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얼굴은 따로 있는가?

[얼굴멘토 권용현의 아름다운 얼굴 이야기]

등록 2013.03.08 17:08수정 2013.04.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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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이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a  제 29대 미국대통령 워런 G 하딩(Warren G. Harding)

제 29대 미국대통령 워런 G 하딩(Warren G. Harding) ⓒ Warren G. Harding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뽑는 설문 조사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29대 대통령 워런 G 하딩(Warren G. Harding, 1865~1923)이다. 그는 대통령 재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나는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직책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심지어 자기 입으로 고백했을 정도이다. 정치적 야심은 둘째치고 대책 없이 무능한데다 무식하였고, 연설도 형편없었다. 게다가 도박, 여자, 술을 즐겼고, 골프광이기도 했다.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에 그는 불법으로 제조된 위스키를 마시며 담배 연기 자욱한 백악관 도서관에서 포커판을 벌였다고도 한다.


그런 사람이 과연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을까?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조그만 신문사의 편집장을 하다가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리스 조각상 같은 균형잡힌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짙은 눈썹이 인상적이었다. 잘생긴 외모에 사교적이었던 하딩은 정적은 없고, 친구는 많았다. 그런 그가 정치계와 사교계에서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했다. 1914년에는 상원의원이 되었다. 그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은 당연했다. 왜냐하면 그는 '상원의원처럼' 생겼으니까. 1920년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후보로 나오게 되었다. '대통령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그는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고, 1921년 제 29대 미국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러나 행운도 잠시, 취임 2년 3개월 만에 그는 심장마비로 돌연히 사망했다. 그의 사망 이후, 수많은 공적, 사적인 스캔들이 터졌고 국민은 격분했으며 사학자들은 그를 역사의 평가에서 지워버렸다.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실시한 미국대통령에 대한 연구에서 워렌하딩은 미국의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하딩의 이름은 번듯한 외모를 보고 판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의 가능성을 일컫는 '하딩 효과' 혹은 '하딩의 오류'로 쓰이게 되었다. 하딩은 번듯한 외모와 반대로 부실한 내면의 조합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다. 하딩 이후에는 사람들이 교훈을 얻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하딩효과는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2005년 6월, 사이언스지에는 얼굴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기재되었다. 독자들도 참여해보기 바란다.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둘 중 하나를 정치가로 뽑는다면 누구를 뽑을까?

a  왼쪽부터 파인골드(Tim Michels) 의원, 러 스페인골드(Russ Feingold) 의원.

왼쪽부터 파인골드(Tim Michels) 의원, 러 스페인골드(Russ Feingold) 의원.


이 흥미로운 실험에서 미국 대학생 843명 중 약 70%가 왼쪽 얼굴을 선택했다고 한다. 사실 이 두 사람은 2004년 미국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쟁 상대다. 당선자는 바로 왼쪽의 파인골드의원이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얼굴만 보고 예지력을 발휘한 것일까? 반대로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른 정보 보다도 얼굴을 우선으로 보고 사람을 뽑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이 상원의원에게 기대하는 덕목들이 있다. 연륜, 경험, 인자함, 등. 이런 것들을 얼굴이 주는 메시지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중년 남성 중에서 대머리, 혹은 대머리에 가까운 사람은 절반 이상이다. 1952년에 선출된 아이젠하워 이후에 미국 대통령들 중에는 머리숱이 아주 적은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2000년에서 2004년 사이의 공천후보들은 모두 건강하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타고났다. 이쯤에서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런 노력이 허사란 말인가? 외모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성공하는 얼굴은 따로 있다. 그리고 성공하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성형수술이 아니다. 자신의 얼굴에 대한 이해와 애정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의 이목을 받는 사람들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자신이 아무리 전문성과 실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허사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의 이목을 받지는 않는다 해도, 누구나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는다. 이성에게 선택을 받기도 하고, 구직면접에서 선택을 받기도 한다. 친구, 고객, 직장상사 등등 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람이 나의 얼굴에 영향을 받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나가다 들린 커피숍 직원의 미소에 단골이 되기도 하고, 영업사원의 인상에 따라 해당 브랜드의 팬이 되기도 한다.


성공하는 얼굴을 만들고 싶다면 내 얼굴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자. 그리고 내 얼굴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얼굴 #메시지 #워런 하딩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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