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대구시와 1997년 5월 맺은 협약서에는 수성구 내환동에 3만석 규모의 야구장을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야구장 건립비용 1660억원 중 500억만 내놓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조정훈
하지만 실제로 삼성은 2015년 10월 완공 목표로 대구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 인근 15만1500㎡의 부지에 2만4000석 규모로 건설되는 개방형 야구장의 건설비 일부만 부담한다. 지난해 12월 착공된 이 건설사업의 총 공사비는 1660억 원으로, 국비가 298억 원, 시비가 822억 원 투입되며, 삼성의 부담액은 500억 원이다.
삼성은 향후 25년 동안 야구장 관리운영권을 행사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대구시와 조만간 체결할 예정이다. 야구장의 운영권은 광고료와 입장료, 매장 수익과 주차장, 네이밍(구장 명칭) 사용권으로 구분되며, 스포츠진흥법에 따라 최장 25년간 관리운영권을 가질 수 있다.
현재 대구야구장의 광고대행권은 30여억 원(부가세 포함)으로 새로 지을 야구장의 규모는 2배가 넘어 25년간 광고대행권만 팔아도 7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크게 손해날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문제는 16년 전에 작성된 협약서의 내용이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문건에는 대구시와 삼성측의 당사자간의 최종 사인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런데 당시 언론보도와 대구시가 시의회에 보고한 내용 등을 보면 삼성 측이 운동장 등을 건설해 상업용지로 변경해주는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997년 5월 22일자 <매일신문>의 보도내용을 보면 '이진무 대구시정무부시장과 김무 삼성상용차 사장이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제일모직자리 상세계획 시설 중 국제규모의 음악당은 2001년 유니버시아드 이전에 완공할 계획을 발표하고 수성구 내환동 종합경기장 단지에 3만석 이상 규모 야구장을 건설해 주기로 했으며 북구 복지회관(이상 부지는 대구시 출연)도 지어 기증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삼성의 '야구장 건설 약속' 문건에 대해 대구시와 제일모직 측은 최종 합의되지 않은 문건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대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대구시와 삼성이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 건넨 문서에 불과하다"며 "서로 서명한 공식 문서는 대구시가 보유하지 않고 있고, 당시 문서를 작성한 부서와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제일모직 홍보팀 관계자 역시 이 문건의 존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1997년 당시 대구시와 삼성간 대구부지 개발 협의과정 중 대구시와 삼성 간의 협의사항을 정리한 문건이었을 뿐 결정된 사항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 의사결정을 할려면 구체적인 건립비용이나 건립절차가 명시적으로 나와 있어야 하지만 이 문건만 보면 최종 내용이 확정되기 전에 검토되던 문서가 아니었겠느냐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희갑 당시 대구시장은 "삼성이 500억 원을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지어 기부채납 하겠다고 한 것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당시 서류를 찾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시의회 보고'까지 했지만... 대구시 "공식 문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