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 필요한 게 '거대한' 예배당만일까

[서평] 박삼종의 <교회 생각>

등록 2013.03.12 12:32수정 2013.03.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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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012년 12월 23일 발표한 가계신용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 빚은 922조 원으로 전년보다 10조9000억 원이 증가했다고 한다. 가구당 평균 빚이 5천만 원 정도이고, 2011년 기준 연평균 소득은 4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연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은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또한 가계부채의 질도 점점 악화된다. 제2금융권 총자산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한다. 서민들은 고금리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제2금융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2011년 기준 물가상승율은 4% 정도이고, 실질임금상승률은 3.5%다. 전체 노동자 1900만 중 비정규직은 900만이고, 그중 최저 생계비 이하 비정규직이 400만이다. 청년 실업자는 110만 명으로, 다섯 명 중 한 명 꼴이다. 2010년 평균 자살율은 42.6명이다.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 무한경쟁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99%의 사람들에게 짙게 드리워진 절망은 서서히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교회의 희망을 복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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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변방의 불온한 혁명가였던 예수께서 걸어가셨던 길을 꿈꾼다. <박삼종의 교회 생각>(박삼종 지음/홍성사/2013) ⓒ 홍성사

한때 교회가 시대의 희망이었던 적이 있었다. 예수는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모든 슬픈 자를 위로"하기 위해 오셨다고 선언하며, 당신의 사역을 시작하였다.

불의한 사회구조 속에서 취득한 부를 가난한 자들을 위해 쓰라고 하였고, 권력과 자기 의에 취한 위선적인 종교인에게 분노하고 책망하였다. 예수가 전한 복음은 실상 불온했다. 가난한 자들을 편애하였고, 세상의 질서가 역전되는 세상을 꿈꿨다.

한국교회만큼 집단적 증오의 대상이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이었던 적이 있었다. 1907년 평양대부흥 사건은 단지 한 교회의 회심 사건이 아니라, 평양 전체를 뒤흔든, 한반도 전역으로 확장된 사회 변혁 운동으로 이어졌다.

교회는 가난하고 억압받고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사람을 쫓아내지 않고 보호해 주었습니다. 무능한 나라가 지켜 주지 못했던 재산과 생명을 교회가 지켜준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당시 조선의 백성들에게 기독교란 계급 평등의 근대화 해방 공간이고, 보호 공간이고, 재산과 인명의 피난처 역할을 했습니다. - <교회생각> 본문 75쪽


하지만 교회에서 발발한 사회개혁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좌초되기 시작한다. 일부 미국 선교사들은 선교 자원을 활용하여 자기 재산을 축적하거나 확보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은 '일제 당국과 기독교 및 교회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억압받던 백성의 고통과 불의한 사회적 구조를 묵인한 채, 신앙과 정치를 분리하는 이원론적 근본주의 신앙을 강화했다. 

대전 동구에 평화의마을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저자 박삼종은 이 책 <박삼종의 교회 생각>을 통해, 승자독식 무한경쟁 체제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교회의 희망을 복원해 내고 있다. 그 복원에의 시도는, 애초 민중들의 희망이었던 복음이, 어찌하여 오늘 날 증오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는지 그 원인을 추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신사참배 체제'를 지목하며, 숙고와 성찰을 요구한다.

신사참배 체제의 극복을 위해

한국교회는 '계급 평등의 근대화 해방 공간'으로 민중의 벗으로 부흥하였으나, 세력화된 교회는 이원론적 근본주의 신앙으로 권력과 타협했다. 1931년 일제는 조선총독부를 설치하고 신사 설치를 장려했고, 일본인의 민족 신앙인 신도에 참배하게 하였다.

일부 기독교인들과 교회들이 신사 참배를 거부하며 투옥당하고 순교하기도 하였지만, 주류 기독교는 진보와 보수와 상관없이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동참했다. 저자는 신사참배 참여는 단지 종교적인 행위 뿐만 아니라, '일제 군국주의 파시즘의 하부동원 체제에 적극 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교회가 일제에게 멸사보국행위라는 명분 아래 사람들을 전쟁에 동원하고, 멀쩡한 교회 건물을 팔아 국방 헌금하고, 징병 모집에 적극 응하고, 위안부도 보내고, 돈 모아 비행기 헌납하고 이런 일을 교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 본문 83쪽

이러한 사실은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 2009)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음에도, 교회는 이 부분을 금기시하고 침묵한다. 해방 이후에도 신사참배 체제는 유지되었다. 감리교도인 이승만은 친미정권을 만들며 친일 세력을 대거 중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부 요직의 22% 정도를 기독교인으로 채웠다(당시 기독교인의 인구 비율은 1%).

