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님, 사이비 보수가 죽어야 대한민국이 삽니다

<표창원, 보수의 품격>

등록 2013.02.26 10:35수정 2013.02.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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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의 품격>을 펴낸 표창원 교수가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광고
<보수의 품격>을 펴낸 표창원 교수가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광고김동수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날 신문들은 '광고대박'을 터뜨렸다. 박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은행들이 "국민행복시대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열어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날 <한겨레> 18면에 '박근혜 대통령님 성공한 대통령이 되십시오'라는 제목 광고가 실렸다.

박 대통령님, 사이비 보수가 죽어야 대한민국이 삽니다


제목만 보면 대통령 취임 대기업 축하 광고와 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광고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며... 대통령님, 의무보다 특혜, 공익보다 사익, 준법보다 위법과 탈법을 일삼고 국민들 입을 틀어막고 '종북좌빨'의 낙인을 찍는 측근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무슨 보수입니까? 사이비 보수가 죽어야 대한민국이 삽니다. 불법과 반칙이 결국 이긴다는 잘못된 신념, 힘센 자에게 줄서고 충성을 바치면 옳지 않더라도 결국 이긴다는 잘못된 신념, 힘센 자에게 줄서고 충성을 바치면 옳지 않더라도 결국은 나에게 보상이 돌아온다는 불의한 관행과 인식이 깨져야 합니다.

보수의 정신은 사를 멀리하고 공을 위해 헌신하는 것입니다. 과거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용서받고, 고칠 것들은 고치고, 내놓을 것은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대통령님 반대편에 섰던 48%의 국민들이 돌아설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시는 '100% 대한민국'이 되려면 권력과 특혜의 단물을 빠는 보수의 적, 공공의 적이 주변에 없는지부터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사이비 보수가 싫어서 진보를 자처했던 국민들이 정치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나는 보수다'라고 당당하게 커밍아웃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박근혜 정부 5년은 성공한 권력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보수의 품격'을 갖춘 대통령을 간절히 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글을 올립니다.- 2013년 2월 25일 표창원 드림

"사이비 보수가 죽어야 대한민국이 삽니다", "권력과 특혜의 단물 빠는 보수의 적, 공공의 적이 주변에 없는지부터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는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와는 사뭇다른, '조언', '충고',' 경고'가 뒤섞인 '상소'와 다름 없었다.

이 광고는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직원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해 파문이 일자 경찰대 교수직을 내던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쓴 글이다. 표 전 교수는 자신과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와 함께 지은 <표창원, 보수의 품격>(비아북 펴냄) 광고를 박 대통령에게 사이비 보수가 아니라 진짜 보수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상소'로 갈음한 것이다.


표 전 교수는 지난해 '보수주의자로서, 고백하고 요구하고 경고합니다' 제목 글에서 "진정한 보수라면 친북 좌빨 주장은 집어치워라, 당당하고 떳떳한 진정한 보수"가 되라고 충언했지만 이 땅의 사이비 보수는 오히려 그를 '빨갱이'로 몰아갔다. 사이비가 진짜를 "네가 틀렸다"고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대한민국 땅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사이비 보수에게 표 전 교수는 머리말부터 이 땅의 사이비 보수와 진짜 보수 구별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면제의 대물림을 하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 보수는 의무를 지킨다. 의무를 넘어서 자신을 희생한다.
위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권력으로 치부를 가리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 보수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다. 부끄러움을 알고 공익을 위하는 것이 보수다.
입을 막고 종북과 좌빨을 외치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 보수는 비판에 당당하다. 자신의 길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 것이 보수다.
권력의 그늘에서 시민의 피를 빠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 보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수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 보수는 민주주의의 파수꾼이다. 과거를 엄정히 평가하고 화해로써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보수다." (머리말 중에서)


 <보수의 품격>표지
<보수의 품격>표지비아북
"면제를 대물림 하는 자"는 보수가 아니라고 일갈했다. 박근혜 정부 조각을 보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만성 담마진),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폐결핵),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소아마비),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손가락마비)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면제 대물림...보수 아냐"

대한민국 보수 상징 신문인 <조중동> 사주 일가도 병역면제가 수두룩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대북 강경론 외치는 이들, 알고봤더니 '치킨호크'> 제목 기사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형제는 과체중과 심장병으로 면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폐질환으로 면제,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과 김병건 부회장은 미필 또는 미신고(부인은 아들 병역 면제 청탁 뇌물로 군의관에 2천만 원 제공해 유죄 선고)"로 병역면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진짜 보수주의는 전쟁 나면 말없이 선봉에 선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은 입만 열면 "애국과 나라 사랑"을 외친다. 그리고 비판세력을 "빨갱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국 보수주의는 다르다. 영국군 묘지에 가면 'SIR'이라는 호칭이 차고 넘친다. 조국을 위해 귀족과 왕족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예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28)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었다.

