 서남대학교 이사장 이아무개씨가 차지하는 듯하다.
서남대학교 이사장은 광주에서 목욕탕을 운영하고 부동산 투자로 번 돈 5천만원으로 자기 부부의 이름을 딴 홍복학원 옥천여상을 시작으로, 서남대, 광주예술대, 한려산업대(현 한려대) 등을 차례로 설립하고 녹십자병원을 인수하여 서남대 부속병원으로 만들기에 이른다.
이씨는 학교를 하나 세우면 그 학교에서 돈을 빼돌려서 다른 학교을 설립하는 수법으로 문어발처럼 학교를 늘려갔는데, 이들 학교에 투자는커녕 등록금 등 학교 돈을 개인재산처럼 횡령하다가 두 차례나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징역형을 받고도 사면을 받는 등 최근까지 건재하였던 이 이사장은 지난해 말 1000억대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는데 올해 2월 병보석으로 풀려나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옥중에서도 "교과부 감사팀 반장을 몰래 만나 협의하라.", "(새정부) 인수위로 넘어가니 걱정 마시오.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요"라는 내용으로 총장 등에게 편지를 보내고 증거 인멸을 시도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지금까지 수차례 사학비리로 위기를 맞을 때마다 돈과 인맥을 이용하여 살아남았던 사학재벌 이사장 이씨가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학비리에 침묵하는 '박근혜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