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 대폭 증설' 6차 전력수급계획 실현가능성 논란

"전력요금제 보완없인 무용지물"... 기후변화행동 연 토론회서 지적

등록 2013.02.28 14:33수정 2013.02.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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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가 지난 22일 확정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환경당국과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 간에 논란이 거세다. 전력수요 예측이 과다하고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14년 뒤인 2027년까지 총 2957만kW의 발전설비를 신설해 총 발전용량을 1억3981만㎾까지 늘리게 된다. 이 경우 전력 예비율은 현재 7%에서 22%까지 올라간다. 신설 발전설비의 절반 이상은 석탄화력발전소 12기(1074만㎾)와 LNG 6기(506만㎾) 등 화력발전소(총 18기·1580만㎾)로 증설된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전력수요가 과다하게 예측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퇴출 압력을 받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대폭 늘리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환경 보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지경부는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전력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2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석탄화력발전소 증설계획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력수급계획, 전기소비 줄이는 정책과 함께 가야"

이날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사용량은 1980년 859㎾h에서 2009년 8092㎾h로 30년 새 무려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같은 기간 발전설비 용량도 8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전력수요로 인해 전력 예비율은 1980년 72.1%에서 1990년 21.8%, 2009년 9.8%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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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성 고려대 교수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주요 쟁점 이슈’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온케이웨더 고서령


그는 "빠르게 증가하는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과 함께 미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춘 발전설비 확충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소득이 증대함에 따라 전력소비가 무조건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일본은 2030년 전력소비량 목표로 2010년 실적 대비 10% 감축한 양으로 잡았다"며 "우리나라는 과연 일본만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지난 4차·5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발전소들의 건설이 계획보다 20% 이상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에 맞춰 발전소를 증설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계획대로 발전소가 지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설득하는 데 큰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경제성은 석탄, 환경성은 LNG가 '우수'... 가치판단 힘든 상황


강광규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환경평가본부장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영흥 7·8호기(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소재)를 석탄화력으로 건설할 경우 LNG화력으로 건설했을 때보다 황산화물(SOx), 미세먼지(PM10), 이산화탄소(CO₂)를 각각 한해 265t, 207t, 430만t 더 배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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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규 KEI 환경평가본부장이 ‘석탄화력발전의 환경·사회적 쟁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온케이웨더 고서령


그가 발표한 환경영향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영흥 석탄화력발전소 7·8호기 건설은) 미세먼지(PM10)와 유해화학물질 농도를 높여 수도권 지역의 대기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영흥 7·8호기를 LNG로 건설할 경우 SO₂(이산화황), PM10 등 대기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아 환경성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경제성 측면에서는 석탄화력이 LNG화력보다 월등히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강 본부장은 "석탄과 LNG의 연료비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환경비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석탄화력이 LNG화력 대비 14조6788억 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은 석탄이, 환경성은 LNG가 우수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좋다는 가치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강 본부장의 설명이다. 강 본부장은 그러면서도 "대기오염의 사회적 피해비용이 과소추정 됐을 가능성이 크고, 연간 400t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는 등 (석탄이 LNG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장재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장은 "해양 수은 오염의 대부분은 석탄발전소에 의한 것"이라며 "그것이 모두 세계 최대 해산물 소비국에 속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왜곡 문제 바로잡는 게 무엇보다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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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에는 (윗줄 왼쪽부터)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최광림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실장,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아랫줄 왼쪽부터)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좌장), 유상희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참가했다. ⓒ 온케이웨더 고서령


토론에서 진상현 경북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는 다른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저렴한 가격 때문에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6차 전력수급계획은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수정하지 않은 채 세워졌다는 게 문제"라며 "전기요금 인상률은 최소한 물가상승률과 동일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또 "이번 전력수급계획은 전적으로 낮은 전기요금과 높은 원전 비중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었다"며 "이 계획은 폐기하고 박근혜 정부의 철학과 에너지 계획이 반영된 계획을 새롭게 짜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6차 전력수급계획대로 한다면 영동 해안지방부터 수도권까지 송전을 위해 100m 높이의 철탑을 500m 간격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환경문제를 배제하더라도 강원도 경관 자체가 다 바뀌는 이런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석 위원은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송전망 확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왜곡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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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 교수 ⓒ 온케이웨더 고서령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이번 6차 전력수급계획이 대한민국의 전력공급을 담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계획된 많은 발전소를 과연 다 건설할 수 있을지, 발전소를 짓더라도 송전망 건설 문제 때문에 수도권으로 전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또 "통신·상하수도 등 모든 인프라가 전력과 연결돼 있다"며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국가 전체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상희 동의대 교수는 "전력소비는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과 깊이 연관돼 있다"며 "전력소비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도 되기 때문에 전력수요 증가를 환경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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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희 동의대 교수 ⓒ 온케이웨더 고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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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6차 전력수급계획 관련 현안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 온케이웨더 고서령


덧붙이는 글 고서령(koseo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 #에너지 #석탄화력발전소 #온실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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