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코가 불만? 동물 중에 제일 높은 걸

[얼굴멘토 권용현의 아름다운 얼굴이야기] 뭐든 과하면 해가 됩니다

등록 2013.03.12 11:51수정 2013.04.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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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나와 닮은 사람을 친숙하게 여기고, 더 나아가 미의 기준으로 여기기도 한다(관련기사 보기). 이 경향은 점차 확장되면서 가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진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민족·국가)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정상의 기준 혹은 미의 기준으로 여긴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들이 각각 자신과 닮은 사람을 미의 기준으로 여긴다면, 그 집단의 미의 기준은 전체 구성원의 평균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주디 랭로이스는 저술 <매력있는 얼굴은 그저 평균적인 얼굴일 뿐이다>를 통해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평균적인 얼굴에서 호감도를 가장 높게 느낀다"고 밝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얼굴을 합성할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호감도는 점점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후 '평균적인 얼굴'에 왜 호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다. 태어나기 전, 자궁 속에 있을 때 안정적으로 자랄수록 '평균적인 모습'에 가깝게 성장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혹은, 세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유전자가 섞이면서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가 살아남았는데, '평균적인 사람'일수록 생존에 적합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평균적인 모양의 코가 호흡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

사람, 진화하면서 머리만 커진 게 아니다

a  왼쪽부터 고양이, 붉은털원숭이, 인간의 두개골이다.

왼쪽부터 고양이, 붉은털원숭이, 인간의 두개골이다. ⓒ 권용현


인류의 평균적인 얼굴은 동물과 다른 사람만의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진화와 더불어 사람의 얼굴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바뀌었다. 가장 큰 특징은 입 부분이 들어가면서 납작해졌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얼굴이 볼록해서 시선마저도 정면을 볼 수가 없지만 사람은 얼굴이 오목해져서 납작해 보인다.

위의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진화할수록 눈이 가운데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뇌가 발달하면서 뇌의 부피도 커졌다. 아울러 뇌를 담고 있는 두개골 역시 커지면서 정면에서 얼굴을 볼 때 사람의 이마가 다른 동물들보다 높고, 많이 튀어나와 보인다.


a  왼쪽부터 고양이, 붉은털원숭이, 인간의 두개골이다.

왼쪽부터 고양이, 붉은털원숭이, 인간의 두개골이다. ⓒ 권용현


네덜란드의 해부학자 P. 캄퍼(Petrus Camper)는 인종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안면각(Facial Angle)을 재는 방법을 고안했다. 안면각은 눈썹 사이와 코끝에서 가장 낮은 부위를 잇는 선과 코끝 가장 낮은 부위에서 귓구멍을 이은 선이 이루는 각도다.

안면각은 진화와 더불어 커지게 된다. 뇌가 커지면 이마가 앞으로 돌출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턱뼈의 비중이 작아지면서 귀가 위로 올라가게 된다. 태아의 발생 과정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태아 발생 초기에 턱 밑의 아가미가 점차 위로 올라붙으면서 이마가 돌출되고 점차적으로 안면각이 커지게 된다.


오똑한 코 강조하는 예술작품, 이유는?

높은 코도 사람만의 특징이다. 코 자체가 융기돼 튀어나온 종은 사람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상악 위에 콧구멍만 나와 있다. 코끼리는 코의 연조직이 앞으로 길게 나와 있지만, 사람처럼 오똑하게 높지는 않다.

이와 함께 턱끝이 돌출한 것도 사람만의 특징이다. 사람의 턱뼈는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다. 다른 동물처럼 치아와 턱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는다. 요리를 하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먹게 되면서 턱뼈와 치아가 상대적으로 퇴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전체적으로 치아가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턱끝이 나온 게 사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합죽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특징들은 사람과 다른 동물을 구별하는 요소다. 그래서 이런 특징을 강조하는 게 미의 기준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예술작품을 보면 이런 특징을 강조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만이 가지는 특징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차별화된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조가 지나쳐서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초정상 자극'(정상 이상의 과장된 형태에 자극을 받는 현상)에 이르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얼굴 #평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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