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톤역 길 커뮤니티 시장(Brixton Station road Community Market)'이 2012년 겨울철 여는 금요시장, 토요시장, 벼룩시장 등의 행사 세부일정을 알리는 포스트를 시장 벽면에 붙여놓고 있다.
브릭스톤 시장 상인들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시장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유성호
브릭스톤 역에서 나와 5분 정도 걸어가자, 140년 역사의 브릭스톤 시장이 나왔다. 길 한가운데 가판대가 설치돼 있었다. 청바지·점퍼·티셔츠가 걸려 있는 가판,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판, 과일을 파는 가판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편 위쪽으로는 기차가 지나가고 그 아래 카페와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한국의 전통시장이 아치형 아케이드로 덮여 있고, 좌우에 상점이 늘어서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평일 오전이라 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통역을 맡은 임소정씨는 "지난 주 토요일에 왔는데, 이 길이 꽉 찼었다"고 말했다.
시장입구의 한 카페테라스에서 브릭스톤 시장 상인회(Brixton Market Trader's Federation) 회장, 스튜어트(Stuart·54)를 만났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 표정과 목소리에서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지나가는 시장 상인들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스튜어트는 1984년부터 이곳 시장에서 작은 시계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브릭스톤 지역에는 100여 개의 언어가 사용될 만큼 다양한 인종이 산다. 특히 카리브 해안·콜롬비아·브라질 출신이 많다. 브릭스톤 시장 상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다양한 인종의 용광로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도에 만들어진 상인회는 40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오는 비정기적인 상인도 30여 명 정도 된다. 비정기 상인들은 자신의 물건을 이곳에서 시험 삼아 팔 수 있다. 가판대의 설치와 이동이 자유로워 나가는 것도 자유롭다. 실험을 통해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스튜어트는 상인회가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상인들은 매일 매일의 삶이 투쟁이라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힘들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구청과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상인에게는 쉽지 않아요. 저 스스로도 상인이라 누구보다 상인을 더 잘 대변할 수 있어요."
공동체 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CIC)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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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의 한 형태. CIC는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해야 하고, 정당의 정치적 목적을 가질 수 없으며, 기업 특정 그룹의 재정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한다.
CIC 등록을 위해서는 공동체 이익 테스트(CIC가 공동체 목적을 위해 설립되었음을 증명)와 그 자산과 수익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산 동결(Asset lock)'이 필요하다. 자선단체가 자금조달이나 조직운영에 제한이 매우 많은 것과 달리, CIC는 지역 커뮤니티 전체에 이익이 되는 활동이라면 영리활동을 할수 있고 배당액에 상한이 있는 주식도 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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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회가 상인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브릭스톤 상인회에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상인회가 '공동체 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CIC) 형태를 띤다는 것. 브릭스톤 상인회는 느슨했던 조직을 정비해 2009년 CIC로 등록했다.
스튜어트는 "CIC는 자선단체와 기업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면서 "자선단체와 달리, 지역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면 상업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비영리 단체처럼 펀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생력을 갖는 셈이다.
브릭스톤 교도소와의 협력... 수감자 재활 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