일제 군국주의 파시즘은 박정희 유신 개발 독재체제로 이어졌고, 한국교회는 권력을 지탱하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국가 이데올로기의 하부동원조직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 권력과 밀착된 교회는 국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하였다. 신사참배 체제는 '제자도의 왜곡, 정신분열적인 기복신앙, 번영신학의 정신구조를 만들어' 냈다.

정치 목사들에 의해 교회가 정치권력의 힘에 호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 대표적인 역사적 구성물이 조찬기도회와 한기총입니다. - 본문 94쪽

한국교회는 1907년 평양대부흥 사건 10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2007년 '어게인 1907' 운동을 펼쳤고, 2008년 70년 만에 처음으로 일제 때의 신사참배를 공식 회개했다. 하지만 '울부짖고 기도만 했을 뿐'이다.

그곳에서 회개를 선포했던 어떤 분은 성범죄를 지은 목사의 죄를 사랑으로 덮어 주자고 했습니다. 어떤 분은 수천억 원을 들여 교회를 건축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헌금으로, 그 많은 돈으로, 한국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살로 죽어가는 그 수많은 학생들의 가정을 위해 교회는 무엇을 했나요? - 본문 118쪽

한국교회는 국가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기복신앙과 번영신앙으로 성도를 회유하여 급성장하였다. 하지만 몰락의 조짐은 도처에서 확인된다. 얼마 전 검찰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100억대 배임과 탈세 혐의로 고발하였고, 복음주의권 대표적인 교회였던 사랑의교회는 초대형 예배당 건축으로 사회의 비판 여론에 직면하였고 오정현 담임목사는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지금 교회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회심이며, 구체적 실천이다. 한국교회들이 은행권에 진 빚이 4조 5천억 원에 이른다. 대부분 교회 예배당 건축을 위한 빚이다. 교회 성장이란 허상은 거대한 예배당에 투영된 욕망으로 점철된다.

'선물의 경제 공동체'를 꿈꾸다

저자는 신사참배 체제의 극복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엇보다 '믿음은 곧 정의'이어야 한다. 정당하지 않은 세속 권력에 대항하는 바른 정치적 영성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 비폭력 직접 행동을 바탕으로한 시민 불복종 운동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또한 '전쟁과 폭력을 획책하는 내외의 세력들에게 평화와 화해의 복음을 선포'해야 하고, '우리 이웃들을 경제적으로 지배하거나 지배당하지 않는 경제민주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선물의 경제 공동체'를 대안 담론으로 제시한다.

'약탈적 금융사회'의 높은 사회적 생존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거의 모든 이들이 불행해지고 약한 부분부터 파산하는 '빚 권하는 사회'입니다. 개인과 가계에 전적으로 책임이 지워진 이 높은 사회적 생존비용을 낮추고 결혼, 출산, 육아, 교육, 거주, 복지, 의료 등을 공동체가 책임짐으로써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선물의 경제 공동체'는 대가의 경제, 거래 관계로 모든 것을 환원하는 시장 경제를 사는 우리 한국 교회와 사회가 앞으로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입니다. - 본문 135쪽.

저자는 '선물의 경제 공동체'를 대전 동구의 교회 공동체에서 실험하고 있다. 목회자나 사역자에 의존하는 교회 시스템을 개혁하고, 수직 구조가 아니라 서로가 벗으로 생활하고 연대하며, 다함께 노동하는 자립적 기반을 가진 생산 공동체, 지역에 뿌리내린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저자의 확신처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선물의 경제가 흐르는 변방에서부터 새로운 변화'가 솟구칠 수 있을까. 나의 생각에, 저자의 확신은 가능성이기 이전에 옳은 길이다. 변방의 불온한 혁명가였던 예수께서 걸어가셨던 길, 말이다.
덧붙이는 글 저의 블로그에도 싣습니다(http://soli0211.tistory.com).

박삼종의 교회생각

박삼종 지음,
홍성사, 2013


#박삼종의 교회 생각 #홍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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