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투하 68년... 피해자특별법 제정 왜 늦추나?"

21일 합천에서 '원폭피해자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 열려

등록 2013.02.21 19:06수정 2013.02.2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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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폭피해자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을 어기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위안부와 함께 원폭피해자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특별법 제정 촉구는 헌법적인 정당성이 있는 요구다."

원폭피해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열린 '원폭피해자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 참석자들은 정부가 헌법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마련했다.

a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 참석자들과 함께 법 제정을 촉구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 참석자들과 함께 법 제정을 촉구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 윤성효


a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특별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특별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윤성효


연대회의는 전국 20여 개 단체들이 모여 지난해 결성되었다. 이 단체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별법은 17대 국회에서 2005년 8월 조승수 전 의원이 처음 발의했고, 18대 국회에서는 조진래 전 의원이 발의했지만 제정되지 않았다.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지난해 12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은 2월 안에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및 피해자자녀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두 법안은 거의 비슷하다. 김정록 의원의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의 '한국인 원폭피해자 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사무국을 두도록 했으며, 이학영 의원의 법안은 국무총리 아래에 '한국인 원폭피해자 지원위원회'를 두고 보건복지부 장관 아래 실무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 법안은 실태조사와 지원 대상은 원폭 피해자(1세)와 '자녀(2세)' 내지 '후손'으로 해놓았다.

"현재 생존자는 2600여 명뿐"

연대회의 전은옥 사무국장은 법안 설명을 통해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원폭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다. 이에 한일협정 때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시 생존자 3만 명 가운데 2만3000여 명이 남쪽으로 왔고, 그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2600여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질병 초기에 가난 등으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지금은 70~80대 고령이다. 더 이상 대책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슷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해당 상임위원회를 선정에 심의하게 된다"며 "우리 계획은 올해 말까지 법을 제정하고, 내후년부터는 실질적인 지원정책과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별법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대구KYC 최병호씨는 "특별법안을 보면, 피해 자녀 대상에 3세가 없다. 3세까지 법에 넣어서 실태조사를 같이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a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 참가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 참가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a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 윤성효


심진태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지금은 1세가 중요한 게 아니다. 후세들이 더 중요하다. 지금은 3세에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핵방사능에 오염되면 후세에도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판명이 났다"며 "이번에 특별법안을 만들 때 3세를 비롯한 후세까지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은옥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정부 입장은 피해자 자녀의 인과성이 증명되지 않아 난처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렵다는 것이었고, 지난 17대와 18대 국회에서 제정되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학영 의원실 홍진옥 비서는 "2세, 3세 이후까지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씀인데, 법안을 준비 중이다. 3세까지 할지, 후손이라고 명기할지 더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원폭피해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냈던 최봉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날 때 위안부문제와 원폭 피해자도 함께 결정이 났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과 정상회담 할 때 위안부를 언급했다"며 "원폭 피해자도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헌재 결정이 나와 있기에 19대 국회에서는 강력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 않으면 위헌사태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늘 그늘진 곳만 찾아다녔다"

특별법안 설명에 앞서 인사말이 이어졌다. 심진태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회장은 "그동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우리 자신이 그늘진 곳만 찾아다녔다. 유전성 문제 때문에 자녀까지 노출하지 않고 계속 숨겨왔다"며 "이제는 우리 할 이야기는 하고 아프면 아프다 하고, 잘못됐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원폭투하하기 전인 1945년 7월 원폭실험을 해서 엄청난 피해가 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하했다"며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핵은 없어야 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심 지부장은 "68년이나 흘렀는 데도 우리 정부에서는 대책이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북한 핵실험을 통해 전 세계가 핵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며 "그런데 국가 책임자들은 일본에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특별법을 해준다고 해도 행정부가 거부하고 있는데, 독촉해야 한다. 19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은 "목이 메인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던 최봉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던 최봉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a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가 21일 오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연 "원폭특별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문준희 경남도의원(새누리당, 합천)은 "일본은 법이 만들어져 있지만, 한국은 법이 없어 경남도에서 먼저 조례를 만들었다. 올해 처음으로 1억 원 예산이 책정되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이 피해를 받는지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영상 인사말을 통해 김제남 국회의원(진보정의당)은 "일본 원폭 투하로 피해자와 자녀들이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다"며 "19대 국회는 대책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 특별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학영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은 "70년 가까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며 "더 이상 국가가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한테 합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는데, 당시 강제동원과 식민지 정책으로 한반도 출신 동포 7만여 명이 이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4만 명가량이 사망하고, 생존자는 3만 명이었다. 올해는 원자폭탄 투하 68주년이 되는 해다.
#원폭피해 #히로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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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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