멀리 영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새누리당과 사이비보수가 '빨갱이'로 낙인 찍은 통합진보당 남성 의원 중 군면제는 '0명'이다. 통합진보당은 6명의 현역의원을 두고 있다. 6명 중 김미희·김재연 의원은 여성의원으로 병역 대상이 아니다. 남성의원인 이상규·김선동·오병윤·이석기 의원은 병역필이다. 군면제 정권이었던 이명박 정권과 "나라와 결혼했"을 정도로 애국심이 특심한 박근혜 대통령은 군면제를 줄줄이 내정했다. 과연 누가 "조국에 충성"한 보수주의자일까?

"위법과 탈법 일삼으며, 권력으로 치부 가리는 자 보수 아냐"

표 전 교수는 "위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권력으로 치부를 가리는 자"는 보수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그런데 한국 보수주의자 중에는 "헌법이 내세우는 공익적 가치, 공익적 정신이 결여돼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명박 정권하에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아내와 자녀가 '관용차'를 이용하게 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했던 이동흡 전 헌재소장 후보자는 딸을 관용차로 출근시켰다.

그럼 대한민국에 보수주의자는 없을까? 2011년 퇴임한 이홍훈·김지형 전 대법관은 휴일이면 관용차 대신 2000년식 아반떼를 직접 운전해 대법원으로 출근했고, 양승태 대법원장도 대법관 시절 주말엔 배기량 999㏄인 경차를 몰았다.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도 일과시간 이외에는 관용차가 아니라 택시를 탔다. 이홍훈 전 대법관은 1990년 김천지원장 시절 부부 동반 모임을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부인을 관용차에 태우지 않고 택시로 움직이게 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한기택 판사는 관용차에 단 1초도 아내와 자녀를 태우지 않았다. 한 판사가 2005년 마흔여섯살 나이로 심장마비로 숨졌을 때 동료판사가 장지까지는 관용차로 가자고 권해도 "남편이 원하지 않을 것 같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알고보면 대한민국에도 보수주의자는 많더라...

이들이야 말로 진짜 보수이고, 보수 이념을 몸소 실천한 보수주의자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는 1954년 3월 20일 '법관 회동 훈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실을 보면 세상의 모든 권력과 금력과 인연 등이 우리들을 둘러싸고 우리들을 유혹하며, 우리들을 바른 길에서 벗어나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내 마음이 약하고 내 힘이 모자라서 이와 같은 유혹을 당하게 된다면 인생으로서의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엄성으로 비추어 보아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기획위원회 편, 동녘 펴냄)

공과 사 그리고 그 어떤 위법에도 굴하지 말라고 했다. 가인은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직후 대법관들에게 "폭군적인 집권자가, 마치 정당한 법에 의거한 행동인 것처럼 형식을 취해 입법기관을 강요하거나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은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법부의 독립뿐"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박근혜 정부 각료와 새누리당 의원 중 가인 선생 충고를 따를 자가 있을까? 따르면 그는 진짜 보수주의자가 될 것이다.

표 전 교수는 "사를 멀리하고 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과거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용서하고, 고칠 것들은 고치고, 내놓을 것은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품격 있는 보수가 될 수 있다"면서 "생각하고 공부하고 대화를 나누고 깨어나서 합리적이고 평화적으로 세상을 조금씩 좋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땅의 보수여 꼭 읽으시라. 아니 진보도 마찬가지다. 진보를 말하면서를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고, 불법을 행하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은 불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찔려 반성과 각성보다는 "너나 잘해라"고 말하는 자는 보수와 진보보다는 '사이비'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표 전 교수가 직접 편지까지 썼으니 박 대통령이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박 대통령에게 달콤한 말을 하는 장관과 참모는 사이비다. 사이비는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망하게 한다. 그러니 달콤한 말하는 장관과 참모말고, "사이비 보수를 내치"라는 표 전 교수 심연에서 우려는 상소를 머리맡에 두고 읽으시라. 이런 상소 쉽게 접하는 것 아니다.
덧붙이는 글 <표창원, 보수의 품격> 표창원, 구영식 지음 | 비아북 펴냄 ㅣ 14000원

표창원, 보수의 품격

표창원.구영식 지음,
비아북, 2013


#보수의 품격 #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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