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이리 만들어놓고 기다리라고?

공주보 건설 뒤 사라진 모래사장과 맑은 물...4대강 재자연화 논의 시작하자

등록 2013.03.04 15:35수정 2013.03.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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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름다운 곰나루 맑은물과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 이경호


"서울에서 살다가 금강의 금빛 모래사장이 그리워서 내려와서 살고 있습니다."

3년 전 지금의 공주보 상류에 있는 곰나루에서 낚시를 하던 한 시민의 이야기다. 그러나 금빛 모래사장이 강의 절반 이상을 덮었던 과거 곰나루의 모습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금빛 모래사장은 준설로 인해 사라졌고, 맑은 물은 공주보 건설과 함께 탁한 물이 돼버렸다. 이 모든 일이 불과 3년 만에 일어난 것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맑은 모래사장과 금강의 맑은 물과 함께 살아가던 생명들이 이제는 죽어가고 있다. 얼마 전엔 금강 곰나루 인근에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고, 자라가 죽고, 고라니도 죽었다. 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수문을 일부 개방하면서 공주보 상류 바닥이 드러났는데, 지난해 발생했던 녹조류 찌꺼기들이 붙어있어 보기 안 좋았다. 깨끗한 모래가 쌓여있던 과거의 곰나루엔 정취 대신 녹조류만이 가득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현장조사를 벌인 지난 2월 28일, 공주보 상류 토양에선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맑았던 모래가 저니와 오니로 변하면서 검게 썩은 흙이 된 것이다. 2011년 담수화를 시작한 지 2년만에 비롯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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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에 펼쳐졌던 모래사장 모래사장이 강의 절반정도까지 펼쳐져 있다. ⓒ 이경호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대전에서도 이미 공주보와 유사한 가동보를 건설해 운영중이다. 2008년 건설된 유등천 가동보는 1년만에 썩은 오니를 4번 준설했다. 실제로 물이 썩어가면서, 매일 저녁 수문을 열어서 물을 내보내고, 아침에 다시 물을 받아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이미 운영중인 시화호의 썩은물을 바다와 함께 유통하면서 확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관련기사 : 가동보 설치한 유등천, 지금 모습은)

금강의 공주보도 이와 마찬가지로 물이 썩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지난해 썩은 오니와 저니가 물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실제 강 한가운데에서 떠온 저질토는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악취도 감돌고 있었다.  함께한 서울대 이현정 박사는 "토양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실제 물이 오염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MB정권의 관계자들은 4대강에 대한 평가는 강이 안정화된 이후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담수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었으며, 담수화 이후 발생한 녹조나 어류집단폐사 사고만으로도 평가결과는 충분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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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곰나루에 떠다니는 녹조류 사체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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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곰나루의 모습 주변에 거품과 녹조류 사체, 검푸른 물의 모습 ⓒ 이경호


지난해 10월 백제보와 낙동강에선 수만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고 2월 공주보에서도 물고기들이 죽어갔음에도 평가를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건 무책임한 처사다. 국가기관인 감사원에서도 수질 문제를 지적한 상황에서 더이상의 평가 유보는 있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객관적 사실과 평가를 통해 4대강을 바로잡아야할 국토해양부는 수달이 발견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려고 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윤성규 환경부장관 내정자가 4대강의 보 철거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이런 시각의 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더 이상 4대강 검증은 늦추면 안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4대강의 생명은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명들을 위해서라도 4대강의 재자연화 등에 대한 논의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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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에서 죽은 물고기 미처 수거하지 못한 참붕어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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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채취한 저니층 검은색으로 모래가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 이경호


#공주보 #대전환경운동연합 #물고기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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